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새와 캐초관의 각축장이던 고산평야 화산섬인 제주도는 밭담 천국이다. 제주선인들이 일궈낸 다양한 형태의 밭담은 이젠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영롱한 보물로 진화하고 있다. ‘흑룡만리 제주밭담’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밭 사이에 경계가 없어, 힘센 자들이 약한 자의 토지를 잠식하기에, (1234년) 김구 판관이 지역민들의 고충을 듣고, 돌을 모아 담을 쌓고 경계선을 구분 지으니 지역민들이 편하였다.’라고 탐라지(1653년)는 전한다. 이러한 역사적 농업유산인 밭담이 고산평야에선 잘 보이질 않는다. 이곳의 농경지는 대개 담이 없는 무장전(無牆田)이다. 돌담 대신 둑으로 밭의 경계로 삼았던 이유가 궁금하다. 고산평야의 무장전 주인들은 공동으로 감시인을 두어 농경지를 관리하였다. 마을에서는 농경지 감시인을 캐초관이라 불렀다. 고광민 제주민속학자가 펴낸 ‘제주 생활사(2016년)’와 ‘고산향토지(2000년)’에 의하면, 고산평야의 캐초관이 하는 일은 마을에서 기르는 농우들과 특히 기러기와 두루미가 농경지에 무단침입 하는 것을 감시하고 막는 역할이다.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까지 이 지역에는 소와 말을 키우던 목장인 모동장이 들어서 있었다. 모동장이 위치했던 차귀벵
걷기 여행 열풍을 이끌어온 제주올레길 탐방객이 2007년 9월 탐방로 1코스가 개장된 이후 1000만명을 넘었다. ㈔제주올레는 지난 1월말 기준 제주올레길을 걸은 탐방객이 1005만7084명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제주올레길 탐방객이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올레길 개설 이후 14년여 만이다. 1코스가 개장된 2007년 3000여 명이 걷기 시작한 제주올레는 해마다 탐방객이 늘어 지난해 12월말 기준 999만5710명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6만1374명이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2012년 26개 전 코스가 완성된 이후 제주올레 완주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전 코스를 완주한 탐방객은 4464명이다. 외국인 완주자는 46명이다. 지난해 완주자는 2020년 2778명보다 61% 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주올레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별도의 장비나 숙련된 기술 없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걷기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이 자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월 제주올레를 완주한 올레꾼 4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됐다. 제주올레를 걷게 된 동기(중복 응
일제강점기 일본인에게 빼앗길 뻔한 한라산을 학생이 되찾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3·1절 103주년을 맞아 학생들의 자발적인 독립운동이 빛을 발하고 있다. 1910년 경술국치(한일병합) 한해 전인 1909년 9월 15일 대한매일신보 1면 하단에는 ‘한나산 측량 제주한나산은 그 디방에 뎨일 명산뿐더러 거민의 이익이 불쇼(不少)…’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제주 한라산은 그 지방의 제일 명산일뿐더러 주민이 이익이 적지 않다. 금년 봄 일본인 중년이가 한라산 남쪽을 측량해 인허를 맡은 후로 제주 도민들은 산을 다 잃어버릴까 염려했다. 이 고을 의신학교 측량학도가 측량 경비를 조달해 음력 유월에 그 산을 수효대로 측량을 해 인허를 맡으면서 인민들은 대단히 다행으로 여겼다’는 내용이다. 당시 사료에 따르면 한라산 일부 구역은 기관·단체·개인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았고, 지적도마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의신학교(義信學校)는 1907년 제주군수 윤원구가 현 제주시 이도1동 오현단에 설립한 도내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다. 1911년 제주공립농업학교, 1951년 제주농업고등학교에 이어 제주고등학교(교장 고용철)로 교명이 변경됐다. 이 기사를 찾아낸 제주고 강영란 교사는 “일제
스페인을 대표하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특별전’이 열린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3월 1일부터 24일까지 인간의 욕망을 색다르게 탐구해 온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연다. 초기작 ‘나쁜 버릇’(1983)부터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까지 대표작 11편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채로 스크린을 물들인 그의 매혹적인 영화 세계를 만날 기회다. 알모도바르는 ‘페피, 루시, 봄’(1980)으로 데뷔한 이후 ‘정열의 미로’(1982), ‘욕망의 법칙’(1987) 등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신경 쇠약 직전의 여자’(1988)로 스페인의 대표 영화감독으로 부상했다.1990년대에 선보인 ‘하이힐’(1991), ‘키카’(1993), ‘비밀의 꽃’(1995) 등으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원색의 강렬한 색채와 기괴한 성적 유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연출 속에 정교한 구성과 낯설고 기발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했다. 과감한 설정으로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솔직하게 풀어내면서도 인간과 삶의 의미에 대해 성숙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공개한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34년(호적상)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시대의 이야기꾼으로 불렸다. 1990년 신설된 문화부의 초대 장관이 됐으며, 국립국어연구원·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 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고인은 20대 초반인 1956년 문단 원로들의 권위 의식을 질타하는 ‘우상의 파괴’를 신문 지면에 발표하며 평단에 데뷔했다. 1972년에는 월간 <문학사상>을 창간하고 1985년까지 주간을 맡았다. 또 고인은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인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등 수많은 저서를 펴냈다. 아울러 <장군의 수염> 등 소설과 희곡,
경남 합천군은 2022년을 다시 찾는 청정·안심·힐링 관광도시 합천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지역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상생하는 일상관광을 디자인했다. 합천의 대표 브랜드는 '水려한 합천'이다. 합천호와 황강의 맑은 물과 합천 8경의 수려함을 담았다. 올해는 수(水)려한 합천의 하늘(天)과 땅(地)과 자연(自然)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사계절 아름다운 '천지빛깔'로 합천관광을 브랜딩한다. ◆합천의 봄 ▷합천호를 따라 핀 백리벚꽃길=합천 8경 중 하나인 백리벚꽃길은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 벚꽃이 만개할 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봄바람이 살짝 불어오면 차량에 탑승한 채 흩날리는 벚꽃 아래 영화속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반려동물 동반 여행으로도 좋다. ▷마음을 다스리는 황매산 기적의 빛깔=드넓은 초원과 꽃능선, 바위선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풍경과 하늘과 맞닿은 해발 1000m 고지에서 드넓은 진분홍빛 산상화원이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 펼쳐지는 황매산은 정상까지 자동차로 편하게 갈 수 있고 꽃이 피는 철쭉군락지 일대도 평탄해 어린 아이와 노부모도 함께 즐기기에 좋다. ▷황강 마실길을 따라 걷다보면 만나는 작약 꽃 빛=황강 마실길은 짧게는 25분, 길
'오징어게임' 이정재 미배우조합 남우주연상 수상, 정호연은 여우 주연상 수상. 스턴트 부문 앙상블상도 수상. bigandy@daejonilbo.com 유재광기자
지난 26일 별세한 ‘시대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문학, 언론, 학문, 출판, 문화 기획, 행정 등 다양한 방면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변화의 시기마다 특유의 혜안과 통찰로 시대정신과 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20대 초반 문학 평론으로 문단에 등단한 고인은 평론가 외에도 소설가, 시인 등 문인으로 활동했으며 대학 교수로, 문학 이론가로도 탁월한 자취를 남겼다. 그의 활동은 문학의 경계를 넘어 언론 분야에서도 두드러졌다. 고인은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비롯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당대 최고 논객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1958년 서울대 국문과 동기였던 강인숙 건국대 명예교수와 결혼했다. 지금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영인문학관은 고인과 부인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다. 고인은 이곳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시대의 지성’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고인의 사유와 저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우상 파괴’, ‘한국인’, ‘문화’, ‘디지로그’, ‘창조’ 등으로 집약된다. 그를 문단과 지성사에 명확하게 각인시킨 것은 데뷔작 ‘우상의 파괴’였다. 고인은 이 평문에서 당시 문단의 거두였던 김동리를 비롯한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는 시대.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전성기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TT는 이제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전달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에서 확장해 기획과 제작, 특화된 분야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OTT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시도를 한 곳이 바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영화시장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시작된 OTT 'VoDA(보다)'는 다큐멘터리만 볼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인 동시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자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도 지원 다큐멘터리 플랫폼 '보다' 수익 80% 창작자 전달 '공익적 구조' 무엇보다 '보다'의 가장 큰 특이점은 창작자 중심의 수익구조이다. 현재 '보다'는 월정액제가 아닌 개별 작품 단위로 결제되는 구조로 운영되며, 수익의 80%가 창작자에게로 간다. 공익적 OTT인 셈이다. 사실상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허은광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장은 "향후 2~3년간 계속해서 플랫폼을 업데이트하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운영해 나가야
의령군이 세계적 기업인 삼성그룹과 관련해 추진 중인 공립미술관 설치 및 호암문화예술제 개최 등 두 가지 프로젝트가 가시화되고 있다. 의령군은 지난 24일 군청 2층 회의실에서 ‘(가칭)의령특별전시관 건립 기본구상’과 ‘(가칭)호암문화예술제 기본계획 수립’ 용역 보고회를 잇따라 개최했다. 두 보고회는 오태완 군수가 주재했으며 관계 부서장과 경남연구원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의령군은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 유치를 위해 공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본받기 위해 호암문화예술제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의령군은 ‘이건희 기증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서울 건립 결정으로 무산된 꿈을 공립미술관 설치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평생 모은 국보급 고미술품 등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 고향인 의령에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의령군은 의령특별전시관 건립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 유치는 물론이고 의령의 회화 미술, 조소, 도예 등 뛰어난 활약을 하는 지역 작가의 작품을 알리는 상설 전시관을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의 ‘혁신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