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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일보) [6·25전쟁 75주년] 고향 땅 못 밟아보고 세상 등지는 실향민들

"고향을 지척에 둔 지 어언 반세기, 이 곳 철원에서 망향의 설움을 달래온 우리 실향민들…"

 

철원 한탄강변에 자리한 황해동산 망향비에는 6·25전쟁으로 고향인 황해도를 떠나 철원에 터를 잡은 실향민들의 애환이 새겨져 있다.

 

올해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로 고령의 1세대 실향민들이 고향땅을 밟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실향민 2세대인 김영규 철원역사문화연구소장도 3년 전인 2022년 황해도 실향민이었던 부친을 떠나보냈다. 실향민의 자식인 김 소장은 10년째 철원읍, 근남면, 김화읍, 서면 등에 정착했던 실향민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기록해왔다. 실향민들의 철원 정착사를 정리하면서 전쟁과 분단의 상터를 후대에 알리기 위해서다.

 

김영규 소장이 들려준 안타까운 사연중 하나는 지난 17일 세상을 떠난 1세대 실향민 이유근씨다. 1931년 김화군 근북면 성암리에서 태어났는데 이곳이 현재 북한의 전략적 요충지인 오성산 뒷편이다. 전쟁 직후 부친은 원산으로 끌려가 소식이 끊겼고 이유근씨는 고향 근처인 김화군 원남면에서 국군으로 참전했다. 휴전 이후 충남 아산에서 잠시 생계를 잇다 1955년 고향이 지척인 현 김화읍 학사리에 정착했다. 김화군청 복구작업에 참여하고 이장 서리를 20여년 가까이 하며 마을을 일구는데도 힘을 보탰다. 그런 그는 끝내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김 소장의 부친 고( 故) 김도원씨는 1935년 황해도 개풍에서 태어나 전쟁 전까지 당시 남한에 포함됐던 개풍과 개성, 문산을 오가는 경의선을 타며 학교를 다녔다. 전쟁으로 서울과 대구 로 피난을 떠나기도 했다. 1965년 갈말읍에 정착해 고향 지명을 딴 '개풍 자전차포'를 열고 자녀들을 키우며 고향을 그리워 했지만 결국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1995년 황해도 출신 1세대 실향민 130명은 제2의 고향인 철원에 '황해동산 망향비'를 조성했다.

 

현재 2세대 실향민을 주축으로 황해도민회가 관리 및 운영중이지만 1세대가 점차 사라지면서 활동 역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여년 전 철원에 정착 한 뒤 실향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김영규 소장은 "철원은 이북과 가까워 고향을 지척에 둔 다수의 실향민이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온 지역"이라며 "이제는 고령이 돼버린 실향민과 그 후손들이 하루 빨리 고향땅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고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