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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문다… 프랑스 크리에이터 듀오 M/M(PARIS) 전시

F1963 석천홀에서 9월 14일까지
‘마법’ 키워드로 대형 타로 첫 전시
30년간 작업 200여 포스터 ‘눈길’
부산에서 영감 얻은 작품도 설치

“우리는 마법사라고 주장한 적은 없지만, 이미지 작업을 통해 그런 마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타로 카드만 하더라도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각적 체계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신앙의 대상이 아닌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접근했습니다.”

 

언어와 기호, 이미지가 한데 뒤섞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무는 마법 같은 전시가 펼쳐진다. 지난 4일부터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석천홀에서 열고 있는 ‘사랑/마법♥/MABEOB M/MAGIE’이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듀오 M/M(Paris)의 부산 첫 전시로 7년 만의 내한이다. 엠/엠(파리)의 마티아스 오귀스타니악과 미카엘 암잘라그가 전시 개막일에 맞춰 부산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타로 카드에서 영감을 받은 대형 설치, 영상, 디자인 포스터 등 2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대형 타로카드 78장을 기반으로 하는 조각 설치가 처음 공개되고, 작가들이 부산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 작업도 전시된다.

 

전시장에 도착하면 두 개의 글이 준비돼 있다. 엠/엠(파리)의 마티아스와 미카엘이 각각 준비한 전시 서문이다. 마티아스는 “이 텍스트는 여러분이 보게 될 전시를 위한 메타포”라고 하면서 “우선은 먼저 읽고 어떤 것을 보게 될지 상상하고, 걸으면서 실제로 그걸 보게 되고, 보고 나선 이전에 본 텍스트를 다시 읽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은 크게 4개 섹션으로 나뉜다. 마치 연극의 장 혹은 책의 챕터, 오페라의 막처럼 연결된다. 전시 서막은 ‘부산’이 연다. 로비 공간에 알파벳 ‘B.U.S.A.N’으로 구성된 대형 스툴이 설치됐다. 이 작품은 2008년 뉴욕 드로잉 센터에서 열린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가의 알파벳 스툴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엠/엠(파리)의 가장 상징적인 비주얼 시스템 중 하나인 알파벳 서체 드로잉을 적용해 ‘BUSAN’이라는 이름이 구현됐다. 이때 부산은 전시의 장소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그다음은 ‘해운대’이다. 이들 듀오가 1990년대부터 30년에 걸쳐 완성한 아트 포스터 200여 장이 천장 설치형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전시의 결과물로 여겨지는 포스터라는 것이, 이번 전시에선 중심점이자 하나의 시작점이 된다.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온 이미지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큰 회화 작품 크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두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완성한 타로 카드 전시가 이어진다. 5X5㎜ 격자 위에 오직 검은 선만 그리는 특별한 규칙을 만든 뒤 78장의 새로운 카드를 완성했다. 두 작가는 “바우하우스 주도자 가운데 한 명인 건축가 아돌프 로스가 말한 ‘장식은 범죄다’를 정반대로 실현해 보고자 노력했다”면서 “우리는 이런 제한된 시스템 안에서 감정이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을 즐긴다”고 밝혔다.

이제 ‘마법’ 혹은 ‘마지’(MAGIE) 섹션으로 넘어왔다. 타로 카드와 액자형 조형물이 결합해 ‘기호의 숲’을 만들었다. 작가들은 전시마다 새로운 전시 체계를 고안한다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타로 카드와 시스템을 새롭게 제시해 전시장 전체를 방대한 기호의 생태계로 전환했다. 벽에 세운 대형 타로 카드 외에도 바닥에 쌓인 홀로그램 타로 카드가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홀로그램 카드가 바닥에 쌓인 장면은 작가들이 부산의 바다에서 받은 영감을 환기한 것이다. 작가들은 옛 공장에서 변신한 F1963 바닥의 독특한 질감이 공간의 역사를 은근하게 드러낸다고 보고 이를 활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나무, 철, 연마된 금속과 같은 원재료가 전시 시스템의 주요 구성 요소로 사용된다. 맨 마지막 완전 과거로 들어가기 전 ‘마법’을 켠 것이다.

마지막은 ‘테베’이다. 그들이 디자인한 무대 세트를 볼 수 있는 오페라 ‘안티고네’ 영상이 방영된다. 20여 년 전에 작업한 것이다. 오페라 세트를 영상화한 작업을 본 전시에 연결했다. F1963에서 매년 열리는 오페라 축제에 착안했다. 미카엘이 말한다. “점점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과거로 이동하는 셈인데, 작가로서는 더욱 고통스러운 곳으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전시장 투어가 끝나고 가진 질의응답에서 두 크리에이터는 부산이 가지는 흥미로움에 대해 특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이 흥미롭다고 생각한 지점은 이 도시가 스케일과 맺고 있는 관계입니다. 자연과도 아주 깊숙이 관계돼 있고요. 대비, 콘트라스트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상당히 모순되고,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그것들이 과거 현재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 사이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한편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 동창생인 마티아스(1967년생)와 미카엘(1968년생)이 1992년 결성한 엠/엠(파리)는 그래픽 디자인을 주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미술, 음악, 패션, 사진, 연극, 출판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특히 크리스찬 디올, 로에베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폭넓게 협업하면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넓혔다. 이름의 ‘(Paris)’는 두 작가의 인연이 시작된 도시가 프랑스 파리라는 데서 비롯됐다. 전시명에 포함된 하트 기호(♥)는 자신들의 이니셜인 ‘M’과 발음이 유사한 프랑스어 단어 ‘AIME’(사랑)를 병치한 하나의 은어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권 유료(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 원, 어린이 7000원). 문의 051-756-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