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의 주인공은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이지만 불과 24만여 표 차이로 석패한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존재감도 여전합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에서 졌지만 잘 싸운 '졌잘싸' 이재명이 지방선거의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꽤 많습니다.
이 상임고문은 20대 대선에서 정권교체론이 훨씬 우세했는데도 역대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많은 1614만여 표를 얻어 대선 사상 최소(0.7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죠.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 상임고문이 오는 6·1 지방선거에 조기 등판할지 점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고문은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라고 말한 적이 있죠.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가 아니고 선거기간 중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조기 등판론에 불이 붙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에서 졌지만 잘 싸웠고, 후보 스스로 정치를 끝내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으니 당내에서 '이재명 역할론'이 나온다고 봐야죠.
이광재 의원은 대선 이틀 후인 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상임고문의 '지방선거 역할론'을 처음으로 거론했죠. 김두관 의원도 적극적으로 조기 등판을 요구하며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이번 지방선거를 돌파해야 수도권에서 선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손혜원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나마 이재명 전 경기지사라도 나와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며 비대위원장 추대에 힘을 싣고 있어요. 일부 지지자들은 꼭 비대위원장이 아니더라도 서울시장 출마, 당 대표 추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습니다.
# 미쓰터 쓴소리 이상민 "이재명 비대위원장은 최악"
이 고문의 조기 등판에 대해 민주당 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 패장이 곧바로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입니다. 미쓰터 쓴소리 이상민 의원은 16일 "이재명 전 대선 후보를 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앉히자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최악의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14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도 "대선 패장으로서 일단의 책임 부분도 있고,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 터에 장본인인 이 후보가 또 나선다는 것도 모양상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죠. 안민석 의원은 도올 김용옥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민주당의 귀한 자산이 된 이재명을 당장의 불쏘시개로 쓰지 말고 아껴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이 고문의 역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지만 이 고문이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고문에게도 6·1 지방선거는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그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할 수 있지만 만약 진다면 재기가 어려워 질수도 있습니다.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부담없는 선에서의 간접적인 지원은 할 수 있겠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도 이 고문의 재기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이 전 지사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잠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대장동 특검은 국회에서 논의 중이고 이 상임고문도 대선 때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대장동 특검을 제안하기도 했죠.
어찌됐거나 이 고문이 당분간 잠행을 하겠지만 멀지 않아 정치를 재개하는 것은 기정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고문의 최종 목적지가 5년 뒤 대선 재도전임을 가정할 때 든든한 징검다리를 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졌잘싸 이재명의 등판은 지방선거, 8월 당 대표 출마, 2024년 총선 출마, 과연 언제일까요.
hteun@daejonilbo.com 은현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