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열리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2월21일~5월9일)는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고 샤머니즘, 치유, 억압된 역사 등에 대한 동시대의 현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18일 스리랑카 콜롬보와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나타나샤 진발라, 데프테 아야스 공동예술감독을 영상으로 연결해 발표한 참여작가 명단에는 핀란드 등 북유럽 원주민의 삶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는 작가 등 지금까지 비엔날레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목소리로 발언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 특징이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49개국 69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두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의 키워드 중 하나가 다양성이며 서구 주류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경계를 허물고 내부인과 외부인, 합법과 불법,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해 마음을 확장하고 포용적인 예술적 실천을 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무속신앙 등 전세계 샤머니즘을 소재로 작업하며 ‘치유의 힘’을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도심 속 사찰 무각사(주지 청학스님)엔 가을이 한창이다. 붉게 물든 단풍과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어우러진 절집엔 신자 뿐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느끼려는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지금 무각사에서는 석불조각가 오채현(58) 작가의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내년 10월말까지 1년간 진행되는 대장정으로 작가는 25t트럭 6대로 파주 작업실에서 작품을 싣고 왔다. ‘돌에 새긴 희망의 염화미소’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인간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친근한 부처님을 만나, 그 미소에 위안을 받는 전시다. 아름다운 경내 곳곳과 로터스갤러리 1층에선 모두 50여점이 전시중이다. 경주 출신으로 경북대를 거쳐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한 오 작가는 거친 화강석으로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낸다. 바티칸한국대사관에 설치된 한복 입은 성모상을 제작했고 월정사 ‘Happy Buddha’전 등을 통해 한국 불교미술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았다. 무각사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 속 부처님은 멀리 느껴지지 않는다. 경외심보다는 친근함과 따뜻함이 먼저 느껴지고 온화한 미소를 접하면 빙그레 웃음이 번진다. 소설가 윤후명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이 다음엔 또 어떤 작품을 만날까?” 호기심과 기대로 설레는 전시장이라니. 그것도 늘 부담감과 무거움에 짓눌리곤 하는 ‘5월 관련 전시’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전히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고, 때론 아프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지만 유쾌하고 다채로운 표현방식으로 전달되는 작품은 관람객들을 전시 깊숙이 끌어당긴다. 전시장에 들러 누군가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고, 신음하는 돌덩이에 귀를 대보고, 수도꼭지를 틀어 시낭송을 들었다. 황무지에서 만나는 풀 한포기의 놀라움처럼, 전시 개막 당시 ‘씨앗’에 불과했다 ‘꽃’을 피워낸 작품을 만날 땐 경이로움을 느꼈고, 쌀 한봉지를 받아들고 전시장을 떠났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전승보)이 주최한 5·18 40주년 특별전 ‘별이 된 사람들’(2021년 1월31일까지)전이 기존 5·18 전시의 틀을 깬 과감한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지역에서 열리는 5월 관련 전시는 익숙한 구성과 패턴이 많았다. 이번 전시는 직접적인 고발 중심의 리얼리티 묘사 대신 은유와 암시로 광주정신의 ‘미래’를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많고,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관람객의 참여와
오월항쟁의 현장인 옛 국군광주 병원 본관의 작은 성당에 들어서면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른다. 가을햇살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오래된 스태인드 글래스를 배경삼아 얽히고 설킨 실타래와 한글 등 다채로운 언어로 번역된 성경 구절이 적힌 종이가 만들어낸 터널 사이를 지나면 잠시 그 때로 돌아가는 듯하다.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 ‘신의 언어’다. 외국의 어느 도시. 바이올린·기타 선율과 두 남녀가 부르는 ‘오월의 노래’에 맞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춤을 춘다. 홍영언 작가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차용해 만든 안무다. 쾰른의 젊은이들은 오월광주의 모습이 담긴 판화를 직접 찍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은 광주로 이어진다. 또 홍콩 민주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대만 청년작가들의 목소리도 만난다. 1980년 5월의 기억이 시대와 장소를 넘어 광주에 당도했다. 역사의 목소리를 재구성해 새로운 작품들이 만들어졌고, 전 세계에 발신됐던 민주 정신의 흔적이 담긴 작품들이 다시 광주로 모여들었다. 40년의 기억 소환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다. (재)광주비엔날레가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별전 ‘MaytoDay’(메이투데이)
영산강문화관은 해마다 다양한 주제로 문화제를 열어왔다 .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유서깊은 남도 역사, 사회, 정치, 종교, 민속, 문학,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문화예술과 인문적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진행해온 행사다. 지금까지 ‘민속’과 ‘문학’, ‘누정’을 주제로 행사가 열려 큰 호응을 얻었다. K-water 영산강보관리단(단장 신창수)과 ㈜워터웨이플러스 영산강문화관(관장 김창호)은 10월 한 달간 ‘제4회 영산강문화제-강&그릇’를 개최한다. 인류의 정착 과정에서 저장과 조리를 위한 용기로 사용된 그릇은 의미 있는 형태와 무늬를 넣어 의식문화를 표현하기도 했다. 영산강변에도 고유의 문화가 담긴 다양한 그릇이 출토됐고 이번 문화제에서는 그 면모를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영산강 문화제는 비대면 행사로 진행한다, 우선 기획전은 내부 전시관이 휴관인 관계로 건물 외벽에 대형 사인그래픽 형태의 전시를 진행한다. 가로 10m가 넘는 대형 사인그래픽을 외벽에 전시, 문화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전시를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영산강유역에서 발견된 대표적인 그릇을 지도와 함께 이미지로 볼 수 있으며 주말에는 문화안내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영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고향 함평에 지은 ‘호접몽가(胡蝶夢家)’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장자의 사상을 건축으로 구현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윤경식(63·(주)한국건축 KACI 회장) 건축가가 설계한 ‘호접몽가’가 세계건축협회가 수여하는 제35회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2020)을 수상했다. 윤 건축가는 서울 삼각산 도선사의 ‘소울 포레스트(소울림)’로도 상을 수상해 한국인 최초로 2관왕을 차지했다. 세계 건축상은 현대 건축담론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혁신적이고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를 조명하는 상으로 올해는 53개국 243명의 건축 관련 저명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모두 10점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세계 70개국의 건축, 시사, 경제 잡지 등에 소개되고 각 대학 교재및 전문기관 연구자료로 쓰이게 된다. 윤 건축가는 올 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상인 ‘독일 if디자인어워드 2020’에서 장성 백양사 ‘영혼의 힐링하우스’와 서울 ‘사랑빚는 교회’로 한국 건축가 최초로 건축 부문 2개의 본상을 동시 수상했다. 특히 ‘영혼의 힐링 하우스’는 국제건축대상(International Archit
올해는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5월 정신을 모태로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광주 정신의 동시대성을 탐색하기 위해 내년까지 다국적 프로젝트 ‘MaytoDay’(메이투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전시 일정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MaytoDay’는 올해 대만 타이베이(5월 1일 ~ 7월 5일)를 시작으로 6월 서울(6월 3일 ~ 7월 5일), 7월 독일 쾰른(7월 3일 ~ 9월 27일)에서 순차적으로 관람객들을 만났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시는 코로나 19로 내년 개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서울, 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쾰른의 전시들을 한 데 모아 1980년 이후 현재까지 축적된 광주정신의 다양한 시선을 만나는 광주 전시가 오는 10월 14일부터 11월 2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창조원 5관, 민주평화기념관 3관)과 2018년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으로도 활용됐던 옛 국군광주병원,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각 전시의 주제들인 ‘민주주의의 봄’(서울),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대만), ‘광주 레슨’(쾰른), ‘미래의 신화’(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한 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로 ‘MaytoDay’의 기획의도였던 민
‘우리동네 비엔날레.’ 한 동네에 살고 있는 예술인과 상인, 주민이 함께 만드는 미술 축제가 열린다.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최되는 양림골목비엔날레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침체된 양림동 상권에 예술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이벤트다. 2020양림골목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정통적인 의미의 예술공간 뿐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카페, 식당 등에 지역 예술인의 작품을 소규모로 전시, 마을 곳곳을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주제전시-영업中’에는 도로시, 라봉커피, 마리오셰프, 메타포, 양림148, 양인제과 등 18곳의 카페와 식당이 참여했다. 참여 작가는 김영태, 다음, 박구환, 신수정, 양경모, 이승하, 이이남, 이조흠, 정운학, 최순임, 한부철, 한희원, 황인호 13명이다. 또 행사 기간 중에는 윤회매문화관, 이이남스튜디오, 한희원미술관, 갤러리고철,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등 10곳 이상의 사립미술관과 작가 작업실 등 문화공간도 방문해 볼 수 있다. ‘기획전시-임대展’은 빈 점포 4개소에서 청년 예술인들이 작품을 쇼윈도 전시하거나, 공간을 활용한 아카이빙 프로젝트 등 실험적 시도를 통해 주민, 관광객에게 특색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19사태는 문화 예술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와 지자체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과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공미술을 모티브로 한 기획이 진행돼 눈길을 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지난 7월부터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미술’을 진행중이다.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민과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체프로그램도 운영되며 최종 사업 마감은 내년 2월이다. 모두 980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전국 228개 자치단체에 각 4억원(시비·구비 각 4000만원 포함)씩이 배정됐다. 각 프로젝트마다 최소 37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해야 하며 예술가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전체 사업비의 55% 수준이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예술인 지원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일부 공공미술 작품 중에는 오히려 도심 풍경을 해치는 애물단지들도 많았던 점을 감안, 세심한 기획과 작품 제작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 자치단체들도 자칫 골칫거리로 전락하지 않고 공공미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장소
“나도 예술가가 되어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진행하는 ‘미술주간’행사는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미술 축제다. 멋진 미술관 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술에 한발 더 다가가는 행사는 여행과도 접목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신의 삶이 예술’을 슬로건으로 열리는 ‘2020 미술주간’ 역시 전국 300여 개의 국·공·사립미술관, 갤러리, 비영리전시 공간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최대 규모의 미술행사로 꾸려진다. 특히 올해 미술주간은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일상 속에서 미술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VR 전시관’, ‘미술여행 브이로그’, ‘캠페인 영상 시리즈’, ‘책으로 만나는 미술’, ‘집에서 즐기는 판화놀이’ 등의 온라인 콘텐츠를 대폭 확대했다. 온라인 상에서 누구나 참여해 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챌린지 행사 등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속 일상을 예술로 채워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즐거움을 전달하는 기획이다. ‘2020 미술주간 챌린지-창의로운 미술생활’은 미술주간이 선정한 국내 주요 미술작품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