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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여전히 진행중인 80년 ‘민주주의의

봄’광주비엔날레 5·18 40주년 ‘MaytoDay’ 서울전 6월 3일~7월 5일 선재아트센터
독일 큐레이터 우테 메타 바우어 총괄 기획
“5·18은 어떻게 민주화의 ‘길’ 되었나 조명”
역대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아카이브·사진
강연균·노순택 등 5개국·26팀 190점 전시

 

‘민주주의의 봄’(Spring of the Democracy)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건 1980년 5월 20일 ‘민주항쟁의 성지’ 도청 앞 광장과 분수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한 이창선 전 기자의사진이다.

배영환 작가의 작품 ‘유행가:임을 위한 행진곡 ver.2’를 구성하는, 광주 시내 어디선가 떼어낸 보도블럭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한자씩 새겨져 있다. 10여개의 작은 모니터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과 창가 옆 화분이 교차돼 보여진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출품 당시 오월 항쟁 기록 등을 영상으로 보여줬던 작가는 새로운 버전에서는 관심과 인내와 노력으로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암시한다.

 

 

강연균 작가의 ‘하늘과 땅 사이 1’은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이들, 그들을 품에 안고 슬픔에 절규하는 이들, 공포에 빠진 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1981년 서울 신세계갤러리에 처음 전시돼 큰 충격을 안긴 작품은 1997년 제2회 비엔날레에도 출품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 연작은 옛 5·18묘역에 놓인 희생자 영정 사진을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촬영한 작품이다. 교복을 입은 한 소년의 모습이 시간이 흐르면서 풍화돼 사라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은 기억하는 것, 잊혀지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재)광주비엔날레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정신’의 동시대성을 탐색하고자 기획한 ‘MaytoDay(메이투데이)’의 서울전시 ‘민주주의의 봄’(7월5일까지)이 선재아트센터와 나무아트에서 열린다. 오는 3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지난 28일 열린 기자회견에는 목판화 섹션 기획을 맡은 김진하 큐레이터와 권승찬·임민욱·노순택 등 참여작가들이 함께 자리했다.
 

독일 출신 기획자로 이번 전시를 총괄한 우테 메타 바우어는 싱가포르 자택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전시 의도 등을 밝혔다. 20여년전부터 수차례 광주를 방문한 바우어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전시를 기획하며 압박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카이브 자료를 챙기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5·18이 어떻게 한국 민주화에 이르는 ‘길’이 되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성취를 이루었는지 들여다 보려 했다”며 “다양한 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의 지도를 보여주고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행중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광주비엔날레는 5·18 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설 당시부터 오월정신의 구현을 주요 목표로 삼았고 지금까지 12회 행사를 개최하면서 ‘5월’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시켰다. 이번 전시는 역대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을 재조명하고 당대의 아카이브 자료와 판화 작품들을 함께 전시하는 기획이다. 전시에는 5개국 작가 및 연구자 26명(팀)이 참여해 190여점을 선보인다.

1996년 오형근 작가가 선보였던 ‘광주이야기’연작 시리즈의 출발은 5월을 다룬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의 현장 사진 촬영이었다. 당시 전남도청에서 재현된 5·18 시위장면 촬영에는 광주시민들이 300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그는 영화 촬영을 담은 스틸 사진과 함께 당시 현장에 모였던 ‘일반 시민들’의 모습도 앵글에 담았다. 오 작가의 작품 바로 뒷면엔 이창성·나경택 등이 찍은 당시 보도사진이 전시돼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재현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이 든다.

제10회 광주비엔날레(2014) 개막식 생중계 퍼포먼스로 공개된 ‘네비게이션 아이디·X가 A에게’을 재편집해 전시한 임민욱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애도받지 못하는 존재, 애도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광주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권승찬 작가는 전시장을 가로질러 오른편과 왼편에 똑같은 포즈를 취한 군인과 시민의 모습을 담은 ‘거기 2’를 전시하며 홍성담 작가는 오월 항쟁을 다룬 목판화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또 ‘마지막 간판쟁이’ 박태규 작가는 가상의 영화 ‘광주 탈출’의 포스터와 입간판 등을 전시하고 있다.

구 전남도청 광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한 2층의 전시공간은 익명의 사람들, 이름 없는 망자들의 목소리를 재조명하는 공간이다. 5·18재단 등과 협력해 마련한 사진·영상과 함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당시 취재 자료, 미국 행정부를 최초로 폭로한 미국 기자인 팀 셔록의 자료를 비롯해 서적 등을 통해 관람객이 당시 역사 현장의 기록들을 직접 탐색하게 한다.

이 곳에서는 광주 출신 작가들의 목판화도 만날 수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당초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규모 목판화 전이 취소되면서 ‘항쟁의 증언’이라는 섹션으로 이번 전시에 일부 편입됐고 나머지 작품은 인사동 나무아트갤러리에서 ‘광주 오월목판화-항쟁의 증언’(30일까지)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조진호·한희원·이상호·정희승·이강하 등이 참여했다.

‘메이투데이’는 다국적 프로젝트다. 타이페이, 쾰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전시는 9월 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통합전시를 선보이며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전 세계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식 홈페이지(www.maytoday.org). 전시관람은 예약제로 진행된다.

/서울=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