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www.lpk.kr/data/photos/20220102/art_16417856589798_e0764e.jpg)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78)씨가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연기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오씨는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TV부문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오씨는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오징어 게임' 참가자로 '깐부 할아버지' 오일남 역을 맡았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목숨 같은 구슬을 이정재에게 건네며 "우린 깐부(구슬치기 등의 놀이에서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잖어"라는 묵직한 대사로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한 작품 안에서 해맑은 아이 같다가도 연륜이 묻어나는 노인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그는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반세기 넘게 연극무대를 지켜온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1963년 친구를 따라 극단 광장 단원에 들어가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해 지금까지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1987년부터 2010년까지는 23년간 국립극단을 지키며 40∼60대를 보낸 오씨는 연극계에서 관록을 인정받는 배우로 꼽힌다.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뒤로하고 돌아간 곳도 대학로 무대다. 그는 지난 8일 막이 오른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같은 역에 캐스팅된 배우 신구(85)는 그를 "뒤에서 연극을 받치며 조용히 자기 몫을 해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오씨는 작은 배역의 어린 후배부터 허드렛일하는 막내 스태프까지 누구에게나 점잖은 '신사'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문화계 행사나 인터뷰 등의 자리에 나설 때면 나이 든 배우들이 설 자리가 부족한 연극계 현실과 국립극단의 정체성 위기 등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이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이후 치킨 프렌차이즈에서 모델 제의를 받았지만, 작품 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닌 '깐부'라는 대사를 이용해 광고를 찍는 것은 작품 의미를 훼손한다며 완곡히 거절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오씨는 수상 소감을 묻자 "내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한테 괜찮은 놈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TV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정재 수상은 아쉽게 불발됐다. 이 부문은 '석세션'의 제레미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이지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