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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리뷰] 익숙함과 참신함의 만남

여균동, 이난, 신수원 등 기성 감독 복귀작
고봉수, 남궁선, 이동은 등 젊은 감독 신작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섹션을 통해 한국 영화계를 가꿔나가는 감독들의 실험과 도전이 모였다.

여균동 감독의 ‘저승보다 낯선’, 신수원 감독의 ‘춤, 바람’, 이난 감독의 ‘테우리’ 등 기성 감독들의 통찰력을 마주할 수 있는 복귀작을 비롯해 고봉수 감독의 ‘근본주의자’, 남궁선 감독의 ‘여담들’, 이동은 감독의 ‘포스트 잇!’ 처럼 21살 영화제를 닮은 젊은 감독들의 재기를 볼 수 있는 신작이 시선을 끈다. 이 작품들은 온라인과 장기상영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생의 스트레스’ 과거를 기억하다
 
여균동 감독은 2018년 ‘예수보다 낯선’에 이어 두 번째 낯선 시리즈를 선보이며 또 한 번 ‘감독’ 역할을 연기했다. ‘저승보다 낯선’ 속 ‘나’의 육신은 병원 중환자실에 있지만 정신은 텅 빈 벌판을 돌아다닌다. 고요한 세계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시시콜콜 말도 많은 ‘놈(주민진 분)’이 등장하며 그 평화는 멈추는 듯하다. 두 ‘영혼’은 생의 기억을 되새기며 끝없는 대화로 극을 이끌어간다. 내공이 깊은 두 남자의 연기를 집중하며 따라가다 보면 여기가 지구인지, 그 너머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여 감독은 ‘지구보다 낯선’ 이 세상에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신수원 감독의 ‘춤, 바람’은 현대인들에게 삶의 무게를 털어버리고 새 바람을 맞이하라고 손짓한다. 2015년 작품 ‘마돈나’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신 감독은 해외문화홍보원에서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 ‘춤’은 일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자 더 나은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는 몸짓의 표현이 된다. 신비한 바람이 이끄는 그곳엔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 상사도, 실적에 대한 압박도 없다. 오로지 나 자신뿐. 개구쟁이 소년 같은 바람과 함께 순수하게 나를 마주한다.

1996년 ‘스윙 다이어리’로 감독에 데뷔한 이난 감독의 ‘테우리’는 7년 만의 복귀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억압적인 존재와의 싸움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애도하고 있다. 25년 전 청계천의 한 공장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그 실체를 밝히는 과정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그린 것. 드러나지 않는 과거의 비밀을 따라가다 보면 픽션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 지점에서 영화는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로 이어진 아픔을 상기시키고 있다.



하고 싶은 일·할 수 있는 일
 

 

전주국제영화제에 꾸준히 출품하고 있는 고봉수 감독은 신작 ‘근본주의자’ 로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승환과 진주에게 삶이란 좀처럼 맘대로 풀리지 않는 숙제 같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일상 속의 작은 악당들은 이들의 자존심을 손바닥 위에 두고 제멋대로 쥐고 흔든다. 승환은 애꿎은 담배만 만지작거리고 진주는 입을 굳게 닫아버렸다. ‘규정속도’를 지키고 싶은 이들의 삶에 ‘파격’이란 명분으로 폭력을 가한다.

남궁선 감독의 ‘여담들’에는 상실의 아픔을 겪은 청년들이 등장한다. 휘종은 주차 요원으로 일하던 공터에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백수가 됐고 예은은 퇴사 이후 연인과 이별했다. 흔들리는 일상에서는 모든 감각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걸음걸이마저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마치 경로를 이탈한 스포츠카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멈춰선 청춘들의 삶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잘하는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은 욕심일까. 머리아픈 고민을 하는 와중에 귓가를 때리는 음악은 발랄하고 평화로워 얄밉기까지 하다.

아이들의 소원으로 우리 사회의 가치를 돌아보는 이동은 감독의 ‘포스트 잇!’을 보면 ‘진짜’에 대한 답이 그려진다. 자매가 바쁜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다른 아닌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이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양말에 담겼으면 하는 선물을 이야기하듯 자매는 설레는 맘으로 이것 저것 적으며 사이좋게 논다. 아마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에 대한 질문과 답을 스스로 하며 아이들은 한 뼘 더 크고 있었을지 모른다.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