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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카페민지(MZ)] 옛 것과 새로움이 어울린 '힙'한 공간 '북성로 사람들'

120년 적산가옥 그 안에서 피어난 그 옛날 사람 냄새
카운터·테이블 내부 공간 통유리창 낡은 공중전화·온수 포트·석유 풍로
앞마당 펼쳐진 별채 SNS 사진 명소

 

각종 공구가게와 옛 건물들이 모여있는 대구역 인근 북성로는 지금 개발바람을 맞으며 많은 옛 건물들이 사라졌다. 북성로의 옛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아쉬운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낙후된 환경을 그대로 둘 수도 없는게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옛 북성로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그러면서도 새로운 뭔가를 느끼고 싶다면 대구 중구 화전동에 있는 카페 '북성로사람들'이 해답이 될 수도 있다.

 

◆ 좁은 입구를 지나면 확 열린 마당이…

 

지난해에 문을 연 '북성로사람들'은 대구의 젊은이들에게는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위주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인생 샷'을 남기기 좋은 곳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옛 대구극장 자리인 관광버스전용공영주차장 골목에 위치한 '북성로사람들'은 입구에서 놀라고, 입구를 지나면 또 놀란다. 입구가 그다지 넓지 않아서 놀라고, 입구를 지나면 그 안에 널찍한 공간이 있어 또 놀란다.

 

 

'북성로사람들'은 120년 된 적산가옥 3채를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해 지어졌다. 안주애 '북성로사람들' 총괄디렉터는 "맨 처음에는 이 부지에 사람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용도의 건물을 세우려고 철거를 진행하려다가 자꾸 기와 형태의 건축물이 나오게 됐고 조사를 해 보니 오래된 적산가옥이었다"며 "옛날 집의 모양을 보고 굳이 철거하기 보다는 적산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며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래서 카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옛 건물의 모습이 나름 잘 보존된 덕분에 SNS 사진 명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쇼핑몰 운영자들의 카탈로그 또는 상품 소개 사진을 촬영하는 장소로 쓰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 촬영지로 섭외하기 위해 문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모던'과 '옛스러움'이 공존하는 공간

 

카페 정문으로 들어서면 햇살이 가득찬 안마당이 손님들을 반긴다. 카운터와 테이블이 있는 내부 공간은 통유리창으로 돼 있어 안마당의 햇살을 즐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주 건물 외에 별채처럼 떨어져 있는 공간이 있는데 대개 단체손님을 받을 때 쓰는 공간이다. 하지만 별채가 앞마당과 어우러지는 모습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별채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게다가 앞마당에서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의 벽도 낡은 모습이라 삭막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카페 건물과 어울리며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북성로사람들' 안은 많은 옛날 물건들이 자리잡고 있다. 별채 앞에는 소위 '배달자전거'라 불리는 옛날 자전거 위에 나무 궤짝이 올라가 있어 별채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색다른 소품으로 기능한다. 카페의 또다른 출입구에는 낡은 공중전화가 있고, 카페 홀 안에는 옛날식 온수포트, 전기밥솥, 석유풍로 등이 있어 카페 건물과 함께 옛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런 옛날 물건들은 안 디렉터가 계속 모아왔던 물건들이다. 옛 물건을 좋아하는 안 디렉터는 카페를 '모던하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모아온 물건들을 카페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안 디렉터는 "바쁘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공간을 만들어보려했다"며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이 쉼과 휴식,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경험을 제공해드리기 위해 옛날 물건들로 카페 내부를 꾸며봤다"고 말했다.

 

 

◆커피와 빵에 일관된 콘셉트는 '연탄'

 

'북성로사람들'의 대표 메뉴의 특징은 모두 '연탄'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안 디렉터는 "연탄은 옛날 서민들의 필수품이었지 않느냐"며 "가장 따뜻하고 정이 가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해 '연탄'을 콘셉트로 한 메뉴들을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이 카페가 자신있게 자랑하는 커피 메뉴 3종은 숯커피, 연탄크림커피, 가마솥누룽지라떼인데, 모두 숯이나 연탄으로 불을 때던 시절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숯커피는 아메리카노를 생각하면 편한데, 독특하게 커피 컵과 주전자가 따로 나온다. 5천원이란 가격만큼 양도 넉넉한 편이며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맛이 특징이다.

 

라떼 위에 우유 거품을 얹은 뒤 거기에 블랙코코아가루를 뿌리고 그을린 시나몬(계피)스틱을 꽂은 '연탄크림커피'는 시나몬 스틱으로 커피를 살살 저어 마시면 라떼의 부드러움과 초콜릿의 달콤함, 그리고 알싸한 계피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가마솥누룽지라떼'는 가마솥처럼 생긴 컵에 라떼와 누룽지 2조각을 띄운 메뉴로 먹다보면 커피의 풍미와 함께 요기까지 될 것 같은 든든함이 있다.

 

커피만큼 독특한 것이 빵 메뉴들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할 '구공탄'과 '번개탄' 모양의 빵으로 이름 또한 '연탄빵'이다. 색깔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검은색 빵은 '안탄 연탄', 빨간색 빵은 '타는 연탄', 베이지색 빵은 '다탄 연탄', 검지만 옆으로 넓적한 빵은 '번개탄'이다.

 

'안탄 연탄' 빵은 오징어먹물로 검은색을 내고 그 안에는 노란 치즈 소스가 들어가 있다. 노란 치즈 소스는 까망베르 치즈를 이용해 만들어 풍미가 진하다. '타는 연탄'빵은 홍국쌀로 색깔을 낸 빨간 빵 안에 연유크림이 들어가 있어 깔끔하고 무난한 맛이다. 인절미를 연상시키는 '다탄 연탄'은 빵 안에 크림과 찹쌀떡이 들어가 있어 쫄깃한 식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검은 넓적한 빵 사이에 버터를 끼운 '번개탄' 빵은 부드럽고 고소한 버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고파

 

입소문을 많이 탄 덕분에 주말에는 자리가 나지 않아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김성훈(30) 씨는 "주말에 자리가 쉽게 나지 않아 좀 기다렸었지만 기다린 만큼 분위기가 좋았고 사진 남기기도 좋았다"고 말했다.

 

'북성로사람들'은 이 공간이 세대가 어우러지고 또 아우르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려는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 안 디렉터는 "이 공간이 오랫동안 유지가 돼서 모든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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