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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윤석열 'TK 기살리기' 행보…"'대구 봉쇄' 발언, 철없는 미친 소리" (종합)

보수 텃밭서 한껏 몸 낮춰 '구애'…1위 주자 선점효과 굳히나
"코로나 확산 저지 노력 물거품, 자존심 상하고 상실감 컸을 것"
"질서 있는 시민들에 깊은 경의"…與 "지역 감정 악용" 잇단 비난

 

 

보수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보수 텃밭 대구에 와서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 전 총장이 대구에서 민생 행보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찾아가는 장소마다 대구경북(TK)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특히 코로나19 방역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등 'TK 기 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몸을 한껏 낮춰 보수성향이 강한 TK 지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회복하는 한편, 범야권 1위 대권주자로서 선점효과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대구서만 세 번 근무, 2·28 민주화운동 시초"

 

이날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2·28민주운동기념탑을 찾아 참배하는 것으로 지역 일정을 시작한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세 번 근무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TK 민심 앞에 바짝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윤 전 총장은 1994년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9년 대구지검 특수부장으로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에도 국정원 사건 관련 좌천성 인사로 대구고검 검사를 지냈다.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만 세 번을 근무하며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기득권을 수호하는 그런 식의 보수는 이 지역에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TK는 기득권을 타파하고 나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아주 리버럴하고 진보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또 2·28기념탑 참배 의미에 관해서도 "국민이 주권자임을 선언한 장소이고, 국민을 주권자로 잘 받들어 모시겠다는 의미다. 민권운동의 상징인 2·28 정신을 다시 성찰하고 되새기는 게 지역 도약에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 정치권의 성지인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윤 전 총장은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방문, 지난해 여권 일각에서 나온 '대구 봉쇄' 발언에 대해 "철없는 미친 소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려는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커녕, 중국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하자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왔다"며 "시민들의 자존심이 상하고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이 K방역 덕을 톡톡히 봤는데, K방역을 만들어낸 곳은 바로 이곳"이라며 "초기 확산이 대구가 아니고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처치나 진료가 안 되고, 아마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다.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다른 지역은 민란'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감정을 악용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쳤던 노력을 지역감정으로 먹칠했다"며 "대구시민들의 시민의식을 드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대권주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세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대구로 피어난 국민 통합의 정신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야 되겠습니까"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용진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도대체 어느 지역의 국민들이 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장담하시는 거냐"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폄하하는 정치를 하시려면 당장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이 첫 대구 일정에서 강한 구애 의지를 보인 것은 보수야권의 1위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 조기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물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강력한 범야권 대항마들이 속속 등판하는 가운데 보수 텃밭 민심을 확실히 다진다면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朴 구금, 안타까워하는 심정 "공감"

 

윤 전 총장은 서문시장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경제 현장을 찾아가서는 경제적 소신도 드러냈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법조 외 다른 분야에는 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대구 경제가 원활해야 전통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존 산업은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확실히 해야 하고, 확고한 수출기반도 닦아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TK 지역은) 유교나 전통 의식이 강하다보니 청년이 자율적으로 주도해나가는 문화나 분위기가 다른 지역보다 조금 약한 부분도 있다"며 "지역 청년이 지역사회와 경제를 주도적으로 바꿔나가도록 많은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TK지역에서 윤 전 총장이 이른바 '적폐수사'를 지휘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과거 처리한 일은 검사로서의 숙명에 속하는 문제이고, 박 전 대통령에게 애정을 갖고 지금도 지지하고 계신 분들의 마음과 거기서 빚어지는 (비난의) 말에도 일정 부분 공감을 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 전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론에 대해서는 "사면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에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며 "전직 대통령의 장기 구금에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그 점을 잘 판단하실 것으로 보고, 저 또한 그런 심정에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우 기자 gnu@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