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순례길에서 만난 느티나무 잠시 쉬어가라 손짓하네 오래된 친구처럼 그늘을 내어주고 초록의 무덤들 사잇길에서 길고 먼 여행길에 부채를 펼친다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전설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 천년 넘게 푸른 들녘을 내려다보며 항아리에 거미줄로 새겨낸 실금의 시간 허무도 영화도 아닌 무덤 속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아라가야의 타임캡슐은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갇혀 비밀을 말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봉인되어 있다 잔디에 언뜻언뜻 풀꽃으로 피어나는 토기들 나뭇잎 속살까지 바람이 불어오고 그늘에 앉아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 가야인의 숨결이 된다 ☞ 함안 말이산 고분군은 1964년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도항리 고분군(사적 제84호)과 말산리 고분군(사적 제85호)으로 관리해 오다가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동일한 시대와 성격의 무덤들이 조성돼 있는 하나의 고분군으로써 2011년 7월 28일 사적 제515호로 통합·재지정됐다. 사적으로 지정된 지번은 도항리 484 등 562필지이며, 면적은 52만5221㎡로 가야시대 고분유적으로서는 최대급의 규모를 자랑한다. 말이산고분군의 출토유물은 토기 2010점, 철기 2479점, 장신구 3381점, 기타 91점 등 총
외도 갈매기들이 봄을 물고 와 쪼으면 바다는 아장아장 걸어가고 사랑한다는 당신의 언어가 나는 감사하다 봄볕에 천지창조 되새김질하는 절벽 유람선 물거품 꼬리 길게 잡고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당신의 마음 조각상이 되어 그림처럼 응답하고 정리되지 않는 일상(日常), 야자수에 걸어 놓으면 내 안으로 들어와 잠시 머무는 숨 이내 말없이 돌려줘야 하는 조바심으로 외로워지는 푸른 바다 거기 꿈틀대는 적록(赤綠)의 생명들 열정으로 빚어지는 축복의 행렬은 밖에 있어도 안에 있어도 홀로 있어도 꽃의 수다에 젖는다 파도가 봄을 물고 와 쏟아놓으면 꽃들은 아장아장 걸어가고 사랑한다는 당신의 언어가 나는 감사하다 ☞ 거제도와 4㎞ 정도 떨어져 있는 외도는 지리적 여건에도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하며, 강우량이 많아서 여러 가지 난대 및 열대성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맑고 푸른 바다에 둘러싸여 거제해금강, 홍도, 대마도 등을 관망할 수 있다. 1969년부터 소유자 (고)이창호, 최호숙 부부가 14만5002㎡의 부지에 희귀 아열대 식물 740여 종과 리스하우스 등 7동의 편의 시설을 설치하였으며, 1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곳으로, 지중해의 어느 한 해변을 옮겨 놓은 듯 이국적인 모
유채의 강 낙동강 철교 아래에 서서 유채꽃을 키우는 강을 보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마는 세상의 물결이 둑을 넘는 바람에 제방을 쌓고 꽃을 심어 봄의 기지개로 노란 지평선 가꾸고 청보리 튤립까지 품어 너른 품으로 산을 감싸 안아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꽃물결이네 영혼마저 초월한 꽃송이들 꽃향기로 찍어내는 가족사진 옆 향기에 취해 덩달아 돌아가는 풍차 바람개비가 감탄사로 춤을 추고 꿀벌과 나비는 먼저 안다 아픈 상처 다독이고 봄을 키워내는 강물의 깊은 뜻 낙동강 철교 아래에 서서 유채꽃을 피우는 강을 보고 있다 ☞ 2002년 태풍 루사로 낙동강 일대에 극심한 수해가 발생해 창녕군이 수해복구 사업을 하면서 주민 470여 가구를 이주시키고 제방을 축조한 후 하천부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유채꽃밭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 후 2006년 제1회 낙동강 유채 축제를 주최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유채 축제로 발전했다. 면적이 110㏊로 전국 단일 규모로는 최대의 유채밭이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창녕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낙동강유채축제를 취소하고 남지 유채단지와 개비리길도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시·글= 민창홍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