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제26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9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영화산업 침체라는 위기 속에서도 실험 정신을 잃지 않은 영화제는 독립과 대안이라는 정체성을 입증하며 전주의 봄날을 영화로 물들였다.
올해 영화제는 감독들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민주주의 가치를 되묻는 도전적인 작품까지 더욱 풍성해진 작품들로 관객과 만났다. 특히 대중성과 시의성을 강화한 특별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의 약진이 돋보였지만, 줄어든 부대행사와 현장 예매 분 배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영화제는 이날 폐막식 행사 이후 김옥영 감독의 <기계의 나라에서>를 상영하며 막을 내렸다.
△관객 7만 명 모으며 성공적 마침표
올해 영화제는 57개국 224편의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됐다.
좌석 점유율은 81.6%로 지난해 79.3%에 비해 2.3%포인트 늘었다. 586회 차 상영 중 지난해보다 67회 차 늘어난 448회 차가 매진됐고, 공식 행사에만 7만 명 이상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대행사인 골목 상영도 총관객 수가 약 4500명을 달성하며 지난해(1797명)보다 약 2.5배 이상 증가했고, 100필름 100포스터 역시 작년 대비 4000명이 증가한 약 3만3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폐막식 전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배창호 감독과 크리스토퍼 페팃 감독, 몬세 트리올라 프로듀서, 페드루 코스타 감독 등 거장을 모시고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며 “영화제가 창작자들이 세상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영작 티켓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올해 상영작은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클래스 상영, 관객과의 대화, 무대 인사 등 프로그램 이벤트는 지난해보다 17회 증가한 267회가 진행됐고, 847명의 게스트가 관객과 소통했다. 문제는 예년과 달리 현장 예매 없이 온라인으로만 예매가 이뤄지다보니 현장을 찾은 관객 다수가 발길을 돌리는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장성호 사무처장은 “개막일을 제외하면 9일가량 영화 상영을 한다. 상영 일자를 늘리던지 좌석 수를 늘려야 한다”며 “현장 예매가 없어진 부분에 대한 불만이 있었는데 어떤 게 최선인지는 영화제 끝나고 고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독립영화의 집이 개관한다면 내후년부터는 독립영화의 집을 활용할 수 있어 좌석 확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예산 문제, OTT 활용 방안 고민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와 동일한 56억 원의 예산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갑자기 1억 5000만원의 예산을 삭감하면서 영화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영진위 예산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되기 직전에 발표가 되는데 예산이 갑자기 깎였다”며 “1억 5000만원은 영화제 예산에서 매우 크다. 시 예산 확대로 균형을 맞췄지만 매년 이렇게 평가할 것이 아니고 전주, 부산, 부천 등 주요 영화제는 3년 혹은 5년 주기로 일정 금액이 정해져서 계획에 맞게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으면 한다”로 토로했다.
OTT 확산에 따른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는 OTT를 배척하지 않는다. (영화제에서) 특별 상영으로 박하경 여행기나 당신의 맛을 소개하기도 했다”며 “OTT에 대해서도 여러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