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과일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반면 쌀값은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다. 생산량은 느는데, 1인당 쌀 소비량은 줄어 재고가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통계청(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전국 산지쌀(미곡처리장 등 도매가 기준) 20㎏(한포대) 가격은 4만3918원 정도다. 지난해 같은 날(5만5856원) 대비 21% 정도 떨어졌다.
고물가 속에서도 쌀값은 매월 하락했다. 올 들어 산지쌀값은 △1월 5만703원 △2월 5만334원 △3월 4만9210원 △4월 4만7319원 △5월 4만6190원 △6월 4만5215원 △7월 4만3918원 등으로 떨어졌다.
대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 조사 결과, 8월 기준 대전에 유통된 쌀(상품·20㎏) 도매가격은 전년(5만9157원)보다 20.5%나 하락한 4만7040원이다. 같은 기간 소매가격도 5만289원으로 전년 대비 18% 하락했다.
업계는 쌀값 하락 원인으로 소비 부진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꼽는다. 대전농협 한 관계자는 "쌀 소비 감소로 재고가 쌓이면서 쌀값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이런 소비 패턴이 고착화됐고 '쌀값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농민들이 큰 출혈을 떠안고 있다"고 했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56.9㎏)은 전년(57.7㎏) 대비 1.38% 감소했다. 쌀 소비량은 2017년(61.8㎏) 이후 5년째 내리 감소하는 반면 지난해 쌀 생산량(388만2000t)은 전년(350만7000t)보다 10.7% 증가했다.
지난해 지역의 쌀 생산량도 대전은 4515㎏으로 전년 대비 33.4%, 충남과 충북도 각각 14.1%, 8.9% 늘었다.
매년 쌓여가는 쌀 재고도 가격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6월말 기준 농협의 전국 쌀 재고량은 59만6000t으로, 전년비 89%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전을 포함한 충남의 쌀 재고도 12만1000t으로 지난해(7만 350t)보다 72% 늘어났다.
농협 관계자는 "현재 전국 농협 시도본부와 소비자단체 등이 논의를 거쳐 쌓여있는 쌀의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향후 지역 연고기업들과도 협약을 맺어 쌀 촉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벼 해충마저 극성을 부려 지역농가가 비상이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최근 나방류에 대한 2차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002년 이후 거의 발견되지 않던 해충인 벼줄점팔랑나비도 도내 일부에서 벼 20주당 40마리 이상 확인됐다. 벼에 발생하는 나방류는 벼줄점팔랑나비와 혹명나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벼줄점팔랑나비의 발육단계는 4-5령이거나 번데기 단계, 혹명나방은 성충단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단계까지 번성한 것이다.
최용석 충남농업기술원 해충팀장은 "나방류 방제는 어린단계에서 해야 효율이 좋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적기방제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수류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미국흰불나방 1화기(월동성충) 발생은 전년과 유사하나, 2화기(2세대성충) 발생에 따른 피해가지율 역시 지난해 10% 수준에서 올해 48.8%로 급증했다.
김소현·백유진·충남=박계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