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이 ‘중고차 성지’로 떠오른 건 단기간의 일이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중고차 상사는 6천개 가량, 종사자는 4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수원에선 292개의 등록 중고차 상사가 활동 중이며 이들 상사에서 일하는 딜러는 6천165명이다. 범위를 넓혀 딜러 외 종사자(사무직 등)를 포함하면 7천17명이 수원 중고차 업계에서 종사한다. 전국 대비 수원의 상사 수 비율은 5%, 종사자는 15%쯤 된다.
5% 가량의 수원 중고차 상사가 소화하는 중고차 거래 물량은 전국의 20%에 달하고, 상사당 일하는 종사자의 수 역시 전국 평균보다 많다. 수원 지역 상사가 전국 평균보다 많은 수의 거래량을 소화하며 종사자의 일감도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이처럼 수원이 ‘장사가 잘 되는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중고차 시장의 돈과 사람 모두가 수원으로 모인다. 중고차 시장에 있어서만큼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라’가 아니라 ‘모로 가도 수원으로 가라’가 맞다는 게 현장 종사자들의 말이다.
실제로 한국연합회 딜러매물공유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지난 4월 기준 매매건수 전국 1위에서 15위까지 업체 중 도이치오토월드에서 활동하는 상사가 11곳에 달했다.
도이치오토월드 상사들은 1위에서 5위를 휩쓸었고 순위권 내 2곳은 SKV1, 1곳은 또 다른 수원 대형매장 오토갤러리로 15위권 내에 수원의 중고차 상사가 무려 14곳이었다. 이마저도 순위권 속 서울 신월동 매매단지의 1곳이 경매출품매입전문회사로 중고차 소매업체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위 업체 전체가 수원 지역에 있었던 셈이다.
수원 중고차 시장 성장의 비결은 백화점식 전시 공간과 방송 촬영 공간이 꼽힌다. 수요가 많으니 유명 유튜버가 수원에 상주하고, 이들의 판매 마케팅을 통해 다시 수요가 창출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대부분 판매가 대형 집적 매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지난 2019년 12월 기준 수원의 중고차 종사자는 3천700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 기준으로 7천명 수준으로 90%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서울 종사자는 단 4.5% 늘었으며 4천182명이 일하던 인천은 3천80명으로 -26.3%가 급감했다. 같은 시기의 수원 소재 상사 수도 56.1%(187개→292개) 늘었다.
수원 중고차 시장 성장은 수원시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고차 판매가 세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고차 대당 평균 가격을 1천800만원으로 잡으면 대당 발생하는 취득세는 120만원 가량으로, 이를 지난해 수원 중고차 총 판매량에 곱해보면 3천억원 내외의 세수가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취득세는 타지역에 등록할 시엔 타지역에 귀속되기 때문에 지난해 수원시에 귀속된 취득세는 470억원 수준이었다. 이 규모의 세수라면 지역에 대기업이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과 동등한 효과를 낸다.
이에 대해 경기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수원시지부 측은 “수원 중고차가 깨끗한 이미지와 선진적인 매장 조건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것이 사실이다. 단지 유튜브만 잘했다기보다 매매상사들이 ‘허위매물’ 상사를 퇴출해 자정하고 지역 봉사를 펼치며 주민들 인식을 개선해 나간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