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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정중동의 열정적 문단 활동 펼친 김길녀 시인 별세

 

 

1990년부터 문학 활동을 이어온 김길녀 시인이 지난 12일 타계했다. 향년 57세.

 

고인의 뜻에 따라 부음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은 1964년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으며 부산예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990년 <시와비평>을 통해 등단한 이후, 시집 <키 작은 나무의 변명>(2001) <푸른 징조>(2013)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가 유명을 달리한 며칠 뒤 마지막 시집으로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 출간됐다. 우리 생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죽음의 파동 속에서 또 다른 차원으로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시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 시인은 2003년께 유방암 진단을 받고 그동안 투병을 해왔으나 정중동의 열정적인 문단 활동을 펼쳤다. 부산작가회의 사무차장, ‘작은詩앗·채송화’ ‘예감’ 동인, 부산시인연대, 한국해양문학가협회 사무국장, <해양과문학> 편집장, 제1기 바다해설가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쳤다. 고인은 2009년 제13회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김 시인은 2010년대 초반 해외 파견 근무를 하게 된 남편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3년여 머물렀다. 거기서도 대사관부인회가 주관하는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한국어학과 한국어 수업 봉사, 한인들의 인니 정착 70년을 정리하는 ‘한인 70년사’ 편찬위원회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인도네시아를 다녀와서는 2017년 여행 산문집 <시인이 만난 인도네시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9년부터 기획돼 지난 3월 출간된 한국·인도네시아 5인 시집 <라라 종그랑 Lara Djonggrang>(라라 종그랑은 인도네시아 전설 속 공주 이름이라고 한다)에도 참여했다.

 

시인은 2014년 연말 한 매체에 인도네시아 여행기 연재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었다.

 

‘문학잡지를 만들며 에디터와 문화기획자로, 라디오방송 등등의 일로 한 시절을 보냈다. 긴 휴가를 받아 여행자로 인니의 자카르타에서 살기도 했다. 고요와 음악과 커피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기꺼이 즐기며 지낸다. 우두커니 있는 걸 좋아한다. 느낌이 좋으면 살짝, 미치는 성향이 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깊이 빠져서, 그때의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 김길녀 시인이 병마가 없는 그 세상에서 고요와 음악과 커피를 마음껏 즐기시기 바란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