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은 정치권의 여파 수습에 대해 ‘미완’ 상태로 남겨져 있다고 평가한다. 혼란을 야기한 주동자들의 문책과 진상 규명이 더뎌지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학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과 위헌적 계엄의 반복을 막을 대책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비상계엄 직후 인천대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철홍 명예교수는 “첫 단추조차 제대로 채워지지 않았다”고 사태 1년 후를 진단했다.
6월 출범한 특검팀이 수사를 지속해 가담자들 대부분을 재판에 넘겼지만, 아직 책임자와 가담자들에 대해 선고된 판결 없이 1심에 머물러 있다. 특검팀은 오는 14일 공식적인 수사를 종료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엄 선포의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김 교수는 “혼란을 야기한 세력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단계는 하나도 진전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이를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제대로 수습이 안 되니 또다시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한 유학생 이모(30)씨도 “아직도 당시의 계엄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정부가 바뀌고 사람들의 마음도 안정되면서 당시보다는 많이 진정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한 판결이 내려져 주동자들에게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혼란이 완전히 수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지만,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차별과 혐오, 사회적 갈등은 여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그를 지지하는 집단의 모임인 ‘윤어게인’ 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19일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는 이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2일 오후 7시 서울대학교에서 12·3 비상계엄 이후 1년을 돌아보는 대학생들의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에선 지난해 계엄에 맞선 대학생 및 시민들의 얘기와 당시 논의된 의제, 앞으로의 과제 등이 논의됐다.
집담회를 연 변현준(서울대 사회학과·20학번)씨는“혐오를 조장하고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이들을 마주하면서,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아직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며 “윤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차별과 혐오정서를 완전히 몰아내야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회복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학자들은 위헌적인 계엄의 재발을 막을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개헌을 과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오랜 기간 헌법이 개정되지 않다 보니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한다. 헌법이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계엄 사태 이후 국민들이 원하는 헌법 개정안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결하고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인데, 현재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의 개헌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력 분산이나 정부형태 변화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사태 이후)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헌 논의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한 개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헌은 정치권의 실패를 헌법의 실패로 전환하려는 정치권의 잘못된 생각이다. 비상계엄은 국가 긴급 상황에는 여전히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