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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신팔도명물]내설악 칼바람·깨끗한 눈·맑은 햇볕 머금은 '겉바속촉'의 진수

인제 용대황태

 

 

수은주가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가
찾아온 1월 중순 어느 날. 하얀 입김을
토해내자 당장이라도 '쩍' 소리를
내며 하얗게 얼어붙게 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그런 날이다.칼바람에 온 사방은 눈까지 쌓여 마치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인제군 북면 용대리.
여기가 대한민국 황태의 메카다. 해발 1,700m가 넘는 백두대간 설악산 안쪽 부분에 자리한
용대리 황태마을 사람들은 올 들어
첫 추위가 찾아오자 얼굴에는
오히려 활기가 돌았다.

“올해는 날씨가 추워 황태가
풍년이겠어. 추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황태덕장에 명태를 내거는 이른바 덕걸이를 하고 있는 다리골황태덕장 김재식(61) 대표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그는 20여년째
한곳에서 황태덕장을 운영하고
있다. 용대리 덕장 사람들에게 추위는
반가운 손님이다. 최상급 황태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강추위이기 때문이다.

해발 1,700m 이상 백두대간서 덕장 운영
한철 3천만마리 생산 주민들 주요 소득원
영하 20도 강추위 맛좋은 황태 기본 조건

얼었다 녹은 눈에 젖고 바람·볕에 말리며
4개월간 건조기간 버텨 쫄깃·고소함 갖춰
매년 5월께 축제 올해는 개최여부 논의중


지리적으로 용대리 황태마을은 46번 국도인 진부령과 56번 지방도 미시령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명태를 잡아 냉동된 상태로 운반해 와 덕장에서 말리면 황태가 된다. 지대가 높고 추위 등 기후적인 영향으로 용대리 150여 가구의 주민들은 일찌감치 밭농사와 함께 황태를 가공해 팔아 주요 소득원으로 삼고 있다.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가공 및 생산되는 용대황태는 생산량만큼이나 맛도 으뜸으로 꼽힌다. 고소하고 단백한 맛과 쫄깃한 육질은 구이와 황탯국, 채로 만들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용대황태는 용대리 일대 약 20만㎡, 6만2,000여평 부지에 있는 20여개 덕장에서 만들어진다. 11월에서 이듬해 4~5월까지를 한 철로 볼 때 약 3,000만마리의 명태가 용대리 황태마을에서 황태로 변신한다. 예전에 동해에서도 명태가 잡혔지만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한류성 어류인 명태는 북태평양 오호츠크해 및 캄차카해역으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용대리 황태마을로 들어오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이다. 부산항으로 들어온 명태는 배를 가르고 냉동 보관한 뒤 12월 말께 덕장으로 옮겨진다. 덕장에서 4월까지 약 4개월간 말리는 기다림을 거쳐 황태로 탄생한다.

용대황태의 유래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은 1960년대 말 용대리에 황태덕장이 만들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함경도 원산이 주산지였던 명태가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난온 함경도 사람들이 망향의 한을 달래기 위해 고향의 맛을 찾다 함경도와 날씨가 비슷한 진부령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어 먹은 것을 기원으로 본다.

용대황태가 맛있는 이유는 눈, 바람, 추위로 꼽는다. 세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품질 좋은 황태가 만들어지는 만큼 덕장 사람들은 황태산업을 흔히 '날씨와 동업한다'고 한다. 영동과 영서의 경계면인 용대리는 지역적 특성으로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린다. 고지대로 겨울철 기온도 낮고 바람도 거세다. 영하 15도와 영하 2도를 오르내리는 동안 덕장에 걸린 명태에 쌓인 눈이 얼었다 녹으면서 명태에 수분을 공급한다. 수십 차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게 되면 그만큼 쫄깃한 맛을 내게 된다. 이때 강한 바람은 명태를 잘 마르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바람이 없으면 명태가 마르지 않아 상하게 된다.

최적의 기후 조건으로 잘 마른 황태의 겉은 바삭한 촉감이지만 속살은 부드럽다. 갖은 양념으로 황태를 재워 구워내면 황태구이가 된다. 채로 만들어진 살을 들기름에 살짝 볶은 뒤 무와 콩나물, 두부 등을 넣고 끓이면 뽀얀 국물을 내는 황탯국이 된다. 황탯국은 술꾼들 사이 최고의 해장 음식으로 꼽힌다.

용대리에서는 해마다 5월 말에서 6월 초를 전후해 황태축제를 연다. 황태의 건조 과정을 체험하고 용대리 주민들의 인심과 정도 느낄 수 있는 자리로 매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축제 개최 여부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대한민국 청정 힐링의 고장 인제에서 겨울철 별미 황태 요리를 맛보는 것도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주는 위로가 아닐까.

인제=김보경기자

TIP! 용대황태와 인제 100배 즐기기

■백담사=인제에 와서 용대황태만 맛보고 간다면 왠지 아쉽다. 대한민국 대표 힐링의 고장 인제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다. 황태로 배를 채웠다면 내설악 대표 사찰인 백담사가 기다린다. 설악산이라는 대자연의 절경 속에 위치한 백담사는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훌륭한 승려, 독립운동가, 시인이 다녀간 명승 사찰이다. 민족의 지도자였던 만해 한용운이 머물면서 불교유신론과 시집 '님의 침묵'을 집필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인제산촌민속박물관=사라져 가는 인제군의 민속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존, 전시하기 위해 2003년 10월 문을 열었다. 국내 최초 산촌민속전문박물관이기도 하다. 전시실에는 1960년대 생활 모습이 모형과 실물 영상 등을 통해 전시돼 있다. 불과 50여년 전 생활상인데도 아주 먼 옛날의 모습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어르신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제공하고 어린이들에게는 근대 산촌문화를 만날 수 있는 교육이 장도 된다.

■박인환문학관=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등 주옥같은 시를 발표하며 한국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꼽히고 있는 박인환의 예술혼을 기리는 박물관이다. 독특하면서도 현대식으로 지어진 문학관에 들어가면 우선 광복 전 명동거리를 현대식으로 재현해 놓은 전시공간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언뜻 평범한 옛거리를 조성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박인환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장소들을 정성스럽게 재현해 낸 것이다.

 

강원일보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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