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잠들지 않은 시민은 광장을 지키고 끝내 계엄의 막을 내렸다.
◇1년 전 그날, 시민이 알았다= 계엄이 알려졌던 2024년 12월 3일 밤, 국립창원대학교 학생이자 윤퇴사동(윤석열 퇴진하면 사라질 동아리)의 회장이었던 김지현씨는 학교에 시국선언 대자보를 붙이다가 후배로부터 계엄 소식을 들었다. 계엄 이전부터 선후배들과 ‘윤퇴사동’을 만들어 1인 시위를 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기에 공포감이 앞섰다. “‘나 잡혀가는 거 아닌가’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어요. 거기다 80년대 일어날 법한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일어나니 어이도 없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김일식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당일 서울에 있었다. 계엄 소식을 듣자마자 국회의사당으로 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노조가 천막을 쳐 놓았던 집회 현장은 어느새 시민들이 마이크를 드는 성토 장소가 됐다. “군사 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우리 힘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 성토가 제일 많았죠. 계엄을 막고자 하는 뜨거운 염원이 느껴졌습니다.”
계엄 직후 류근창 삼계파출소장(당시 마산동부경찰서 경비계장)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경찰서로 복귀해 밤을 새웠다. 그러면서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렸다. “역사에 남을 불법 계엄이다. 경찰은 권력을 보호하지 말고 시민들과 국회의원을 보호하라. 지휘관은 부하를 내몰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계엄이 끝난 주말 경찰청 앞에 나와 내란 혐의로 고발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이후 1년, 민주주의는 돌아왔나= 계엄 이후 12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럼에도 ‘여전하다’는 성토가 들린다.
윤 정부 당시부터 계엄 이후까지 시국선언을 통해 ‘올바른 사회’를 외쳐 오던 유진상 창원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1년이 지나 분노의 감정이 희석되고 사회가 변하기를 바랐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특히 경남지역에는 어렵게 유치한 민주주의 전당을 산업화 독재 미화 전당으로 구성하고, 당시 내란 세력을 옹호했던 경남 정치인들은 반성 한 번 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엄을 주도했던 이른바 ‘내란 세력’의 처벌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유 교수는 “특검도 만료되어 가는 와중에 내란 세력이 한 명도 처벌받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계엄 사태가 발생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증폭된다. ‘내란 청산’은 그 세력의 마땅한 처벌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현씨 또한 “긴 시간 내란 특검으로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단 한 명, 한덕수 전 총리 15년 구형이다.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겼음에도 의아하다”이라며 “결국 현 정부는 광장의 힘이 내란 청산을 하라고 세워 놓은 것이다. 그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 세력의 정책 청산’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김일식 지부장은 “내란 세력이 만든 약자를 탄압하는 정책이 사라지리라 믿었다. 그러나 노동계의 경우 회계 공시가 윤 전 대통령이 시행령으로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12·3 계엄 사태’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 소장은 “당시에도 그렇고 여전히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많다. 과거 계엄을 한 번 겪어봤던 세대로서 그날 시민이 계엄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며 “계엄을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상처를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앞으로도 12·3 계엄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하고 연구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한편 12·3 계엄 사태 1년을 맞는 3일에는 경남 전역에서 ‘내란세력 완전청산’을 위한 시민행동이 이어진다. 창원에서는 500명이 결집해 행진하는 ‘경남대행진’이, 진주, 거제, 양산, 산청에서 ‘시민대회’와 ‘촛불행동’이 열린다. 사천은 ‘시민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