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위기를 겪고 있는 강원지역 지자체들이 정부로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계획 때문에 사업 추진 여부가 안갯속인 지자체도 있어 '주는 떡'도 못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임호선(더불어민주당)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지자체별 지방소멸대응기금 집행현황(올해 6월말 기준)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인 도내 12개 시·군에 배분된 732억원 중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110억원으로 집행률이 15%에 그쳤다. 양양과 평창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기금을 받은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창은 생활인구 확대, 정주여건 개선 등의 사업 계획으로 72억원을 받았지만 사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양군은 '양양국제공항 화물터미널 구축 및 인프라 환경조성사업'으로 48억원을 우선 받았지만 사업 추진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5년간 총사업비가 391억원으로 지방재정투자심사 대상(200억원 이상)인데, 아직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물류단지 조성과 관련, 화물 수요 산출 근거를 요구하며 심사를 한 차례 보류했다. 양양군은 지난 8월 재심사를
강원지역에 2,933곳의 산사태 취약지역이 있지만, 정작 해당 마을 주민들은 지정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취약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관련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19일 강원특별자치도와 시·군 등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은 1차 전문가 조사와 2차 시·군 조사를 거쳐 매년 지정되며 그 결과는 '산주'에게 통보된다. 시·군 홈페이지에 지번이 고시 될 뿐, 마을 이장 등에게는 전달되지 않아 마을 단위 재난 대응 체계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자치도는 산사태 취약 지역의 영향권에 있는 마을 목록에 대해서는 '공개 불가'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지역이 공개됐을 경우, 집값 하락 등 재산 피해를 항의하는 민원이 있을 수 있다"며 "취약지 지정을 위한 1, 2차 조사 때 이장 등도 대면 조사 하기 때문에 마을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림청이 운영하는 '산사태 정보시스템'에 공시된 산사태 취약지역별 대피소(마을회관, 학교 등)를 확인하면 해당 마을이 취약지역인지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주민들에게는 '깜깜
"비만 내리면 산사태가 날까, 잠을 못 자겠어요" 지난해 동해안 산불로 집이 불에 타 현재 임시조립주택에서 살고 있는 A(74·동해시 괴란동)씨. 그는 1년째 산사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뒷산은 산불로 소나무 몇 그루만 남은 채 잡풀만 수북한 상황. 집 바로 옆에는 대나무를 베어내고 흙만 남은 2m 높이의 경사면이 40m 구간으로 있다. '폭포비'만 내리면 언제든 산에서 흙이 쓸려 내려 올 수 있어 시청에 수 차례 도움을 요청했지만, 2년째 묵묵부답이다. 결국 A씨의 아들이 지인을 동원해 경사면에 방초 매트를 덮어 놓았다. 경사면 위에 집이 있는 이웃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돌망태(개비온)가 어려우면 작은 수로라도 놓아 달라고 사정했지만 관계자들이 현장만 방문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산불 피해지역인데 이렇게 방치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강원지역 시·군 지자체들 손 놓고 있는 사이 주택가 곳곳이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17일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동해안 산불 피해지역 중 산사태 발생 우려지역 25개소(공유림·사유림 포함)를 대상으로 정비 사업을 마쳤다. 하지만 A씨처럼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산림청이
30년전 함백 광업소가 폐광할 때까지 국내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고 현재는 주민 3,354명이 거주하는 정선군 신동읍. 이 곳에서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는 4명이 전부다. 국내 유일한 상업용 철광석 광산이 있고 첨단 연구소(예미랩)도 있지만 '인구 절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신동읍에서 27년째 운영 중인 큰빛나라 어린이집은 10년전 만 해도 원아가 40명이었지만, 올해는 16명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2곳의 병설 유치원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강원도가 '저출산의 늪'에 빠졌다. 지난 10년새 출생아 수가 반토막 나며 지역 소멸 위기가 눈 앞에 다가왔다. 5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 출생아 수는 7,240명으로 2012년 1만 2,046명 대비 40% 감소했다. 시군별로 보면 특히 영동권, 폐광지의 위기가 심각했다. 빅3 도시의 지난해 출생아 수를 보면 원주는 2,061명, 춘천은 1,515명이었지만, 강릉은 890명에 그쳤다. 강릉은 2019년 '출생아 수 1,000명'선이 붕괴된 이후 4년째 지속됐다. 2012년 대비 2022년 출생아 수 감소율 상위 5개 시·군을 보면 태백(70.4%), 정선(65%),
춘천지방법원이 석사동 부지 내 신청사 이전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춘천지검과의 동반 이전이 장기간 지연 됨에 따라 추가 협의 없이 진행한다는 의미다. 춘천지법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20년 3월, 춘천시, 춘천지검과 석사동 367번지 일원에 부지를 조성하고 춘천법원 및 춘천지검 신청사를 나란히 신축해 동반 이전 하기로 3자 협약을 체결했지만, 신청사 이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협약의 효력이 사라졌다"며 "춘천지검과 동반 이전을 위한 협의를 하지 않고 단독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지 조성 사업이 협약에 명시된 기간인 지난해 12월 31일을 넘기면서, 협약에 따른 춘천지검과의 동반 이전 사업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춘천지법은 "관할 구역내 도시화 진척 등으로 춘천법원 및 춘천지검 양 기관이 모두 만족하고, 관할 주민의 이용에도 편리하며 신청사를 동반 이전 하기에 충분한 넓은 다른 부지를 찾기 어렵다"며 "춘천법원이 단독 이전 한다고 해도 관할 구역 내 민원인의 불편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사법 절차도 2024년부터 전자문서화가 예정돼 있어, 춘천법원과 춘천지검이 나란히 이전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춘천지검과
강원지역에서 최근 4년간 산을 깎아 설치한 '산지 태양광' 중 80%가 산사태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산지 태양광의 산사태 및 토사 유출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병길(국민의 힘)의원이 산림청과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후 강원도내에서 허가된 산지 태양광 146곳이 KEI가 산사태 방지를 위해 제시한 '평균 경사도 10도 미만' 조건에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산지 태양광 허가 184건 중 평균 경사도 조사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660㎡ 미만의 5건을 제외한 179건 중 81%에 달하는 규모다. 산지 태양광 10곳 중 8곳은 산사태와 토사유출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들 시설의산지면적은 축구장 298개에 해당하는 212만 9,901㎡에 달한다. 정부는 KEI의 기준을 일부 반영해 2018년 11월 시행령을 개정해 '평균 경사도 25도 이하'이던 설치 조건을 '평균 경사도 15도 이하'로 강화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이전에 신청한 시설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
강원도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차이가 최근 7억원대까지 벌어져 역대 최대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강화할수록 '수도권-비수도권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부동산 정책 기조에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서울은 8억9,027만원, 강원은 1억4,595만원으로 가격 차이가 7억4,432만원에 달했다. 서울-강원 간 가격차이는 2012~2014년까지 3억원대, 2015~2017년에는 4억원대였지만 2018년 5억7,995만원, 2019년에는 6억7,347만원으로 급격하게 벌어졌다. 수도권-비수도권 간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격차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차이가 2017년 1억9,857만원에서 올해는 3억2,655만원으로 1.6배 벌어졌다. 2012~2017년까지 격차가 1억원대였지만 2018~2019년 2억원대, 2020년 3억원대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전국 단위 공기업의 도내 근무자들은 “같은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했어도 서울과 지방에 집을 갖고 있는 직원 간의 자산격차가 몇 배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비수도권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