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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광주에서 문화를 한다는 것’ 광주는 얼마나 열려있는 도시일까?

광주문화기관협의회 발간
서울·프랑스 비롯 타지 출신 기획자 등 20명, 광주 삶 담아

 

 

외부자 시점이라는 게 있다. 외부의 눈으로 바라보면 좀더 실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사물이나 공간뿐 아니라 조직도 그러하다. 내부의 시각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다른 면들을 보게 된다.

하나의 유기체적인 구조로서, 문화예술의 결집체이기도 한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특정 도시에서 살아왔던 이들과 밖에서 들어온 이들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타자의 시각으로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 볼 때, 문화적 다양성과 창조성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부산, 창원, 인천, 전주 멀리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광주로 건너와 문화 둥지를 튼 이들의 문화여정을 담은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에서 문화를 한다는 것’은 광주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타 지역 출신 문화인 2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화적 외부자였다가 광주문화의 주체가 된 이들의 이야기는 문화도시 광주의 현재 모습을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책은 광주문화재단 등 광주 문화 기관들의 협의체인 ‘광주문화기관협의회’가 발간했다.

무엇보다 저자들 면면이 다채롭다. 이하영(독립큐페이터), 송재영(소설가), 조숙위(시민강사), 박경애(발레리나), 윤석문(화가), 차예지(굴렁쇠 기획실장) 등으로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광주와 인연을 맺고 선택한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창작스튜디오에 지원했다 정착한 김호락 대표와 임현채 화가, 아르바이트를 위해 또는 업무상 방문했다가 정착한 가도균 무대감독과 박재만 디제잉 아티스트, 친구와 동업하기 위해 정착한 댄서 겸 바텐터 박경빈 씨 등 계기는 달랐지만 지금은 광주를 ‘모티브’로 문화예술의 길을 걷고 있다.

무엇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온 이들이 실제 광주에서 생활하며 느낀 단상들은 ‘문화의 경계 허물기’라는 관점에서 귀담아 들을 만하다. 광주가 얼마나 열려 있는 도시일까라는 생각과 닿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이 도시 자체도 뭔가 언더, 이방인성이 있다. 사회적인 아픔이 큰 도시지만 그 아픔이 광주의 아이덴티티, 엄청난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미디어아트 작가 김안나)

 

 

 

“광주의 건물들, 동네와 골목길에는 어떤 슬픔의 정서가 있다. 비단 5·18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이 도시가 지닌 색깔인 것 같다… 그 누구도 붙잡지 않았는데 매정하게 떠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같은 게 있다.”(독립서점 ‘책과생활’ 대표 신헌창)

김안나 작가나 신헌창 대표는 광주의 아이덴티티와 슬픔의 정서를 이야기한다. 그것이 ‘이방인성’일 수도 있고 광주가 지닌 고유의 색깔일 수도 있다. 광주가 발하는 어떤 결이 문화인들에게는 혹여 배타적이거나 무감각한 느낌을 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광주의 자부심은 확장되고 넓어지는 데 있다. 울타리를 깨고 외연을 점차 넓혀가는 과정에서 광주의 문화자산은 빛을 발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같은 국제적 인프라 덕분에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지역 내부적으로는 투쟁의 시대에 묶여있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물론 광주가 해낸 시대적 역할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지만 그래도 광주니까, 광주는 더 넓어질 수 있으니까.”(임현채 화가)

광주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인턴십 과정으로 광주에 왔다가 결혼을 하고 정착한 가죽 공예가 줄리아는 “골목골목 다니다 보면 정말 예쁜 곳들이 많은데 다음에 가보면 하루아침에 다 사라져 있다”며 “광주는 역사 문화적으로 잠재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활용이 잘 안되고 있는 도시 같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로 들어온 문화인들 가운데는 “지방에서는 못 먹고 사니 서울에서 기반을 잡아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김경한 강연콘텐츠 플랫폼 대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행사를 해보면 지방으로 올수록 무형의 가치에 돈 내는 걸 다소 꺼려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럼에도 그는 “무형의 가치, 그것도 강연, 사람들의 이야기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홀씨처럼 뿌리내린 이들의 이야기는 광주를 더 광주답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15년째 광주에서 살고 있는 이영신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사는 광주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광주가 꽃을 피우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아직 피지 않는 꽃봉오리들이 광주의 문화에는 존재하고 언젠가는 더 많은 꽃을 피워낼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은 광주에서 다양한 문화의 꽃들이 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