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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이지호 관장 “거장의 작품 통해 위로와 공감의 시간되길”

[루오전 기획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인터뷰]
전남도립미술관 개막 ‘조르주 루오’전
퐁피두센터·루오재단 등 엄선 작품 200여점
루오 다채로운 색채, 남도풍경과 유사한 느낌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전도 의미있는 전시

 

세계적인 작가 조르주 루오를 만나는 전시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그것도 개관 2년차 공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지난 6일 전남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은 퐁피두센터와 조르주 루오재단, 말랭그갤러리에서 엄선한 작품 200여점이 나온 대규모 전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을 인터뷰했다. 프랑스 리옹비엔날레가 전 세계 14개국 14명의 큐레이터를 초청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13일부터 프랑스를 방문중인 이 관장은 코로나 19와 비행기 파업 등으로 루오전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 루오재단 대표 등과도 만날 예정이다.

“생각보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져서 작품 수급 등에 문제가 있을까, 관람객들은 얼마나 올까 등 걱정이 많아 전시를 연기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한데, 작품을 대여해줄 퐁피두센터 측에서 전시 일정 조정이 힘들달고 하더군요. 코로나로 대면이 어려워 협의하는 과정이 힘겨웠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운송도 불투명하는 등 우려가 있었지만, 전시회를 열 수 있어 기쁩니다. 직원들 모두 함께 고생한 덕이지요.”

이 관장은 지금, 왜 해외 유명 작가 초대전을 기획하고, 루오라는 작가를 소환했을까.

“미술관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현대미술, 설치와 미디어, 융복합 작품 등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요. 지역의 작가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일도 의미있는 작업이구요. 지금까지 전시를 진행하며 관람객들은 제대로 된 ‘회화 작품’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어요. 특히 도립미술관은 무엇보다 관람객 위주의 미술관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대로 된 회화 작품을 보여주자 싶어 많은 작가를 떠올렸는데 루오가 갖고 있는 인간 존엄의 정신과 다채로운 색채감이 관람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의 풍경 작품이 남도풍경과 유사한 느낌도 많이 받았구요. 팬데믹도 있었고, 정치적 혼란이나 전쟁 등으로 마음 둘 데가 없다는 사람이들이 많더군요. 가볍게 스치듯 유쾌하게 관람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전시도 좋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전시,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전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관장의 말처럼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이 태도는 인상적이다. 차분히 전시를 둘러보고, 한 작품 앞에 오래도록 머무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SNS에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번 전시는 이 관장이 대전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6년 루오전을 개최하며 루오재단과 맺었던 인연이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끼리 문화교류 차원에서 진행한 터러 좋은 작품을 대여해 올 수 있었어요. 지난해 전시 개최를 마음 먹고 루오재단 디렉터에게 10여년만에 메일을 보냈어요. 편지에 남도 이야기를 많이 썼습니다. 대한민국 남도 끝에 있지만 역사적으로 인문학적 향취가 풍성하고, 예술이 깊은 고장이라고요. 특히 남도의 자연풍광과 환경이 루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감성과 너무 맞는 것 같다고도 했죠. 이 곳에서 꼭 전시를 열어서 남도 뿐 아니라 전국의 관람객들이 루오의 작품을 다시 보게 하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일단 빨리 파리로 오라고 해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지만 무조건 달려갔지요.”

루오재단을 찾은 이 관장은 곧바로 퐁피두센터와 협의에 들어갔다. 당시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루오 개인전에 작품을 빌려준 말랭그 갤러리 관계자를 만난 것도 인연이었다. 그를 통해 이번 광양 전시에 루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예술 그리스도(수난)’를 대여할 수 있었다.

루오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을 선보일까하는 점도 고민 중 하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성서적 풍경을 다룬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삐에로와 예수 그리스도 그림은 지금까지 열린 루오전에서 많이 보여졌기도 했고요. 제가 광양에 살다보니 남도 풍경에 관심이 많아졌나봐요. 루오의 풍경화는 자연 자체 뿐 아니라 영적인 이상의 세계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어서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루오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가져왔구요. ‘미제레레’ 판화 연작은 제작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 동판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베로니카’ 등 대표작은 당연히 목록에 넣었구요.”

이번 루오전과 이어지는 ‘조르주 루오와 한국미술’전은 단순히 명화전시에 그치지 않고 한국 미술과의 접점을 찾아본 기획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관장은 “루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기보다는 그의 시대정신과 소재, 기법, 정신 등을 접한 우리 작가들을 조명해 본 기획으로 공립미술관이 해야할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번 루오전을 계기로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기획할 생각이다.

“도립미술관에서 루오전을 한다고 하니 진짜 원화 작품이 왔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군요.(웃음) 다양한 미술사조를 보여주는 전시와 우리 것을 보여주는 전시를 다양하게 개최할 생각입니다. 명화를 관람하면 명화에서 나에게 전달되는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들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 작품을 만나는 경험을 이번에 도립미술관에서 해보시면 어떨까합니다.”

이 관장은 “루오 작품이 갖고 있는 인본적인 사상, 인간에 대한 존중과 고귀함을 통해 삶의 위로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