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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기획] 의료 사각지대 김해, 해법 없나 (1) 응급실이 부족하다

김해 인구 56만인데… 상급종합병원·공공의료원 전무

김해시는 도시의 외형은 커졌지만, 시민의 건강을 지킬 의료 인프라는 제자리다. 인구 56만명의 중대 도시임에도 상급종합병원 하나 없이 중증 응급환자가 타지 병원으로 실려 나가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응급의료 접근성은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이며, 공공의료기관은 전무하다. 이에 본지는 시민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구조적 불평등을 짚고, 실효성 있는 공공의료 대안을 2회에 걸쳐 모색한다.

 

지역응급의료센터·기관 고작 5곳
전문 인력 장비 부족에 타지 의존
응급의료센터 30분내 도달률 32%
전국 평균 절반… 대응력 취약 심각
중증환자 골든타임 확보 대책 시급

 

김해시민은 위급한 순간,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닌 타지 병원을 향해 구급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인구 56만명의 중대 도시가 상급종합병원 하나 없이 응급의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김해시는 지난 수년간 인구와 도시 외형 면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지만, 그 성장에 부합하는 공공의료 체계는 여전히 갖추지 못한 상태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어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부산이나 창원의 대형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필수 의료의 핵심 기능이 지역 내에서 수행되지 못하고 타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김해에는 지역응급의료센터 1곳과 지역응급의료기관 4곳이 운영 중이다.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 2곳도 있으나, 중증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 주말이나 야간에는 응급 대응력이 더욱 떨어져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중증외상, 심근경색, 뇌졸중 등 고난도 응급 상황에는 타지 병원을 찾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인접한 부산과 창원은 의료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며 지역 의료 격차를 벌리고 있다. 부산에는 상급종합병원 5곳이 자리하고 있으며, 각 병원은 권역외상센터, 감염병 대응센터, 중환자 집중치료실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다. 창원 역시 의료 기반이 탄탄하다. 창원경상대학교병원은 중증질환 중심의 진료체계를 갖췄고,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은 심혈관센터와 암센터, 감염병센터 등 특화 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1000병상 규모의 한마음창원병원은 한양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입지를 강화했다. 중증 응급환자 대응 능력과 전문 진료과 확보 면에서 창원은 김해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같은 경남권임에도 김해는 이들 도시와 의료 접근성에서 뚜렷한 격차를 보이면서 김해시민 절반 가까이가 병원 진료를 위해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실정이다. 의료 인프라 부족이 부른 이 같은 진료 유출은 진료비뿐 아니라 교통·숙박 등 간접비까지 수백억원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김해시에 제출한 ‘김해공공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자료에 따르면, 김해시민의 44.8%가 외부 지역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2021년 기준 외부 진료비는 4444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1.1%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 20.8%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교통비·숙박비 등 간접 비용도 연간 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역 내 의료기관 부족으로 시민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하며 타지 병원을 찾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의료 인력 부족은 문제를 더욱 키운다.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기준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0.8병상으로 매우 낮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전국 평균 3.2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일수록 의료 인력 유입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로 인해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시민은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응급의료 접근성도 전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김해의 지역응급의료센터 30분 이내 도달률은 32.7%, 중환자실(ICU) 60분 이내 도달률은 40.3%에 그친다.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 상황에서 김해 시민은 출발선부터 불리한 조건에 놓여 있다. 구급차가 시외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골든타임은 속수무책으로 흘러간다.

 

공공의료망의 부재는 감염병 대응에서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김해에는 감염병 전문병원은 물론, 공공의료기관 자체가 전무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역 내 감염병 환자는 타지역으로 전원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됨으로 인해 김해 시민 다수가 불편을 겪었다. 김해시의 자체 대응 역량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전문가들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개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공의료원 설립을 포함한 중장기 대책이 없다면, 김해의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허목 김해시보건소장은 “김해는 이제 도시 규모에 맞는 의료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설립과 공공의료 중심의 응급·중증 진료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