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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부산은 커피도시다] ‘개방성과 포용성’ 힘입어 전국서 주목하는 부산 커피

[부산은 커피도시다] ④ 부산 스페셜티 커피 시대

 

부산 커피 산업 확대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대중화와 관련 있다. 믹스 커피 대중화와 스타벅스 한국 진출(1999년)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커피에 대한 호기심은 높아져 갔다. 마침 미국에서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폭발하면서 한국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커졌고, 부산에도 전국적으로 내로라할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미국 영향 2010년께 본격 성장

모모스·블랙업 등 전문점 등장

비싸도 맛있는 커피 찾는 고객과

소통하는 개방적 커피문화 파급

서울서 ‘부산 커피 위크’도 열려

 

 

■부산 스페셜티 커피 역사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성장은 2010년대 전후에 이뤄졌다. 부산 커피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부산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가게가 하나둘 씩 생겼고, 2010년대 본격적으로 확산했다. 부산 스페셜티 1세대로는 서구 서대신동 ‘휴고 커피하우스’, 서구 암남동 ‘빈스톡’ 정도가 거론된다.

 

2001년 문을 연 ‘휴고 커피하우스’ 김호영 대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산 시내에 커피 로스팅 기계가 몇 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이야 미국,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기계를 수입하지만 그때만 해도 로스팅 기계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고 커피도 일본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도 확산하기 시작한다. 스페셜티 커피란 아직 정의가 불완전하지만, 대개 커피가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과정(커피 품종, 생산 농장, 재배 등)이 투명하고 커피 자체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고품질 커피를 뜻한다.

 

스페셜티 커피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는 소위 ‘제3의 물결’이 형성되면서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분다. <테라로사 커피 로드>(이윤선 지음, 북하우스엔)에 따르면 제1의 물결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인스턴트 커피의 대중화 시기, 제2의 물결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이민자를 통해 유럽 커피 문화가 미국에 전해져 직접 커피콩을 볶아 추출하고 음미하던 시기다.

 

1982년 미국 스페셜티 커피협회(SCAA)가 창립되며 커피 생산량과 가격뿐만 아니라 커피 산지별 품질에 대한 정립이 이어졌다. 제3의 물결은 1990년대 중반부터 소비자가 고품질 커피에 대해 갈망하기 시작한 시기를 뜻한다.

 

이와 맞물려 2010년대 전후로 부산에도 FM커피, 모모스커피, 블랙업커피, 인얼스커피, 마비스커피, 바우노바 같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베르크, 브레스커피, 어나더미네스, 트레져스 커피, 레이지모먼트 커피스탠드, 히떼 로스터리 등 규모는 작아도 개성 강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개방성과 협동성 맞물린 부산 커피

 

부산 서면을 비롯해 울산과 경남까지 총 9개 지점을 직영하고 있는 블랙업커피도 비슷한 시기 발을 내디딘 부산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2006년 부산 남포동에서 ‘커피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카페를 개업했을 때만 해도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라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2013년 2월 상호를 블랙업으로 바꿨고,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는 “2009년 모모스커피 이현기 대표와 미국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대회를 보러 갔을 때 미국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접하고 커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전에는 커피 원두는 이탈리아 기성 브랜드 원두를 썼었고 직원들을 일본에 보내 견학을 많이 시켰는데 커피와 공간을 매개로 고객과 소통하는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스페셜티 커피 대표 회사라고 불리는 인텔리젠시아, 스텀프타운, 시애틀의 스타벅스 본사를 둘러보고 부산에 돌아와서 바리스타가 고객과 소통하며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바를 서면 지점 2층에 설치하는 등 실험도 했다. 그는 “스페셜티 커피는 비슷한 시기 서울에도 들어왔지만 부산에서 확산이 더 빨랐다고 본다”면서 “부산 사람들 기질이 개방적이어서 비싸도 맛있는 커피에 대해 고객들이 더 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산 스페셜티 커피의 저력은 2019년 모모스 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가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전국적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부산 커피의 다양성은 훨씬 규모가 크고 브랜드도 다양한 서울에서도 주목 대상이다. 올해 여름(5월 31~6월 27일)에 이어 가을(19~30일)에도 서울에서 ‘부산 커피 위크’가 열려 수도권 고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산 커피 위크’ 권혁진 디렉터는 “전포동 카페거리에서 ‘카페 이든’이라는 전문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서 부산·경남의 개성 있는 커피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부산 커피 위크를 기획했다”면서 “여름에 이화여대 앞에서 팝업을 열었는데 주말에 500명까지 찾아와서 부산 커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부산은 커피도시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커피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미국에서 출발한 비영리기관인 스페셜티커피협회(SCA) 한국챕터의 정연정 매니저는 “스페셜티 붐이 한창 일었을 때 부산 커피업계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해외 바리스타 챔피언이나 커피 전문가를 연사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기도 하고 초기에는 브랜드가 달라도 함께 커피 생두를 공동 구매하는 일도 잦았다”면서 “부산 특유의 개방성과 협동성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