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일기에 들어가면서 도내 어민들과 수산업계 관계자들의 불안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지난 16일 새벽 제주시 수협 어판장에서는 밤새 잡아 온 물고기들을 배에서 꺼내는 어민들과 바쁘게 경매를 벌이고 있는 경매사와 중도매인들, 싱싱한 생선을 매입하기 위해 찾아온 상인들과 도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날 제철을 맞은 갈치가 풍어를 맞으면서 어판장은 모처럼 활기를 띄었지만 어민들의 얼굴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일본 원전 오염수 문제 때문이었다.
경매를 지켜보면서 삼삼오오 모여있던 어민들 사이에서는 원전 오염수 문제가 주로 언급됐다.
40년 넘게 어업에 종사했다는 박문엽씨(72)는 “솔직히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바다가 얼마나 오염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과연 사람들이 수산물을 사먹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이어 “한평생 바다에서 살아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느냐”며 “방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직접 바닷속에 잠수하는 해녀들은 원전 오염수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해녀 강애심씨(71)는 “지금 일본 원전 오염수를 마셔도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곳도 있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왜 바다로 버리겠느냐”며 “수산업계 종사자들의 생계는 물론 해녀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문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문제인데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산업계에서도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소비급감으로 이어져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국적으로 벌어진 소금 대란이 제주에서도 발생하면서 그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성산포수협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천일염 20㎏ 한포대 가격을 2만4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수요가 급증해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를 비롯한 도내 식자재 마트 역시 대용량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면서 일찌감치 품절 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 제주시농협 하나로마트는 19일부터 천일염 20㎏ 280포대를 1인 1포로 제한해 판매할 예정이다.
문대준 모슬포수협 조합장은 “제주 청정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이 전국 곳곳 밥상에 올라간다. 핵오염수가 방류돼 황금어장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우리 국민과 제주어민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핵오염수 방류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협중앙회는 지난 5월부터 지역별조합장협의회장과 수산단체가 참여하는 ‘일본 원전 오염수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제주를 비롯해 서해, 서남해, 남해, 동해 등 5개 권역별로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원전 오염수 방류로 피해가 확산할 경우에 대비해 전국 수산인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와 국회에 선제적인 피해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다.
또 수협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방사능 분야 공인 시험 검사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오는 8월부터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정밀검사를 확대해 수산물 안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수협 계통조직을 중심으로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