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 강원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2022 강원문화포럼이 지난달 30일 커먼즈필드 춘천 안녕하우스에서 열렸다. ‘현장이 묻고 정책으로 답하다'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은 차기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의 방향을 진단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지방 정부에 관련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조발표
△정광열 문화가치연구소 대표(차기 중앙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차기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 기조는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하고 K-컬처를 글로벌 문화의 미래로 발전하는 것 등도 있지만 지역, 계층 간 차별 없이 문화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문화기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문화수요에 대한 시·도별 격차는 거의 없지만 문화 생산과 공급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문화 격차가 심각하다. 이로 인해 지역문화 생태계가 붕괴되고, 문화가치 재창조가 힘들어진다. 또 지역 간 연대가 어렵고 지원을 받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문화예술인과 지역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하고 수도권 중심을 벗어나 전 지역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데에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또 예술인 안전망 확대에도 저소득 예술인과 청년 예술인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새 정부는 공정하면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맞춤형 지원에 고심하고 있다.
/제1섹션 - 문화분권과 문화자치1 ‘문화도시'/
최혜자 “강원형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 설계 필요”
유영심 “문화 소프트웨어 빈약 … 인력 역량 강화”
제현수 “시민이 문화도시 주체 … 정책·투자 시급”
△최혜자 문화디자인자리 대표=문화도시 선정 제도는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면서 평가 기준을 하나로 두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기후 위기, 질병, 인구 감소 등 갖가지 재난 속에서 강원도민의 삶을 설계하는 강원형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생태 가치를 강화한 문화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등의 대안이 요구된다.
△유영심 강원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 부센터장=지역 간 문화 격차가 심각하다. 도내 인프라는 비교적 상위권에 속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빈약하고 게다가 수요도 분산돼 있어 인프라를 채우기조차 버겁다. 문화도시로 진정한 문화자치와 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인력에 대한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현수 원주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문화도시는 지역에 문화분권·자치를 실현하는 최적화된 사업이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변화, 시민의 삶에 대한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또 도시가 설계하고 있는 중장기 비전, 기본계획에 문화도시가 어떻게 설정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이 문화도시의 주체다. 강원도형 문화도시 사업을 할 수 있는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제2섹션 - 문화분권과 문화자치2 ‘문화재단'/
라도삼 “재단의 자율과 독립성 보장 시급한 과제”
황순주 “행정기관화 경계·디지털 전환 적극 대응”
김희정 “독립성 한계…현장의 목소리 듣는데 충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지역 문화재단의 설립 이유는 예술가 스스로 자신을 지원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갖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현재는 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이고 그들을 관리하는 틀로 운영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역 예술가와 문화 기획자가 스스로 정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재단의 자율과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황순주 경기문화재단 정책실장=지역 문화재단이 행정기관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딜레마는 국가, 지자체로부터 나온다.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에 더해 할 일이 매우 많다. 재단은 자원과 기록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김희정 춘천문화재단 사무처장=지역 문화재단은 행정과의 관계에서는 독립성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하고,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문화예술생태계 이해관계자로부터 일종의 ‘갑'의 기관으로 지탄도 받는다.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반드시 필요한데 재원이 아니라 의사결정에서 과정을 의미한다. 재단 역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충실해야 한다.
/제3섹션 - 예술진흥 '예술인 복지와 예술지원'/
정철 “예술인 산재보험 당연 가입제로 개선해야”
이홍섭 “문화재단은 교육 집중 사업은 민간과 협업”
원영오 “예술인복지센터·공공예술창작센터 건립해야”
문유미 “일시적 지원 아닌 자생 위한 지속 지원 필요”
권순석 “예술인 복지는 생존문제 당사자 입장서 검토”
△정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본부장=예술가의 창의 활동이 사회 전반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의 노동 시간은 무대 밖에서도 흐른다. 현재 예술인의 고용보험과 산재 보험 가입률은 절반에 그친다. 수입 자체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결국 예술인 산재 보험은 복지법으로 구별돼 산재 보험법과 국민 연금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당연 가입제로 개선해야 한다. 특별법 형태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홍섭 전 강릉문화재단 상임이사=예술복지법이 10년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고, 예술인 권리 보장법이 올 9월 완성되면 어느정도 안정성이 구축된다고 본다. 지역에 어떻게 안착되느냐가 관건이다. 예술 복지를 실행·운영하는 곳이 지역 문화재단인데, 맡고 있는 역할과 비중이 방대해 정작 중요한 일은 뒷전이다. 재단이 문화예술 교육에 집중하고, 단기적인 사업은 민간과의 협업으로 해결하면 된다.
△원영오 극단 노뜰 대표=예술가의 성과를 계량화하는 것이 힘들다. 문화 정책이 상당 수준 성장한 반면, 지원 기관이 관료화되면서 예술가에게 작업을 계량적으로 증명하기를 요구한다. 극단이 30년이 됐는데 아직도 자생하기 힘들다. 강원도에 걸맞은 예술인복지센터 건립과 공공예술창작센터 건립이 요구된다. 또 지역 문화예술회관은 제작 극장 역할을 해야 한다.
△문유미 조각가=예술 활동을 하면서 심사나 심의 과정이 힘들어 아무런 시도조차 못하는 예술인이 많다. 일시적 지원이 아닌, 자생하고 지속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10년간 춘천에서 작업 활동을 해 왔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수입이 줄어든다.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요원하다. 예술인 파견 지원사업 규모를 확대해 달라. 더 나아가 접근이 수월한 예술 소통 플랫폼이 마련돼야 한다. 문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예술인 사회안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좌장)=차기 정부에서 ‘문화도시'는 보완의 대상이지 폐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강원도 차원에서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문화재단'과 관련해서는 많은 상상력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다. 역할과 입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예술인 복지' 문제를 다룬 3섹션에서는 예술 유통의 왜곡이 아이러니하게 공공기관에서 유발된다는 화두에 공감한다. 시작부터 대상과 형식을 제한하는 공모 형태의 지원 방식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술인복지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당사자 입장에서 검토하는 것이 맞다.
정리=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