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넓이로 간격이 서고
지켜지는 질서가 아름다운 곳
장신의 병사들이 이 열 종대로 서서
꼿꼿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곳이 있다
계절마다 군복을 갈아입고
장엄하게 열병식을 하는 곳이 있다
새들이 곡선으로 날아오고
뱃살을 뺀 햇살이 맨발로 드나들어
바람의 점호를 받고 나면
근육질의 시간도 잠재우기 좋은 곳
나무의 징집이 숲이 되었으니 우연은 아니다
숲의 길을 반듯하게 그었으니 우연이 아니다
우연은 저 숲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직립보행으로 일상을 세운 사람들이다
그리움의 넓이로 간격이 서고
지켜지는 질서가 아름다운 곳
신분증이나 암호 없이도 면회가 되는 곳
경상남도 수목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 서부 경남의 중심권인 경상남도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에 경남수목원이 있다.
수목원 내에는 화목원 열대식물원 무궁화공원 등 우리나라 온대 남부지역 수목 위주의 국내외 식물 3490여 종이 수집돼 보전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세 군데가 조성돼 있는데 무궁화공원 옆과 대나무 숲으로 올라가는 곳, 그리고 방문자 센터를 지나 잔디원 입구에서 시작하는 짧은 숲길이다.
무궁화공원 옆 숲길은 나무 중간에 정자가 설치돼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고, 대나무 숲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록 큰 나무는 아니지만 가장 길고 오르막이어서 운동하며 걷기 좋다. 잔디원 입구에서 시작되는 숲길은 짧지만 큰 나무가 울창해서 운치가 있고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책로이다.
숲길로 들어서면 마치 훈련 잘된 병사들이 도열하여 열병식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며 그 질서 정연한 장관에 넋을 잃게 된다. 숲길을 거닐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흐트러진 일상이 정리되고 방전된 삶이 재충전된다. 그리움의 넓이로 팔을 벌려 간격이 아름다운 숲길을 걸어보라.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올라가 들이마신 맑고 청량한 공기를 훅훅 내뱉는 숨결에 그대도 심장도 부정맥이 된다.
시·글= 김시탁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