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순군은 ‘아동·여성·고령 3대 친화도시’이다.지난해 12월에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와 여성가족부 ‘여성친화도시’, 지난 2월에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또한 ‘코로나 19’ 팬데믹 시대에 ‘만연산 오감연결길’과 ‘너릿재 옛길’에서 산림치유와 힐링할 수 있는 생태도시이기도 하다. 완연한 가을 분위기속 화순의 자연과 역사, 문화공간을 찾아 나선다.
#‘만연산 치유의 숲’ 등 녹색 힐링공간 인기
‘코로나 19’를 2년째 겪으면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요즘, 산과 숲에 마음이 닿는다. 다행히 우리들의 거주공간과 숲은 그리 머지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절로 가까운 산으로, 숲으로 향한다.
화순읍 시가지를 멀리서 바라보면 무등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화순읍을 감싸고 있다. 그중 만연산 자락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동구리 호수공원’과 ‘치유의 숲’, ‘수만리 생태숲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만연산 치유의 숲’은 화순군이 2011~2017년 화순읍 동구리 산 1-1번지 일대 공유림 120㏊에 군민건강 증진을 위해 조성했다. 소나무숲 사이로 나있는 호젓한 ‘오감연결길’을 걷는다. 숲을 찾은 주민들의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五感)을 깨우는 오솔길이다.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며 경관과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소리, 햇빛을 만끽하며 건강을 유지하고 면역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바로 ‘산림치유’이다.
단풍나무숲과 철쭉원, 습지원 등으로 꾸며진 ‘수만리 생태숲공원’ 또한 힐링공간이다. 근처에 자리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수만리 빵집’이 이채롭다. 제3주차장 ‘귀농인 농특산물 판매장’에 딸린 무인 카페와 화장실은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저렴하게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는데다 볼일을 볼 때 화장실 창 너머로 펼쳐지는 풍광은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만연산 큰재를 넘어서면 ‘수만리 생태숲’과 ‘수만리 국화마을’, ‘무등산 편백 휴양림’, ‘무등산 양떼목장’, ‘바우 정원’(전남 민간정원 11호) 등 개성적인 녹색공간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이 길은 일명 ‘화순 알프스 드라이브길’이라고도 불린다.
왜 사람들은 산과 숲같은 녹색공간과 초록빛깔에서 위안을 받고 힐링하는 것일까? 이탈리아 공원설계전문가인 마르코 멘칼리와 생체에너지 연구자인 마르코 니에리는 공저 ‘치유하는 나무 위로하는 숲’에서 “인간이라는 종이 진화기간 중 99.5%를 자연환경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인간진화의 역사가 심지어 현대생활에서도 우리가 녹색공간을 사랑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밝힌다.
#능주에 남겨진 정암 조광조와 작곡가 정율성 발자취
지금 사람이 500년전 벌어졌던 사화(士禍)의 시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진보(개혁파)와 보수(훈구파)로 양분돼 있던 당시의 정치적 구도가 현재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개혁가 정암(靜菴) 조광조(1482~1519)는 ‘유교를 정치와 교화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왕도(王道)정치의 실현을 역설했으나 훈구파의 반격에 능주로 귀양을 와서 한 달여 만에 사약을 받았다. ‘정암 조광조 선생 적려유허비(謫廬遺墟碑)’는 돌거북 위에 세워져 있는데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다.
능주 여행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역사인물은 ‘중국 3대 혁명음악가’로 추앙받는 정율성(1914~1976)이다. 능주파출소 가까운 곳(능주면 관영리 282)에 ‘정율성 선생 고향집’이 최근 복원됐다. 이곳에서 정율성과 가족이 1923년까지 살았다.
개혁가 정암 조광조 선생과 작곡가 정율성. 화순과 인연을 맺은 두 인물은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조광조 적려 유허지와 학포당, 그리고 ‘정율성 선생고향집’과 기념교실, 흉상, 골목길 벽화 등을 연계해 차분히 돌아보는 역사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고인돌 선사체험과 ‘세계 거석 테마파크’
화순은 강화도, 고창과 함께 세계적인 고인돌의 유적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화순 고인돌 유적은 지난 2000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능주를 지나 도곡면 효산리를 찾아 선사(先史)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이곳과 춘양면 대신리를 연결하는 4㎞ 길이의 보검재 산길에서 산재한 고인돌과 만날 수 있다. 또 당시 사람들이 어떤 집을 짓고 살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고인돌 선사체험장’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 세워진 거대한 거석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거석(巨石) 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도곡면 효산리~춘양면 대신리 산길로 향한다. 눈에 들어오는 산길 좌우의 큼직하고 시커먼 바위들은 대부분 고인돌이라 한다. ‘괴(고양이)바위 고인돌지구’와 ‘감태바위 고인돌 지구’ 등 크게 6개 그룹으로 무리지어 총 596기의 고인돌이 밀집해 있다. 춘양면 대신리에서는 맷돌 커피체험 등 고인돌 체험공방이 상시 운영되고 있다.(문의 062-651-3701)
2019년 4월에 문을 연 ‘고인돌 선사체험장’은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를 알 수 있는 체험공간이다. 목책으로 둘러쳐진 체험장에 들어서면 마치 고인돌 마을에 온 것처럼 여러 모양의 움집과 망루, 고상(高床)가옥이 재현돼 있다.

‘고인돌 선사체험장’ 인근에는 ‘세계 거석 테마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은 세계 각지 7개국의 거석 조형물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놓았다. 이 가운데 압권은 ‘이스터섬 모아이 석상’이다.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거대한 얼굴의 석상을 만든 것과 화순 청동기인들이 큼직한 고인돌을 세운 까닭은 서로 공유하는 문화코드가 있었을 것이다.
‘너릿재 옛길’은 광주시 동구 선교마을과 화순읍 이십곡리를 연결하는 4.3㎞ 길이의 산길로, 화순쪽은 2.1㎞이다. 터널이 뚫리면서 차량왕래가 끊긴 이 길은 걷기와 자전거 타기에 좋은 힐링 숲길로 변모했다. 본래 차가 다니던 비포장 도로인지라 널찍하면서 호젓한 분위기다.
입구에서 너릿재 고개까지는 30여분이 소요된다. 고개마루에는 이채롭게 두 그루의 300여년생 느티나무가 서 있다. 마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를 뵙는 듯 하다. 다시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나무그늘 속을 걸어오는 까닭에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 임야가 전체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화순에는 ‘너릿재 옛길’ 외에도 ‘세량지 둘레길’과 동복면 ‘연둔리 숲정이’(전남도 기념물 237호)처럼 힐링할 수 있는 둘레길과 마을숲이 있다.
‘코로나 19’는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까? 화순적벽을 돌아볼 수 있는 화순적벽 버스투어는 올해 중단된 상태이다. ‘코로나 19’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다. 그런 속에서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다. 분명 초록빛깔은 사람들에게 화이자나 AZ백신 이상가는 힐링효과를 준다. ‘너릿재 옛길’과 ‘만연산 치유의 숲’ 등 화순의 대자연 속을 거닐며
‘코로나 19’를 끝내 이겨낼 녹색 ‘마음 백신’을 얻는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화순=조성수 기자 cs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