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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우리 앞바다에 쓰레기 쓰나미가 온다·(下)] 하얗게 부서지는 '스티로폼 파도'

플라스틱의 역습

 

굴업도 해변에 알갱이 빼곡히… 해초에도 덕지덕지
2018년~2020년 해안발견 쓰레기의 82.9% '플라스틱'
비닐 등 미세조각 바다생물 먹이로 섭취 생태계 위협

 

 

 

태평양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섬 하나가 있다. 한반도(22만㎢)가 7개나 들어갈 수 있는 155만㎢ 면적에 달하는 이 섬은 약 1조8천억개, 무게 8만t에 달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떠다니는 바다는 마치 '플라스틱 수프'(Plastic soup)로 보인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도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8~2020년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견된 쓰레기 9만4천750개 중 플라스틱은 7만8천626개로 전체 82.9%를 차지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태계와 빼어난 지질·경관의 보고(寶庫)인 인천·경기해역(경기만)마저 덮치고 있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이 지난 한 달 동안 훑어본 인천·경기 앞바다 또한 플라스틱 수프처럼 변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옹진군 굴업도 목기미해변에는 해초 등이 밀물과 함께 끊임없이 밀려왔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에 닿으면서 생긴 거품 사이로 모래 같은 새하얀 알갱이들이 빼곡했다.

거품이 사라지자 새하얀 알갱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스티로폼 알갱이였다. 파도에 떠밀려온 해초에도 스티로폼 알갱이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다.

바닷가 곳곳에서 스티로폼 알갱이가 해초와 뒤엉켜 덩어리진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곤죽 같았다. 해안을 뒤덮은 스티로폼 알갱이는 다음날 썰물과 함께 다시 먼바다로 흘러갔다.

14일 오후 백령도 중화동 해안의 바위 골짜기는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이곳 역시 쌀알만한 스티로폼 알갱이로 바위가 범벅돼 있었다.

그 옆에 축구공 크기의 스티로폼 부표가 파도에 부서지고 쪼개지며 크고 작은 알갱이를 만들고 있었다. 스티로폼 알갱이가 쌓인 곳을 한 번만 쓸어 모아도 양손이 가득 찼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다와 해변을 오간다. 이 과정에서 햇빛과 바람, 파도를 만나 잘게 부서지면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까지 작아지기도 한다. 페트병, 비닐 봉투부터 미세한 조각까지 바다를 떠도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국내 해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장기에서는 대부분 플라스틱이 확인되고 있다. 날카로운 플라스틱 조각으로 장기가 찢어지기도 하고, 비닐이 장기를 막아 소화를 어렵게 한다. 바다거북이가 도저히 살 수 없는 바다가 되어가는 것이다.

작은 물고기들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잘못 알고 섭취하고, 먹이사슬을 거쳐 점점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은 결국 우리 밥상까지 올라온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우리가 먹게 되는 셈이다.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육지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해양쓰레기 문제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에서 출발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쉽게 다가갈 실천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박경호 차장, 김태양 기자, 유진주·한달수·변민철 수습기자

사진 : 조재현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