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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잠깐 읽기] 예술가 가수 최백호의 진정성 담은 첫 산문집

 

최백호는 예술가다. 이건 아는 사람은 안다. 그의 섬세한 감성을 동시대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그는 부산 출신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1950년 기장 출생의 그가 낸 첫 산문집이다. 한 번 그의 콘서트에 가서 느낀 것은 그의 노랫말이 그의 온몸의 표현이라는 거였다. 귓등을 스쳐 흘러가버리는 노랫말이 아니라 그의 생이 진실하게 실린 무엇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가 쓴 이 산문집의 글도 그의 삶과 내면이 그대로 느껴진다. 38편의 글이 실렸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두고 간이 크다, 고 하지만 자신은 소심하기 짝이 없단다. 무대에 서서 기타를 들지 않을 때는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신기하게도 노래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손이 머리 위까지 올라가 열창하고 있더라는 거다. 그는 노래할 때 사실 작두를 탄단다. 음악이라는 아주 예민하고 날카로운 작두를 탈 수밖에 없단다.

 

스무두세 살 힘든 무명가수 시절, 최백호는 부산의 어느 음악감상실의 인기 DJ이자 친구인 홍수진이 “이거 당신이 좋아할 거야”라며 잭 케루악의 <노상에서>라는 책을 주더란다. 비트와 히피의 근원이 된 케루악의 경험담이 담긴 거였는데 최백호는 그 책을 읽고 열정이 터져 나와 무모하고도 과감하게 기타 하나를 달랑 들고 낯선 서울로 향해 가수가 됐다고 한다. 최백호는 그 책을 40여 년 만에 <길 위에서>란 이름으로 다시 만나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는데, 그 DJ 친구는 지금 세상에 없다. 그가 노래 ‘영일만 친구’의 주인공이다.

 

‘진정성’이라는 단어는 낡은 단어다. 우리는 그 단어를 너무 많이 소비했고, 삶을 담아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백호는 다시 ‘진정성’을 말한다. 그의 발성으로, 그의 어법으로 말하는 그 ‘진정성’이 책 속에서 오롯이 살아 있다. 최백호는 말과 삶의 예술가다. 최백호 지음/마음의숲/240쪽/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