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록(綠) 페스티벌 한낮의 열기를 피해 조용한 숲으로 향해본다. 나무 그늘 아래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잎사귀 위에서 조용히 반짝인다. 발끝에 닿는 흙의 촉감, 코끝을 스치는 나무 향, 귓가에 울리는 바람 소리. 이 모든 것이 여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싱그러운 햇살이 파도와 부딪치는 바다도 좋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산의 여름도 참 좋다. 숲의 그늘 아래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조용히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휴양림 명소들을 소개한다. ■ 삼나무 향 따라 걷다, 마음까지 맑아지는 숲 절물자연휴양림 삼나무 가득 그늘 아래 ‘쉼’ 샘물 솟는 ‘절물’ 이름 유래 제주시 봉개동 해발 600m. 한여름의 무더위도 이곳에서는 숨을 고른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은 삼나무 숲에 스며들며 사라진다. 제주시가지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 절물자연휴양림은 삼나무로 가득한 그늘 아래서 ‘쉼’이라는 단어의 본질을 되묻는 공간이다. 절물휴양림이 품은 삼나무는 평균 수령이 40년을 넘는다. 곧게 뻗은 삼나무들이 만든 녹색 아치 사이를 걷다 보면, 숨소리마저 가볍게 느껴진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 이 문장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메밀꽃을 직접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메밀꽃’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소금’일 것이다. 흰 꽃이 들판을 덮는 그 모습은 실제로도 소금을 흩뿌린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풍경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다. ■ 늦봄의 하얀 숨결, 메밀꽃 뜨거운 계절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르는 이 시기, 제주 메밀밭은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물결로 여행객과 도민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햇살 아래 순백으로 반짝이는 꽃잎들은 바람결에 따라 일렁이며 고요한 시골길을 하얗게 덮는다. 누군가에겐 일상 속 쉼표가 되고, 또다른 누군가에겐 사진 한 장 속의 추억이 된다. 메밀꽃 한 송이는 손톱보다 작지만, 수백 송이가 모이면 들판 가득 눈송이처럼 퍼지고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하얀 소금을 뿌린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그 모습은 소박하지만 눈부신 꽃이다. 메밀꽃의 줄기는 속이 비어 있고 붉은빛이 감도는 연녹색으로 자라며 키는 40~70㎝에 이른다. 마디마다 부드러운 털이 자라 있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 제주 전역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매서운 늦추위가 물러나고 우리나라에서 봄소식을 가장 먼저 들려주는 제주에서의 벚꽃은 노을에 비친 바다의 물결처럼 연분홍의 부드러운 자태를 뽐내며 유혹한다. 벚꽃은 꽃 한 송이의 크기는 손톱 한 마디 수준으로 작은 편이지만 꽃가지가 무리 지어서 자라고 적어도 5~6송이가 한곳에 모여 피는 특성 탓에 제법 화려한 모양새가 된다. 또 꽃을 많이 피운 벚나무의 경우 멀리서 보면 연분홍색의 눈송이들이 쌓여있는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한 잎씩 지는 벚꽃은 만개 후 며칠 동안 나무를 가득 뒤덮다 꽃비를 흩날리며 떨어지는데 이 모습이 마치 봄에 내리는 따듯한 눈을 연상케 한다. 벚꽃(Oriental cherry)은 흰 벚꽃, 분홍 벚꽃, 왕벚꽃으로 나뉜다. 흰 벚꽃은 ‘순결과 결백’, 분홍 벚꽃은 ‘아름다운 인연과 사랑의 시작’, 왕벚꽃은 ‘새로운 시작’이다. 화려한 아름다움과 동시에 짧은 개화 기간으로 ‘덧없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벚꽃시즌을 맞아 제주 명소를 추천해본다. 3월말~4월초 도내 전역서 장관 연출 전농로, 가장 오랜 왕벚 가로수길 30일까지 축제, 야간 등불·각종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