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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지방자치 부활 30년, 전북 발자취와 미래] ① 프롤로그 - '풀뿌리 민주주의' 걸어온 길 살피고 걸어갈 길 찾는다

박정희 군사정권 때 폐지 1991년 지방의회 '부활'
30년 지난 지금도 미완성…재정권 등 지방이양 과제
주민 삶의 질 향상 위한 진정한 자치 틀 갖춰야

 

올해로 대한민국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았다.

지방자치제는 지난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된 뒤 30년 만인 1991년 기초 및 광역의회가 재구성되면서 재개됐다. 올해가 30년을 맞은 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숱한 곡절을 겪으며 더디게 발전해왔다. 1949년 지방자치법 제정 후 1952년 지방의원 선거로 의회가 구성됐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중단됐다. 이후 1987년 6월 항쟁 이후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1988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됐고, 마침내 1991년 4월과 7월 기초·광역의회 의원 선거가 치러지며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새로운 첫 페이지를 열었다.

지난 30년간 민주주의 토양 아래 뿌리를 내린 지방자치는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더욱 신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전북일보는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아 전북의 지방자치 역사를 조명하고 진단함으로써 현주소와 향후 전북의 지방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봤다.

 

왜 지방자치인가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주도하는 것에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 참여·주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방자치제도의 꽃을 지방의회로 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민이 직접 선출한 ‘동네’ 의원이 지방정부를 감시한다. 광복 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됐을 때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가장 먼저 치러졌고, 1987년 개헌으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했을 때에도 지방의회 선거가 단체장 선거보다 먼저 실시됐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의회 선거가 부활한 1991년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시점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가 담은 진정한 가치는, 중앙이 가진 권력 분산을 통해 지방 정부의 자주적인 의사결정과 의지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자유도 확대될 수 있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는 ‘지방자치 부활 30년과 지방정치’를 주제로 한 논평을 통해, 지난 지방자치 부활 30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한 평가는 분권과 자치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자치는 실제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중앙 정부의 실패를 분산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지역 주민의 수요를 세밀히 파악하기 어려운 중앙 정부와 달리 지방 정부는 지방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더 효율적으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 중앙 정책의 시행착오를 분산하는 기능도 가진다. 지방 정부는 오로지 일부 지역에서 정책을 실시하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 반면교사가 되거나 참고 사례로 기능할 수 있고, 실패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30년의 암흑기… 다시 찾은 민주주의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는 1948년 제헌헌법 제8장의 지방자치 규정으로 명문화됐다. 그러나 당시 국내 질서 불안과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로 지방의원선거를 하지 못했고, 1952년에야 기초의원선거(4.25.)와 광역의원선거(5.10.)가 각각 처음으로 치러졌다. 치안 문제로 당시 전북도 4개 군(남원군·완주군·순창군·정읍군)에서는 선거가 연기되기도 했다. 이마저도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지방의회를 해산하고 지자체장을 임명제로 바꾸며 중단됐다. 1972년 유신 헌법 부칙에 ‘지방의회는 조국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지방자치제 폐지를 선언하며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암흑기를 걸었다.

1961년부터 이어진 군사독재 기간 사실상 폐지됐던 지방자치는 1987년 민주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열망과 함께 부활의 신호탄을 알렸다. 1988년 헌법 제118조 지방의회 설치에 관한 규정을 유보한 부칙을 폐지했고, 1990년 10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단식을 계기로 지방선거가 추진됐다. 1991년 제4대 지방의회 선거를 통해 30년의 암흑기를 깨고 새 역사가 시작됐다. 1991년에는 두 차례 선거를 통해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했고, 전북에서도 52명의 도의원을 선출, 임기에 들어갔다. 당시 단체장은 임명직으로 유지됐지만, 1995년 단체장도 선거로 선출하는 통합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외형적으로 온전한 지방자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다시 30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지방자치는 부활한 1991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다시 달려왔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는 지방자치제도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원년으로 평가된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는 지금보다 더 큰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됐다. 특히, 30년 넘게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던 지방자치법에 ‘첫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부 개정안의 핵심은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새로운 제도를 명문화했다는 점이 꼽힌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이 가졌던 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을 도·시·군의회 의장에게 부여했다. 개정안에 따라 국회처럼 별도 선발까지는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부서 배치와 승진 등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아울러 의원들을 보좌할 정책지원 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등 중앙과 지방의 협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신설했고, 주민주권과 주민 참여를 강화하는 제도도 포함했다.

 

지방분권 시대 초석 기대

30년을 달려온 지방자치, 하지만 개선점은 여전하다. 주민들 눈에 비친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 한 세대가 바뀌는 30년이 지나도록 미완성 상태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행정권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제5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박람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와 분권을 국정운영의 기본 가치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지방분권을 강조한 의지 표명이었다.

지난 5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와 재정 분권 확대를 위한 한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자치법 개정과 중앙·지방 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의지에 따라 향후 지방분권 시대는 반드시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와 인식 제고 또한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지방자치가 주민들의 높은 이해와 참여를 바탕으로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일보가 지나온 30년을 돌아보면서 대한민국, 그리고 전북 지방자치가 가야 할 길의 교훈을 찾아보는 이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천경석 1000pres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