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역 명소가 장기간 텐트를 설치해 놓는 이른바 ‘텐트 알박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해 소쿠리섬은 소유권 문제로, 창원 본포수변생태공원은 시의 과태료 부과를 앞두고도 해결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진해 소쿠리섬, 알박기 텐트로 ‘몸살’= 21일 오전 9시 창원시 진해구 명동선착장에 도착한 취재진이 탑승 명부를 작성하고 배 위에 올랐다. 10분 남짓 거리를 달려 도착한 섬엔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텐트가 섬의 일부분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진해 소쿠리섬이다.
소쿠리섬은 간조일 때 남쪽에 위치한 웅도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모세 기적의 길과 진해해양공원99타워에서 출발한 집트랙이 닿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해안가를 풍경으로 노지캠핑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캠핑족의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주말에만 입도객이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명소다. 섬 입구 해안가를 따라 이어진 노지에는 텐트들이 빼곡했다. 동서 방향으로 300m가량 이어진 노지에 설치된 텐트들을 세어 보니 모두 67동, 텐트 안에 사람은 없었다. 설치 후 장기간 방치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들이다.

텐트에는 긴 천막을 이어 설치한 간이 주방이 있는가 하면 폴대와 끈을 이용해 만들어진 건조대에 옷가지가 널려 있기도 했다. 또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흙먼지가 쌓인 텐트까지, 소쿠리섬은 알박기 캠핑족들에 의해 사유화되고 있었다.
장기 텐트 이용객 중 이날 유일하게 섬을 찾은 A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10년 가까이 텐트를 설치해 이용하고 있다”며 “단속이 나와서 몇 번 텐트를 뺀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이 알박기를 하더라. 그래서 지금은 텐트를 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휴가 중 소쿠리섬을 찾은 김준수(28)씨는 “캠핑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됐다. 소쿠리섬이 유명하다고 해서 와봤는데, 실제로 와보니 알박기를 한 텐트들이 많아서 놀랐다”며 “보기에도 안 좋지만, 저처럼 하루 시간을 내서 캠핑을 즐기러 온 사람들은 텐트를 칠 공간이 제한적이라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국방부 소유의 국유재산지로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캠핑족들에 의해 ‘텐트 알박기’가 성행하고 있다. 진해구청 수산산림과 관계자는 “텐트가 설치돼 있는 곳은 국방부 소유 땅이라, 구청에 소유권이 없어서 단속할 근거가 없다”며 “현재로서 구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동읍 본포수변공원은 내달부터 ‘과태료 부과’= 창원시는 이른바 ‘알박기’한 캠핑족들로 인한 민원이 잇따랐던 의창구 동읍 본포수변생태공원 일대를 내달 1일부터 야영·취사 금지지역으로 지정하고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오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 뒤 내달 1일부터 ‘하천법’에 따라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원부터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단속까지 2주가 채 남지 않은 20일 오후 8시께 찾은 본포수변생태공원 일대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텐트 61동이 설치돼 있었다. 일대를 둘러본 결과 4동을 제외하고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빈 텐트였다. 주차장을 비롯한 텐트 사이사이에는 ‘창원시 낙동강 하천구역 내 야영·취사 금지지역 지정’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일부 텐트는 A4용지만 한 모래주머니 20여 개로 고정돼 있거나 나무 기둥에 흰 밧줄로 고정돼 있기도 했다.
해가 저물어 깜깜한 텐트 속에서 짐을 정리하던 B씨는 “텐트를 설치한 지는 수개월쯤 됐는데, 다음 달부터 시에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철거하고 있다”며 “자연이 좋아서 주로 퇴근하면 텐트에서 차 한잔하고 집에 가곤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공간에서 텐트 설치 등 캠핑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창원시 누리집에 게시된 ‘야영·취사 등의 금지지역 지정 고시’를 보면, 시는 의창구 북면 외산리부터 대산면 유등리까지 창원시 관내 우안 하천구역 19.6km를 금지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내달 1일부터 해당 지역에서 야영 또는 취사 행위 등이 금지되는데, ‘단, 광장 내에서는 야영시설 2박 초과 이용 및 설치 금지’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작년부터 계도해왔는데 해결되지 않아 내달부터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아예 설치하지 못하게 하긴 그래서 광장 내에서는 2박을 초과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대부분 알박기 텐트가 광장 외의 공간에 설치돼 있어 그런 경우는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알박기 문제가 해소되면 금지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공간을 새로 조성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