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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통 큰 기사-컬러콤플렉스·(1)붉은 망령]혐오, 대한민국을 물들이다

 

21세기 들어서도 계속된 '빨갱이 낙인'
존재 자체를 반대 당하는 성소수자 등
다름을 인정 않고 배제하는 사회 정서
확산 거듭하며 또다른 비하·차별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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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는 사회는 무슨 색(色)입니까.

최근 정부는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근무 중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이 바다에서 표류하다 북측 바다로 이동하게 된 건지 아니면 스스로 월북 의지를 갖고 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가 북한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지난 15일 고양시 일산서구 황룡산 '금정굴'에 20여명이 모였다. 70년 전인 1950년 10월 이곳에서 학살당한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위령제에 참여한 이들은 학살당한 희생자의 유가족이다.

별개인 듯한 두 사건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사건 당사자의 가족들이 모두 '빨갱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공무원이 실제로 월북을 시도했는지 알 수 없다. 금정굴 희생자가 북에 부역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고, 지금도 비슷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금정굴 희생자 가족들에게 지난 70년은 아픔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붉은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봤다. 대북 관련 사건이 터지면 어김없이 '빨갱이'라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금정굴 희생자 가족들은 숨을 죽이고 살아야만 했다.

수십년 간 금기의 색으로 작용했던 'RED'는 점차 균열이 생겼다. 2000년 남과 북이 손을 잡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고, 자유롭게 금강산을 여행했다. 2002년엔 전국의 광장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더 이상 붉은색은 '빨갱이'를 의미하지 않게 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십년 간 이어진 우리 사회의 색안경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종북' 논란이 휘몰아쳤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이 해산됐다. '종북 아니냐'는 물음은 상대를 제압하는 쉬운 무기로 작동했다. 2020년 발생한 공무원 실종 사건에서도 월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어김없이 '빨갱이'가 등장했다.

무지개로 상징되는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 가장 큰 갈등의 축이 되어버렸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등 국가에서 정하는 '남과 여'라는 이분법적 성별로 설명할 수 없는 성소수자는 우리나라에 1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크다. 엄연히 우리 옆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존재 자체를 반대한다.

'공존'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다. 공존의 전제는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다. 무지개와 붉은색 등의 색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리 사회 혐오 정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하고 차별한다. '공존'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이런 혐오 정서는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소수자를 비하하는 표현을 담아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는 혐오와 차별의 바탕이 되고 있다.

경인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가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약자에게 좋은 사회는 모두에게 좋은 사회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정운차장, 이원근, 이여진기자

사진 : 김도우기자

편집 : 박준영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