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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575돌 한글날, 교육현장 학생들 언어 실태…'잼민이' '문찐' 등 욕설·비속어 난무

숏폼 콘텐츠로 욕설·은어 학습…문해력 하락까지
교육계 "독서 공교육 강화해야", "시대 반영한 교육법 제공해야"

 

 

대전 서구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사 이모(28·여) 씨는 얼마 전 놀이활동을 하던 중 깜짝 놀랐다. 만 3세의 원생이 같은 반 친구에게 '버러지 새X'라는 욕설을 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해당 단어를 듣고 원생을 불러 세워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느냐 꾸중하자 욕설을 내뱉은 원생은 순수한 얼굴로 유튜브에서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배웠다고 답변했다.

 

대덕구 한 학부모 윤모(46) 씨는 이른바 '급식체(10대들의 은어)'를 쓰는 자녀의 전화 내용을 듣고 적잖게 당황했다. 대화에서는 '잼민이(온라인에서 초등학생을 이르는 말)', '문찐(대중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 등 정체 모를 단어를 포함해 어미에 '~빠'를 붙이거나, '틀딱', '맘충' 등 혐오 표현까지 난무했기 때문이다.

 

오는 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국경일이다. 한글날은 90년대 공휴일이 지나치게 많아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준다는 등 사유로 공휴일에서 삭제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한글 창제의 중요성을 재차 인정받으면서 공휴일로 재지정됐다.

 

한글날에 앞서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언어 실태를 두고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깊은 고민에 처해 있다.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해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물론, 한글 파괴 단어를 표준어처럼 사용하면서 기성 세대와의 의사소통이 점점 더 여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보다 영상으로 정보를 접하는 시대이다 보니 학생들의 문해력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교육 현장의 전반적인 목소리다.

 

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시각적 자료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텍스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상이 됐으며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1분 내외의 영상)가 유행하면서 이제는 영상도 5-10분이 넘어가면 외면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해당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은어와 비속어로 점점 학생들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집에서 SNS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 문제가 더 심화됐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디지털 기반 콘텐츠가 자리잡은 현 상황에서 학생들을 위해 기성세대가 교육의 방향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심혜령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교수는 "문학작품이 웹소설로 전환되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어 청소년들은 직관적이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무작정 종이책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텍스트를 교육적으로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자기 반성적인 언어 사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은솔 기자 2omsol2@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