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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통큰기사-아이를 위한 도시는 없다·(下)] 보육예산 잘 쓰이고 있나

행복한 6남매 엄마 "그래도 많이 낳으면 힘들죠"

 

6남매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에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다들 아이를 안 낳고 싶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낳으셨어요?"

수원시 정자동의 한 아파트에는 6남매 가족이 산다. 정민경(45)씨는 고등학교 1학년 첫째부터 6살 막내에 이르기까지 청소년과 미취학 아동을 동시에 돌보고 있는 엄마다. 지난 20일 아이 대부분이 학교와 유치원을 간 틈을 타 다둥이네 집에서 민경씨를 만날 수 있었다.

민경씨는 어릴적 7남매와 함께 컸다. 그는 시끌벅적하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집안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남편과 자녀 계획을 세울 때부터 다둥이 가족이 되길 바랐다. 우문(愚問)에 대한 그의 답변은 결국 '행복'이었다.

민경씨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구김살 없이 자란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며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게 그의 낙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자신의 삶과 반대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후회는 없지만, 아이한테는 그래요. 엄마처럼 많이 낳지 말라고. 아이들 입히고, 먹이고, 가르치는 게 힘드니까…."

수원 '다둥이가정' 정민경씨네
후회없지만 '현실 부담' 이야기
아이 많아… 집주인 계약 꺼려

 


결국 현실적인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갔다. 민경씨 가족은 지난 2019년부터 수원시가 4자녀 이상 무주택가구에 지원하는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에 살고 있다. 보증금과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그전까진 방 2칸짜리 집에 살았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는 30만원이었다. '아이가 많다'는 이유로 살 집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집이 망가질까 염려해 임대차 계약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많았어요. 시에서 집을 지원해 준 덕분에 주거 부담이 많이 줄었죠."

민경씨는 주택 지원 이외에 받았던 다자녀 혜택 중 가장 좋았던 건 '견학 지원'이라고 했다. 아이들과 화성행궁에 갈 때 입장료를 할인받고, 주차요금을 적게 내는 게 6남매를 키우며 2번째로 좋았던 혜택이었다.

그의 답변을 듣고 있자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매년 수십조원을 쓰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현재 市 다자녀지원 주택 살아
"입장료할인 최고 혜택" 답변에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나 의문

 


"6남매를 키워야 해서 지금은 남편만 전세 통근버스 운전기사로 일을 하는데, 맞벌이를 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많아요. 6남매가 이동하려면 자동차가 반드시 있어야 하잖아요. 자가용이 재산에 잡히는 바람에 또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고요."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이 나라에서 6남매를 낳아 키우고 있는 민경씨도 육아·보육 정책의 효과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키울 책임은 여전히 개인과 개별 가정의 몫으로 남아있었다.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겠다는 그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 거 같아요. 매번 출산율이 낮아서 문제라고 말은 하는데, 돈과 교육, 격차, 차별 같은 문제로 아이 낳길 꺼리거나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손성배, 배재흥기자
사진 : 김금보기자
편집 : 김동철, 장주석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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