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조각가협회 기획전 ‘불현듯 찾아와, 스치듯 사라지는’이 8월 2일부터 7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례 없는 복합위기 속에서 인류가 마주한 상실, 고립,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과 연대를 조각이라는 매체로 성찰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주조각가협회 관계자는 “오늘의 조각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감정과 무너지는 가치를 다시 불러오는 언어”라며 “이 전시는 단절과 폭력의 시대에 사랑과 평화를 회복하려는 예술가들의 간절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제주와 국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주조각가협회 소속 작가 40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전쟁, 기후위기, 사회경제적 양극화 등으로 요동치는 현실 속에서 마주한 인간 내면의 불안과 희망을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작품들은 ‘불현듯 찾아와, 스치듯 사라지는’ 감정의 파편을 붙잡아, 관객들로 하여금 사라지는 것을 응시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특히 전시는 제주라는 장소성에 주목한다. 중앙과 주변,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서 있는 제주라는 공간에서의 조각은 균형과 긴장의 은유로 작용하며,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환기한다. 전시를
갤러리제이원(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60)이 오는 4일부터 16일까지 권순창 작가의 개인전 '앨범(Album)'을 선보인다. 작가는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고 피하려 애쓰는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오히려 불안의 순간을 기록하고, 그로부터 실마리를 얻어 점토로 형태를 빚어낸다. 그리고 그 입체 작업은 다시 캔버스 위로 옮겨지며 불안이 응고된 찰나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그림을 통해 내부로부터 오는 불안을 스스로 다룬다"며 "날 것의 감정으로 정제되지 않은 채 휘갈겨진 선들은, 오히려 일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게워내듯 빠르게 쏟아진 낙서들과 다르게 점토로 빚는 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그 긴 시간, 나는 형태를 갖춰나가는 낙서의 의미를 곱씹고 그 감정의 잔재를 더듬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스', 'Mary Jane I·II', 'Lupa'를 포함한 20여 점의 회화·조형 연작을 볼 수 있다. 갤러리제이원 관계자는 "붉은 색면 위 떠오르는 백색 형상과 매끈한 점토 표면에 남은 손끝의 요철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여백은, 관람객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자리로 이끌 것"이라며 "흔들리지만 멈추지 않고, 불안
“우리가 찾아야 하는 건 호수에 던져진 돌이 아니야. 지금 이 순간 일렁이는 물결의 패턴이야.” 지난해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손보미 작가가 장편소설 ‘세이프 시티’를 출간했다. 이상문학상과 대산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수상한 손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현실화된 근미래, 철저하게 등급화된 도시를 배경으로 윤리적 딜레마와 권력과 진실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탐색한다. 소설은 여아 납치 사건을 수사하던 여성 경찰이 무고한 용의자의 거짓 자백을 받아냈으나 진범이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비극을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죄책감과 상사의 압박 속에 휴직한 주인공은 불면을 견디다 못해 구도심을 거닐다 화장실 파괴범과 여성 노숙자들이 대치한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다. 본능적으로 개입한 주인공은 중상을 입는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곧 시장이 원하는 ‘기억 교정술’의 첫 시험대상이자 대중 여론의 도구로 전환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아니야. 그건 나를 희생하는 거야.” 소설은 기억과 기술, 권력의 결합이 어떻게 한 개인의 정체성을 흔드는지 날카롭게 바라보며, 여성이 겪는 트라우마와 신체의 통제 불가능성, 사회적 고립 등을 조명
지역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으며 영화 출연 기회를 얻는 건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충무로로 상징되는 서울에서 멀수록 오디션도 멀기만 한 현실이다.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조차 그렇다. 제대로 된 캐스팅 정보를 제때 얻기 힘든 데다가 담당자를 만날 기회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배우만 그런 게 아니라 영화제작 현장에 필요한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려는 수단으로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요란하진 않아도 의미가 적지도 않은 ‘움직임’이다. ∎부산영상위 ‘셀프테이프’ 제작 지원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는 최근 부산지역 배우들의 연기 모습을 담은 셀프테이프(self-tape) 영상을 공개했다. 각자 개성을 살린 배우들의 자유연기 영상은 자신들이 직접 영화 캐스팅 담당자나 제작팀에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로 활용될 수 있게 실용성과 완성도를 갖췄다. 영상을 촬영한 이들은 지난해 영상위에서 시행한 ‘셀프테이프 콘테스트’에서 선발된 14명이다. 전체 지원자 35명 중 온라인 투표와 내부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 이들로, 지역 극단 등에서 꾸준히 연기를 하며 스크린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려는 지망생들이기도 하다. 일종의 영상 프로필인 셀프테이프는 각각 1~4
한 여름 정점에 선 이즈음, 대전의 문화예술 무대는 더위에 지친 일상에 신선한 숨을 불어넣는다. 국악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개량 피리의 무대부터, 시대의 흔적을 오롯이 담아낸 첼로의 멜로디, 차이콥스키가 전하는 숙명의 선율. 실험과 형식의 경계를 허문 연극 축제까지, 도심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네 개의 공연은 관객의 오감과 사고를 동시에 자극한다. 다채로운 무대들은 시민들의 감성을 일깨우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름, 감각과 사유를 자극할 네 개의 예술 무대를 소개한다. ◇ 국악의 변주, 피리로 엮어낸 여름 아침의 선율 이달 30일 오전 11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선 기획시리즈 K-브런치콘서트 '우·아·한(우리의 아침을 여는 한국음악)'의 전반기 마지막 공연이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음악 여행의 주인공은 피리 연주자 이영훈이다. 장새납과 대피리 등 개량 악기 연주에 독보적 존재감을 가진 이영훈은 전통 피리 음악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국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무대에선 재즈피아니스트 송지훈, 타악 수석인 이승호, 더블베이스의 최규원이 함께해 이색적인 앙상블을 구성한다. 프로그램은 민족적 서정이 담긴 '임
은은한 묵향(墨香)을 통해 서예술(書藝術)의 멋과 감동을 전하는 ‘2025 제주서예문화축제’가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문예회관 1·2·3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지회장 오장순)가 마련한 이 축제는 ‘제32회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회’(1전시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강시호 초청전’(2전시실), ‘2025 제주서협전’(3전시실)로 나눠 진행된다. 제주도서예대전 입상작품 전시에는 지난 5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공모를 거쳐 6월 17일 발표한 일반부 입상작 87점과 학생부 특선 이상 작품 24점 등 총 111점이 내걸린다. 제주도서예대전 초대작가 초청전에서는 서귀포시 법환동 출신으로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전국서화예술인협회 초대작가,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초대작가를 지낸 강시호 작가의 작품 30점이 선보인다. 강시호 작가는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필묵을 벗하며 한결하게 걸어 온 내공을 펼쳐보인다. 3전시실에서 열리는 ‘2025 제주서협전’은 한국서예협회 제주도지회 회원 44명이 출품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다. 행사 기간 27일 ‘제주서예문화 탐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탐방은 오전 9시 제주문예회관을 출발해 추사기념
다음 달 13~17일 열리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의 원형을 만날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를 주제로 축제 기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일대에서 닷새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 월드뮤직, 클래식, 대중음악, 어린이 프로그램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전통음악의 원형과 깊이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대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다.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딩 공연으로, 개막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매일 오후 3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3일에는 남상일 명창이 ‘수궁가’를, 14일에는 이난초 명창의 ‘흥보가’, 15일 윤진철 명창의 ‘적벽가’, 16일 염경애 명창의 ‘춘향가’, 17일 김주리 명창의 ‘심청가’가 무대에 오른다. 각 명창의 유파와 소리의 깊이를 비교하며 판소리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즉흥과 질서가 공존하는 산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산조의 밤’도 준비됐다.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30분 소리전
대한민국 대표 사진예술축제 ‘2025 동강국제사진제(DIPF 2025)’가 80일간의 일정으로 ‘사진마을’ 영월 일원에서 펼쳐진다. 동강사진마을운영위원회와 영월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고 영월군이 후원하는 이번 동강국제사진제는 지난 11일 전시의 막을 올렸으며, 공식 개막식은 18일 오후 7시 동강사진박물관 야외광장에서 마련된다. 전시는 오는 9월 28일까지 이어지며, 10여개의 기획 전시와 국제공모전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동강사진박물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동강국제사진제의 출발점이자 주 전시장인 박물관의 가치와 역사를 기리는 ‘아카이브 특별전’이 준비돼 있어 의미를 더한다. 2005년 개관 이래 동시대 사진의 플랫폼으로 성장한 동강사진박물관의 발자취를 기록한 이 전시는 ‘Museum Project(뮤지엄 프로젝트)’를 주제로, 국내외 사진문화사적 흐름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장(場)으로 마련된다. ‘동강사진상 수상자전’에서는 2025년 동강사진상 수상자인 사진가 원성원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돼, 사진의 지표성과 허구적 서사를 결합한 독창적 미학을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의 원본 현판 탁본이 발견됐다. 보물로 지정된 방화수류정 원본 현판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라진 상태였다. 15일 수원 화성박물관 등에 따르면 김세영 학예연구사는 지난달 서울 밀알미술관 특별전 ‘필경재가 간직한 600년: 광평대군과 그 후손들’ 전시장을 찾아 실견 조사한 뒤 사라진 방화수류정 원본 현판 탁본이 조선 왕실 후손 집안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원본 현판은 명필로 이름을 알린 조윤형(曺允亨, 1725~1799)의 글씨로 제작됐다. 그러나 18세기에 자취를 감췄고, 현재 방화수류정에는 1956년 김기승 서예가가 쓴 글씨로 다시 만든 현판이 걸려있다. 김 학예사는 “이번에 발견된 탁본은 사라진 원본 현판의 유일한 현존 탁본으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다”며 “소장자와 협의해 유물 복제를 허락받았고 내년에 원본 현판 탁본을 복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전 현대미술의 시작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 하반기 첫 기획전으로 '비상 飛上;'을 통해 지역 원로작가 4인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지역미술 조명사업'의 두 번째 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수집과 연구, 전시와 교육을 아우르는 '시립미술관 의의'를 재확인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영원한 깨달음과 진정한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이번 전시를 소개한다. ◇ 발전적 해체: 한국화의 뿌리를 다시 짚다 1-2전시실에서의 첫 번째 섹션 '발전적 해체'는 대전 한국화의 기틀을 닦은 세 명의 원로 화가 박승무, 조평휘, 민경갑의 예술세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통 수묵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로운 표현을 시도한 화가들이다. 박승무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근대 동양화단의 중심에서 활동하다 1957년 대전에 정착했다. 은둔적이고 탈속적인 삶을 살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한 그는 부드럽고 섬세한 필치로 설경과 산수의 고요한 정취를 표현했다. 남종화풍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안개 낀 산과 점묘식의 표현을 통해 자신만의 정서를 담아낸 작업은, 대전 한국화의 정신적 원류로 평가된다. 조평휘는 1932년 태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