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대표 특산물인 ‘가평 잣’이 머지 않은 미래에 자취를 감출지도 모르게 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잣나무 분포지의 감소는 물론, 소나무재선충과 소나무허리노린재 등 산림 병해충까지 번지면서다.
가평에 식재돼 있는 잣나무가 대규모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인데, 한 때 4천여t에 달하던 가평군 한 해 잣 생산량이 24t까지 떨어졌다. 전성기 생산량의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8일 경기도와 가평군 등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가평군 잣 생산량은 2016년 3천865t으로 가장 많았다가 2017년 1천733t, 2018년 183t으로 급감하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에는 생산량이 무려 24t까지 떨어졌다. → 그래프 참조
상황이 이렇자 잣 농가들도 폐업을 고민하게 되는 실정이다. 15년 동안 잣을 수확해온 이규열(60대) 가평잣협회장은 “생산량이 이대로라면 길게 봐야 5년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작년부터 가평에 있는 잣 농가들이 그만두는 추세다. 올 가을도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슷하다면 (폐업을) 깊이 생각해보려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잣 생산량이 급감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주된 이유는 기후위기로 인한 온도 상승과 병충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3년 고려대학교 연구진의 ‘RCP와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한 우리나라 미래 수종 분포 예측 연구’를 보면,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잣나무 분포 적합지가 2051~2080년이 되면 86%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아, 잣나무가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아울러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는 2020년 조사를 통해 소나무허리노린재를 잣 생산량 감소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한 방제작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방제는 주변 양봉 농가 등에 또다른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최근 열린 가평군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이 다뤄졌다. 최정용 군의원은 “잣은 가평의 특산품으로 (경기도나 지자체에서) 이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경기도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다.
도 관계자는 “최근 이동수단이 발달해 소나무재선충 등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더 어려워져 애로를 겪고 있다”며 “병해충뿐 아니라 기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해, 대책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우균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잣나무 감소가 지금 더 가속화됐을 수도 있다”며 “(생산량이 그렇게까지 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가평의 경우 앞으로는 수확이 어려운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체감하는 폭염 정도도 높아졌고, 잣나무는 살더라도 잣을 생산해 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가평보다 고도가 높은 고산지대에서만 잣나무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