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원자잿값 상승에 의한 수입 부담 증가로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원화 가치가 약 13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지역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23일 관세청, 지역 기업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254억7000만달러(약 34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였던 1996년(연간 206억2400만달러)의 무역 적자 규모를 넘어선 수치다.
막대한 무역적자가 발생한 이유는 원유, 가스, 석탄 등 수입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달 원유(54.1%), 반도체(24.1%), 가스(80.4%), 석탄(143.4%), 승용차(44.3%) 등 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수입이 증가했다.
반면 국내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는 각각 7.5%, 24.6% 줄었다. 수입 증가율은 14개월째 수출 증가율을 넘어선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13년4개월 만에 1340원을 돌파하면서 물가상승과 경기둔화를 견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1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암울한 경제 상황은 지역 기업, 특히 수출기업들의 수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발표한 올 7월 대전세종충남 수출입 동향을 보면 대전의 수출은 4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다. 세종은 0.9% 줄어든 1억3000만 달러, 충남은 1.0% 감소한 86억4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수입은 대전이 3억7000만 달러(4.7%), 세종이 1억5000만 달러(25.0%), 충남이 51억6000만 달러(60.0%)를 각각 기록했다. 대전과 충남은 무역흑자를 나타낸 셈이다.
그러나 대전의 수출 증가는 우주산업과 관련한 대규모 실적에 의한 것이며, 충남은 수출이 줄어든 데 반해 수입이 폭증한 것으로 사실상 수치가 '청신호'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세종의 무역수지 적자는 18개월래 최고치를, 충남의 무역흑자는 27개월래 최저치를 각각 보인 것이어서 지역기업들의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 상승과 환율 급등이 이어질 경우 지역 수출입 기업들의 형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전상의 관계자는 "요즘 기업들 대부분이 원자재를 해외에서 구입하고 있는데, 환율이 올라 수출기업이 이득을 볼 것이란 원론적인 얘기가 통하는 않는 이유"라며 "이미 지속적으로 지역기업들의 수출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잿값 상승과 환율 상승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은 정말 갈 곳이 없게 된다"고 했다.
이어 "현금 보유를 많이 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전반적인 무역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위한 다른 물꼬를 트게 해주는 방법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so-yearn@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