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내리면 산사태가 날까, 잠을 못 자겠어요"
지난해 동해안 산불로 집이 불에 타 현재 임시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는 A(74·동해시 괴란동)씨. 그는 1년째 산사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뒷산은 산불로 소나무 몇 그루만 남은 채 잡풀만 수북한 상황. 집 바로 옆에는 대나무를 베어내고 흙만 남은 2m 높이의 경사면이 40m 구간으로 있다. '폭포비'만 내리면 언제든 산에서 흙이 쓸려 내려 올 수 있어 시청에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2년째 묵묵부답이다. 결국 A씨의 아들이 지인을 동원해 경사면에 방초 매트를 덮어 놓았다. 경사면 위에 집이 있는 이웃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돌망태(개비온)가 어려우면 작은 수로라도 놓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관계자들이 현장만 방문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산불 피해지역인데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강원지역 시·군 지자체들 손 놓고 있는 사이 주택가 곳곳이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17일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 중 산사태 발생 우려지역 25개소(공유림·사유림 포함)를 대상으로 정비 사업을 마쳤다. 하지만 A씨처럼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희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강원지역의 '산사태 취약 지역'은 올 6월 기준으로 2,892개소(거주민 4,718명)로 경북(4,935개소·9,977명) 다음으로 많다.

또 다른 붕괴 위험지는 '도심 내 빈집'이다.
17일 춘천시 약사동의 한 빈집 담벼락은 곳곳에 균열이 생겼고, 보행자 통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인근에는 아파트 단지, 식당뿐만 아니라 어린이집도 있는 상황. 주민 B(42)씨는 "비가 내리고 더 위험해져,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른다"며 "밤이면 청소년들이 모여 담배를 피는데 사고라도 날까 겁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직권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축위원회의 심의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직권 철거 이후에도 소유주의 소송이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원지역 내 빈집은 8,344채(도시 2,500여채·농어촌 5,600여채 )에 달한다.
강원자치도 산사태 업무 담당자는 "위험 요소가 확인되면 시·군과 협의해 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