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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불법체류자라도 써야죠” 농번기 인력난 한숨

전남 외국인 계절근로자 1230명 배정 받았지만 32명만 고흥으로
인력 적기 투입도 안돼 수확 차질…불법 알고도 브로커 통해 구인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데…국가는 왜 우리를 범법자 만드나요”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전남 농촌 들녘에 일손 구하기 비상이 걸렸다. 인력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대부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농가마다 파종 시기마저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국인을 대신해 농촌의 손발이 됐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하지 못한 데다 농사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어 인력난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벌금형을 감수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까지 대거 고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도 줄어 이들을 고용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라 영세 소규모 농업인들은 이마저도 구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거의 끊기다시피 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올해부터 대거 입국시켜 농촌에 투입하기로 했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행정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월 전남 14개 시·군 지자체의 농어가 433가구에 총 1230명의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했지만,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고흥에 배정된 32명이 처음이다.

전남도는 농번기를 앞두고 부족한 농촌 일손을 메꾸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지만, 농가에서는 농사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제는 농업인력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임시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매년 1월과 6월 전국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법무부가 2월과 7월에 해당 지역에 인원을 배정한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가 현장에 배치되기까지는 최소 2개월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배정받은 시군이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이에 응하는 노동자들을 모집해 출국 수속을 밟는 기간을 감안하면 배정 시기를 2개월가량 앞당겨야 농번기에 대응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3월부터 영농이 시작되는데, 5월 중순 이후가 돼서야 입국하면 일을 가르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막상 현장에서는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를 놓친다는 것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작물은 수확일을 하루, 이틀만 넘겨도 썩어서 모두 버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치 규모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파종이나 이작을 하는 경우 수십명에서 백 여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반해 계절근로자로 배정 받는 것은 농가당 최대 12명 밖에 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력이 적기에 투입이 되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농업생산비 증가와 농산물 생산량 감소의 악순환이 장기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불법인 줄 알면서도 ‘편리하게’(짧은 기간· 필요할 때) 일손을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영광군에서 고구마를 재배하는 A씨는 “당장 4월부터 고구마 순 파종작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일손을 맡아줄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불법임을 알고서도 브로커를 통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부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적어 예약을 해야 겨우 구할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안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B씨도 “이달 안에 농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수확에 차질이 생겨 사설 인력중개소를 통해 인력을 구하려 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해 브로커를 통해 불법체류 노동자를 알아봤는데 그나마 한명 당 1~2만원 저렴해 이들의 손을 빌릴 수 밖에 없는 처지다”면서 “지난해보다 높은 일당을 제시해도 ‘다른 사장님은 얼마를 더 준다’며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상황이 되자 영세농가는 더 힘들어지고 있다. 중개인들을 통해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해야 하는 탓에 소규모 인력을 요구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대부분 20~40명 가량의 외국인노동자를 승합차나 버스에 태워 현장에 내려주는 일명 ‘차떼기’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개인 입장에서도 돈이 되고 편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갑을관계가 역전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5월 말까지 총 250명 가량의 계절근로자가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봄철 어업이 끝난 시기에 이 인력을 농업에 배치하는 등 상황에 맞게 시군끼리 인력 배치를 교환하면서 부족한 일손 메꾸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