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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길] 문경 자전거1 - 문경 과거길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네이버 사전을 긁적인다. "령(領), 재, 치(峙)"의 차이를 되새김 해보려 한다. 큰 산 정맥의 줄기를 가로지르는 통로라는 의미의 '령(嶺)', 높은 산의 고개를 뜻하는 순수 우리말인 '재', 비교적 가파른 산을 뜻하는 '치(峙)'의 의미를 구분 한다. 백두대간의 줄기를 타고 흐르는 대관령, 진부령,한계령, 미시령등의 "령"과 보발재, 말티재, 만항재, 바람재등의 정겨운 이름과 정령치, 팔량치, 묘령치등의 '치'가 떨리는 이름이 뒤섞인 우리나라의 산하는 진정 화려하다.

 

 

◆국토종주 길, 백두대간의 배꼽 - 한양 과거보러 가는 길, 문경(聞慶)

 

그 중에서도 이곳 문경의 땅은 "조령, 소조령, 이화령"으로 이어지는 정맥의 통로와 "하늘재, 문경새재"로 마침표를 찍는 한양가는 길의 반곡점이다. 쪽박을 찰지, 금의환향의 길이 될지 모르되, 그 옛적 봇짐 메고 장원급제를 꿈꾸며 한양으로 향하던 청춘들의 가슴을 부풀게 했던 길이었다. 낭떠러지같은 '토끼비리 길'을 넘던 청춘들은 새재의 쉼터에서 탁배기 한잔 걸치며 다짐을 되새기곤 했으리라. 그 문경 과거길을 이제는 두바퀴 자전거로 달려본다.

 

문경의 땅은 워낙 다채롭고 백두의 정맥이 곳곳에 녹아 있어서, 자전거길을 횡과 종으로 크게 나눈다. 예천땅 하늘자락공원을 출발하여, 경천호, 화수헌, 주암역, 진남교반, 가은역, 봉은사, 용추계곡, 쌍용계곡, 선유동계곡까지 가로 지르는 길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국토종주길 수안보 인증센터를 출발하여 소조령, 이화령, 문경새재를 휘둘러서 문경 활공장, 단산 전망대를 넘어 돌리네 습지까지 향하는 종단 자전거길이다. 두길 모두 스토리를 담아 "경북 명품 자전거길"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이다.

 

명성이 사라진 수안보온천은 을시년스럽지만 자전거인들에게는 정감어린 놀이터다. 국토종주길이나 오천자전거길을 오갈때 쉼터노릇을 톡톡히 한다. 이른 아침,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고 새재 자전거길이라고 쓰여진 푯말을 따라 출발한다.나르는 새들도 힘들어 쉬었다는 조령 옆길의 소조령을 살풋 넘는다. 길섶의 녹조깊은 성황당의 짙은 이끼가 길의 역사를 말해준다.

 

 

이윽고, 이화령을 오르는 초입이다. 약 5Km 길이다. 자전거로 이화령을 오르는 길은 늘 설레고 도전적이다. 자전거 초보자에게는 늘 담벼락 같은 큰 과제이다. 반드시 해치워야 할 숙제길 이기도 하다. 대신, 가슴에 뿌듯한 훈장을 새긴다. 국토종주길, 백두대간 길의 배꼽이다. 대동맥 혈류의 중심이다. 충청땅과 경북의 경계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자전거 인증센터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경관도 으뜸이다.

 

발아래 굽이쳐 내려다 뵈는 장관은 말 그대로 엄지척이다. 다들, 자전거를 번쩍들고 "내가 여기 왔노라!"고 거드름을 떤다. 팔힘이 약한 여인네도 두팔로 낑낑대며 자전거를 하늘로 높이 든다. 이곳은, 그래도 되는곳이다. 그래야만 하는곳이다.

 

이화령 정상(548m)의 청량한 정기를 잔뜩 뱃속에 꾹하고 담고서 신바람나는 내리막을 질주한다. 문경새재 가는길이다. 그 옛날 과거보러 한양으로 가는 통로길은 셋이었다. 추풍령, 죽령 그리고 문경새재였다. 추풍령은 '추풍처럼 떨어진다'고 하고, 죽령은 '죽죽 미끌어진다'하여 기피 되었고, 문경(聞慶)은 '경사스런 소식을 전해준다' 하여 다들 이곳을 넘나 들었다 한다.

 

조령산(1,025m)과 주흘산(1,079m) 사이에 난 문경새재길은 한국관광 100선중 1위에 빛나는 곳이다. 영화촬영장을 지나, 제1관문부터 제3관문(675m)에 이르는 황톳길은 젊음을 부르는 길이다. 맨발걷기의 명소이기도 하다. 정작, 자전거는 출입이 안된다 하여 입맛만 다시고, 증거샷만 냅따 남기고 허기를 채우러 문경온천 뒷골목을 서성댄다. 허겁지겁 문경약돌 돼지구이로 배를 두드린다.

 

 

◆산악스포츠의 메카, 하늘을 나는 문경

 

고복(敲腹)을 했으니 이제 허리춤을 좀 더 조여야한다. 가야할 길이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문경 활공장과 단산 모노레일 전망대까지 올라야 한다. 업힐만 줄 잡아도 10Km이상 이다. 문경 단산 지역은 산악스포츠의 또 다른 메카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모노레일등 산하를 새처럼 나르는 체험장들의 인기가 높다. 옆 동네 단양의 패러글라이딩은 남한강을 휘돌아 날지만 이곳 문경은 산세깊은 태백준령을 굽어보며 콧노래한다.

 

자전거는 그 새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활공장을 향해서 뚝뚝 떨어지는 땀을 흘리며 오르고 또 오른다. 때마침, 실비가 몰고온 구름떼가 활공장 푸른 잔디위로 살풋 내려 앉는다. 그 잔디밭 위로 마치 알프스 산맥에 온듯 자전거로 낭만을 즐겨본다. 이윽고, 축제가 끝나고 잠시 목을 축이며 숨고르기를 한다. 최난이도 코스인 단산 모노레일 전망대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4월에 개장한 3.6Km에 이르는 문경 단산 모노레일은 국내 최장이다. 관광객들은 희희낙낙대며 우아함을 즐길 태세이지만, 자전거 팀은 전망대까지 지난(至難)한 길을 헉헉대며 밟아야 한다. 페달링은 점점 둔탁해지고 눈앞은 땀으로 뒤덮히고 다리는 서서히 풀려간다. 이제야 저제야 호시탐탐 안장에서 내리고 싶은데 선두는 전혀 쉴 낌새가 없다.

 

 

혀끝까지 차 오르는 "~8" 시리즈 욕을 꾹꾹 누르며 발끝만 응시한다. 얼마나 버텼을까! 마침내 문경 모노레일 단산 별빛 전망대(956m)에 당도했다. 환호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온갖 사방팔방이 다 내꺼다. 충청땅, 경상땅들이 저 멀치감치 다 보인다. 힘듦도 한방에 날린다. 인생샷을 남긴다. 이제부터는 원시림같은 내리막이다. 사람이 다닌 흔적도 없는 풀숲 임도길이다.

 

 

때론, 무너져 내린 돌벽들과 나무들을 피해가며 한참을 내 달려 읍실마을쪽으로 향한다. 굴봉산(399.8m) 정상에 위치한 '돌리네(Doline) 습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2017년 6월 국가습지로 인증받은 돌리네습지는 석회암이 만들어낸 천연습지대를 뜻한다. 최대 수심이 2.9m에 이르는 회색빛의 습지대에 약730여종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한다. 둘레가 약5Km정도다. 곧,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한다고 한다. 자전거는 굴봉산이 선사해준 습지대 심장의 이곳저곳을 서서히 페달질하며 혼연일체가 된다.

 

대자연의 기적을 이렇게 오롯이 즐길수 있음은 큰 행운이다. 온갖 포즈로 자세를 잡아본다. 자전거팀이 돌리네 습지를 찾아 온것은 처음이라며 안내소의 분들이 연신 신기해한다. 앞으로도 많이 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준다. 괜히 우쭐하다. 함께 동행한 영상촬영팀이 돌리네 습지를 휘저어 다니는 자전거 행렬을 적나라하게 담는다. 이 골짜기의 보배같은 습지가 많은이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소망을 간절히 담는다. 그렇게 추억은 쌓여간다.

 

수안보, 이화령을 거쳐서 단산(956m)을 넘어온 자전거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다음번 자전거는 문경의 땅을 옆으로 누벼볼 작정이다.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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