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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판사가 검사에게 "일 좀 똑바로 해라" 호통 왜?

방탄소년단(BTS) 화보 제작 투자사기...수사검사 제출한 공소장 '부실' 질타
장찬수 부장판사 법정서 작심발언 "이런 공소장이면 피고인들 범행 입증 못해"

 

법정에서 판사가 검사에게 “일을 똑바로 하라”고 일침을 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일 방탄소년단(BTS) 화보 제작 투자사기 사건 피고인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렸다.

그러나 이날 공판검사는 공소장에 명시된 공소사실을 진술하지도 못하고 10분 만에 재판이 마무리됐다.

수사검사가 재판부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사기사건에 대한 간단한 사실관계만 기재했고, 피고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떤 수법으로 범행을 공모한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부장판사는 “검사가 본인의 직분에 충실해야지 사건을 이렇게 처리해도 되느냐. 일을 좀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다.

장 부장판사는 “검사가 공소장에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니냐”며 “이런 공소장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걸로 사건이 종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해당 수사검사에게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공소장이 부실한 것은) 이번 한 두 번이 아니라 1년째 참았다. 공소장을 이렇게 써도 되느냐”며 직심발언을 쏟아냈다.

허술한 공소장 때문인지 재판부는 이날 검찰에 공소사실을 발언하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검찰의 공소장이 너무 빈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판검사는 “알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수사검사는 현재 타 지방 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원래 검사 출신이다. 2003년 서울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후 2007년 12월 판사로 임용됐다. 검사 출신인 판사가 후배 검사에게 따끔한 질책을 한 셈이다.

이날 재판정에 출석한 고모씨(59) 등 4명은 2018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2년 간 BTS 화보 제작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피해자 70여 명에게 110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제주시 일도2동에 A투자회사를 차린 후 BTS 화보 제작에 투자를 하면 원금과 연 20%에 달하는 수익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제주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화보 샘플까지 준비해 피해자 1인당 1억원 안팎의 투자금을 받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A투자회사 대표로 있었던 고씨는 다른 사기 행각으로 구속기소됐으며,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