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가 지난 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기록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개막 공연 <백 년의 서사>를 선보이며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 공연을 통해 올해 소리축제의 색깔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과거와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만남이 모두 담겨 있었다. 시공간을 초월한 무대가 펼쳐졌다. 과거의 예술을 소환해 현재와 견주고 자극하며 협력하는 모습으로 관객과 마주했다. 조선시대 고음반을 디지털로 옮기고 지역의 젊은 소리꾼, 호남 우도 장단과 고깔춤, 시나위 연주, 탈춤, 디지털 음향 기술 등을 접목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냈다. 무대 위에는 레코드 판이 돌아가고 100년의 시간 동안 시대를 풍미한 김창환,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 정정렬 명창 등 국창이라 불렸던 전설들이 딥페이크 기술과 만나 살아 움직였다. 이들의 소리까지 복원해 젊은 예술가들이 국창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젊은 예술가에는 소리극단 도채비, 우도 콜렉티브, 이아람(대금)·황민왕(퍼커션)·오정수(기타), 디지털 시나위, 천하제일탈공작소, 배우 박현욱·이창현, 페스티벌소리합창단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과거와 현대의 만남은 독특하고
옛날 폴란드 바르샤바에 왕자가 살았다. 그는 매우 용감한데다 싸움도 잘해서 전쟁에 나갈 때마다 적군을 통쾌하게 무찌르고 조국에 완벽한 승리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아주 친절해서 백성들은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야! 곰 왕자님이 지나가신다.” “왕자님, 안녕하세요. 여전히 씩씩하시네요.” 왕자의 팔뚝은 엄청나게 굵었고, 키도 무척 컸다. 그는 여기에 더해 힘이 셌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곰 왕자’라고 불렀다. 왕자는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의 단점 때문이었다. 그는 추남이었다. 그냥 못생긴 정도가 아니라 얼굴을 2~3초만 바라보아도 괜히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얼굴은 고슴도치 굴이 덮인 것처럼 울퉁불퉁했고, 피부색은 시커멓다고 할 정도로 짙었다. 검은색 머리숱은 도저히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왕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곰 왕자’라고 부르는 것은 용감하기 때문이지만, 못생겼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백성들은 그를 무척 좋아했다. 바르샤바의 소녀들도 그를 정말 사랑했다. 하지만 그를 남성으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아끼고 평화롭게 살도록 해주는 지도자로서 사랑했을 뿐이었다. 부모들은 못
광주시는 지난 1982년 미국 샌안토니오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다. 텍사스주 남부에 위치한 샌안토니오시는 인구 155만명의 도시로 공업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로 불린다. 또 스페인과 멕시코풍 건축물, 알라모 전투유적 등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리버워크 등 볼거리가 어우러져 관광도시로도 이름이 높다.광주시립미술관이 광주-샌안토니오 자매도시 결연 40주년을 맞아 샌안토니오 아트페이스(Artpace San Antonio)에서 기념전을 열고 있다. 지난 40년간 광주와 샌안토니오의 자매교류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문화적 교류도 활발하게 펼쳐졌다. 샌안토니오 루미나리아 축제에 2015년부터 광주 작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 샌안토니오 작가의 작품을 설치했다. 특히 샌안토니오시는 이번 전시가 개막된 9월에 열린 세계 유산축제의 메인주제를 ‘광주’로 정해 눈길을 끌었다.지난 8일 개막해 오는 2023년 1월 1일까지 4개월간 계속되는 기념전의 타이틀은 ‘Our Step, Our Hope’. 지난 40년간의 교류와 우정의 발자국이 미래의 희망이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광주시립미술관과 공동으로 이번 전시를 주최한
올 여름 경기도에서 관광객 방문이 가장 많았던 '핫플레이스' 휴양지는 어디였을까. 내비게이션과 통신 자료 기반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통해 지난 7~8월 동안의 도내 차량 방문 빈도와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화성시 궁평항과 안산시 방아머리해수욕장 등 '경기바다'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레길 조성, 산업관광 등 도가 올 초부터 경기바다 살리기에 투입했던 정책들이 계곡과 테마파크 위주였던 기존 경기도 여름 관광 트렌드를 뒤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궁평항 등 해양지역 상위권 차지 작년 계곡·테마파크서 수요 이동 14일 경인일보가 이 기간 동안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경기도 지역의 '중심 관광지'를 분석한 결과 1순위로 화성 궁평항, 2순위 안산 방아머리해수욕장, 4순위 시흥 오이도빨간등대, 5순위 화성 제부도, 6순위 화성 전곡항 등 도내 해양 관광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중심 관광지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관광지와 연계해 방문하는 타 관광지의 빈도가 높아 차량 이동이 가장 많은 장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도는 프리미엄 아웃렛 등의 실내 관광지와 안양 백운계곡과 용인 에버랜드 등 도내
춘천국제고음악제(이하 음악제)가 25회를 맞은 올해를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 독창적인 연주를 선보인다. 올 음악제는 16일부터 23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춘천시청, 춘천교구 애막골 성당에서 영원한 빛이 앞으로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룩스 에 테르나(Lux Aeterna·영원한 빛)'를 주제로 열린다. 고음악이란 중세시대부터 바로크시대까지의 서양음악을 뜻한다. 고음악을 다루고 연주하는 음악제는 리코더, 바로크 바이올린, 비올라 다 감바, 바로크 기타, 포르테피아노 등 당대 사용했던 고악기(원전 악기)로 연주하며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다. 특히 최현정 음악감독은 우주와 인간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기를 시도했던 고음악 탄생 시기의 고민거리를 현대의 관점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16일 오후 7시30분 국립춘천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개막공연 주제는 ‘세계의 조화 21’이다. 더뉴바로크컴퍼니가 출연하고 미디어아트와 협업해 '우주의 탄생과 조화'라는 메시지를 음악과 영상으로 선보인다. 주요 연주곡은 바로크 작곡가 장 페리 르벨의 ‘원소’다. 우주의 탄생과 물, 불, 흙, 공기같은 원소를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어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행성 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시 구좌읍 토끼섬에만 있는 ‘문주란 자생지’(천연기념물 제19호)를 둘러싼 보호용 돌담이 해풍과 파도로 상당 구간 붕괴되면서 문주란 훼손과 함께 자생지 토사 유실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현재 토끼섬 내 문주란 자생지를 둘러싸고 있던 약 180m 길이의 보호용 돌담 중 상당 구간이 해풍과 파도로 붕괴됐다. 정상적 형태를 유지 중인 구간은 55m 정도라고 세계유산본부는 밝혔다. 남측과 동남측, 서측 북부 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의 돌담이 해풍과 파도로 붕괴되면서 붕괴 구간으로 파도가 밀려 들어와 문주란을 훼손시키고 있는 상태다. 동북측 구간은 무너진 돌담 석재가 파도에 의해 자생지 안까지 밀려 들어왔고, 돌담이 잔존해 있는 일부 구간도 상부가 붕괴되거나, 내·외측 중 일부가 무너지는 등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 돌담이 문주란 자생지 토지를 잡아주는 석축 역할을 했던 터라 토사 유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지 확인 결과 해당 돌담은 문주란 자생지 보호를 위해 1975년에 조성됐고, 2002년 한차례 대대적인 보수가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수를 하더라도 자연문화재이다 보니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흘 간의 소리 여정을 통해 전라북도 일대를 소리의 물결로 일렁이게 만든다.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한, 이하 소리축제)가 16일부터 2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부안 채석강, 치명자산성지 평화의 전당,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 등에서 열린다. 올해 소리축제의 주제인 '더늠'에 걸맞게 개막 공연 <백 년의 서사>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 등 더늠 정신을 조명한다. 100년 전 조선 후기를 풍미한 정정렬, 김창룡, 김창환, 이동백, 송만갑 등 다섯 명창을 소개한다. 무대에는 소리극단 도채비, 우도 콜렉티브, 대금 이아람, 퍼커션 황민왕, 기타 오정수, 실력파 배우 박현욱과 이창현, 디지털 시나위, 천하제일탈공작소, 페스티벌소리합창단 등이 오른다. 소리축제는 전국에 있는 음악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내고 다양한 동서양 악기 연주자를 고루 선발했다. 전북 지역 음악가를 주축으로 30여 명을 선정했고, 이들이 함께 폐막 공연 <전북청년열전-In C>를 꾸민다. △판소리부터 실감형 콘텐츠까지 섹션은 전통과 현대, 월드뮤직과 복합장르 등 7개로 편성했다. 각 프로그램의 성격과 지향을 분명히 하기 위한 도전
문화재청은 14일 경남 하동군‘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은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수많은 시문, 여행기 등을 남긴 저명한 명승지다. 길이 60m에 달하는 거대한 불일폭포는 주변 기암괴석, 계곡, 식생이 어우러져 웅장하면서도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폭포 아래 소(沼)에 살던 용이 승천하면서 청학봉과 백학봉을 만들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수도하며 머문 일원을 그의 시호 ‘불일보조(佛日普照)’를 따라 불일폭포, 불일평전, 불일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불일사상의 요람인 쌍계사는 724년(신라 성덕왕 23년)에 옥천사로 창건하고 정강왕 때 ‘쌍계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나 1632년 중건해 지금에 이른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은 쌍계사 가람을 ‘호리병 속의 별천지(壺中別有天)’로 묘사했다. 일주문부터 대웅전까지 점차 확장되는 별천지 같은 사찰 영역이 호리병 형태를 닮았다는 것이다.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에서는 쌍계석문(雙磎石門)과 청학동을 최치원의 신선사상이 깃든 이상향
한티재, 동산테마임도,하늘정원 그리고 제2석굴암~한밤마을~창평지~화산산성~인각사~군위호~화본역~리틀포레스트 촬영지~위천 자전거길 99Km '삼국사기' '삼국유사'-우리나라 고대사를 설파한 양대 역사서이다. 김부식이 기술한 '삼국사기'는 교과서 마냥, 국가가 주도한 정사(正史)이고, 보각국사 일연(一然)이 지은 '삼국유사'는 설화, 전해온 이야기, 불교등을 엮은 야사(野史)에 가깝다. 9살에 출가후, 70세가 훌쩍넘어 95세의 노모를 돌보기 위해 일연스님은 군위땅으로 내려왔다. 인각사에 머물며 약 5년에 걸쳐 마침내 1281년,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그리곤 4년뒤 84세로 입적했다. 경산에서 출생하여 비슬산 대견사(大見寺)등에서 정진을 하고 말년에 인각사로 하안(下安)했으니 보각국사와 경상북도의 땅은 보통 인연이 아니다. 그리하여, 군위군은 고로면의 명칭을 과감히 "삼국유사면"으로 바꾸고 군위땅이 삼국유사의 본류임을 명명하였다. ◆팔공산 원효 구도의 길,그리고 제2석굴암 그 찐한 역사의 숨결을 자전거로 샅샅이 후벼볼 작정이다. 그런데, 정작 팔공산으로 둘러싸인 군위는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별이 다섯개, 최 난이도 코스중 하나이다. 하지만, 짜릿한 보상이 뒤 따
3 짙은 밤 내전 앞 연못, 유신이 흙바닥 한구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 구석엔 열댓 개의 작은 돌덩이 두 뭉텅이가 서로 대각으로 마주 보고 있었다. 하나는 월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명활산성이었다. 유신은 돌 몇 개로 만들어진 두 성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정월의 밤공기는 서늘했다. 유신은 마치 소리가 생각을 해칠 것처럼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흙바닥에 자리한 두 돌의 대치 역시 미동도 없이 계속되었다. 그 꼴은 실제로 7일간 계속되었다. 월성과 명활산성 사이에선 어떤 충돌도 일어나지 않았고, 유신은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군사들 사이에서 유신이 수성(守城)을 택한 것이란 말도 있었고, 지레 겁먹은 것 아니냐 혹은 싸울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노장은 매일 아침 순시 돌며 군사들의 사기를 살필 따름이었다. 성에서 싸울 생각도 없었고, 그렇다고 싸움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아닌 것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10리 앞 명활산성에선 비담의 군사들이 월성을 노려보고 있었으나 서라벌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고요하고 적막했다. 상황은 명료했다. 유신은 월성에서 왕을 지키고 있고, 비담은 명활산성에서 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