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인천 22.4℃
  • 흐림원주 25.6℃
  • 수원 24.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포항 29.5℃
  • 대구 28.9℃
  • 전주 25.7℃
  • 흐림울산 27.3℃
  • 흐림창원 26.0℃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순천 25.4℃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김해시 25.1℃
  • 흐림구미 27.4℃
기상청 제공
메뉴

(대전일보) "생계 때문에" 재난위험시설에 남은 영세상인들

E등급 지정 천안 르씨엘·자유시장 A동
관리 책임 건물주에게 있지만 특별한 보수 보강 없이 상인들 건물 사용
재난위험시설 임차상인 위한 대책 필요

 

[천안]E등급 재난위험시설은 시설물 안전법 상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지자체는 E등급 시설 사용자들에게 퇴거를 명령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영세상인들은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상인들은 건물주와 달리 충분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데다 생계가 달렸다는 이유에서다. 건물 보수·보강의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재난위험시설 임차상인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천안과 아산에서 E등급 재난위험시설은 천안 구도심의 르씨엘(옛 미도백화점)과 자유시장 A동 2곳이다. 1982년에 지어진 르씨엘 건물은 지난 2020년 7월 안전진단 결과 주차장 기둥 일부가 부숴지고 벽 등의 내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돼 E등급으로 지정됐다. 천안시는 입주민들에게 퇴거 공문을 보냈지만 상가 3곳의 세입자는 여전히 남아있다.

 

르씨엘 1층에서 옷과 소품을 팔고 있는 A씨는 "안전진단 때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하곤 느닷없이 재난시설이 됐다"라며 "20대 때부터 일궈왔는데 터전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16년 째 이 곳에서 장사를 해왔다. 상권은 쇠락했지만 팬데믹 이전까지 매일 40여 명의 단골손님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생계가 달려있다"며 "단골들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할 자신이 없다. 재개발 때문에 이 근처에서는 임대도 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B씨는 2017년 르씨엘 지하 1층에 도자기 공방을 꾸리며 3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공방을 연지 5년도 안된 상황에서 퇴거를 받아들이긴 어렵다. B씨는 "2년 전 E등급 나온 후로도 계속 살고 있다. 안전이 문제되진 않는 것 같다"며 "퇴거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그는 "천안도시재생센터에서 이 지역을 문화거리로 만들자고 해서 들어왔다"라며 "오기 전에는 재개발이 없다고 하더니 얼마 안가 재개발 계획이 나왔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은 특별한 보수나 보강 없이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건물 관리의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다. 르씨엘은 분양권자가 180여 명으로 건물관리에 손을 놓은 지 오래다. 건물의 수도와 전기도 끊겨 상인들은 각자의 명의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 천안시는 퇴거 대책으로 무이자로 보증금 3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거와 달리 생업에 영향을 받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충분한 보상은 아니다. 천안시 관계자는 "민간 건물들이라 관리를 지자체가 대신할 순 없다"며 "안전을 이유로 강제집행도 생각할 수 있지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한규법률사무소 김한규 변호사는 "관리자의 조치와는 별개로 천안시는 필요한 경우 해당 건축물의 사용 제한의 조치를 명할 수 있다"면서도 "천안시에서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르씨엘 세입자 C씨는 "이 곳에 오랫동안 일해 온 사람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읍소했다.

 

 

ynwa21@daejonilbo.com  박하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