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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시민 편의 높였지만 ‘업무 폭탄’… 중고차 밀집 지자체 ‘울상’

[무관할 차량등록 과세 딜레마·(上)]

소재지 불문 차량 등록 가능 제도
수원·인천·안산 ‘업무 쏠림’ 발생
연휴 보내고 오면 서류는 ‘산더미’
대부분 타 지역 시민들 관련된 일

세금은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기반이다. 그러나 ‘무관할 차량등록제’는 과세 균형을 무너뜨렸다. 등록 업무의 부담은 중고차단지가 밀집한 지방자치단체가 떠안고 세수 혜택은 외려 인접 타 시·군으로 향한다. 15년 넘게 지속된 문제는 모두의 행정 편의라는 대의에 가려져 방치돼왔다. 지역간 형평성 문제로 불거진 제도의 허점을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관련기사 3면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매매단지인 수원시 고색동 ‘도이치모터스 오토월드’에서 차량 등록 사무를 보는 임모(50대) 주무관은 지난해 10월의 어느날을 잊을 수 없다. 최장 9일의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고 출근했던 날 민원실 밖 서류함에 1천명 분량의 차량 등록 서류가 쌓여있던 것이었다. 이는 단지에 입점한 중고차상사(업체)들이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신해 이전 등록을 요청한 서류다.

 

임 주무관이 일하는 곳은 차량 등록(신규·이전 등) 사무를 전담하는 차량등록사업소(본소)의 출장소(지소) 개념으로, 등록업무가 몰려 있는 매매단지의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020년 중고차단지 안에 세워졌다.

 

임 주무관은 “중고차매매 업체들은 주말에도 영업을 하니 보통 한 주의 민원업무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 되면 700~800건 처리해야 할 서류가 쌓이고 연휴 때는 1천건이 넘는다”며 “늦어지는 서류 처리로 차량 구매자들이 ‘중고차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게 아닌지’ 문의하는 경우까지 있어 설상가상으로 등록 업무와 상담을 동시에 하며 일을 밀어내야 했다”고 떠올렸다.

임 주무관을 포함해 상시적으로 차량 등록 사무를 보는 직원은 10명 내외다. 서류 1건당 전산상 서류 등록 등 처리 시간이 많게는 8분 정도 걸린다는 직원들의 설명을 고려하면, 당시 징검다리 연휴 직후 133시간20분의 시간이 필요한 업무가 출근부터 이들에게 떨어진 것이다. 한주동안 밀린 업무를 해치우기 어려운 경우에는 주말에 출근해 남은 업무를 처리한다고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차량 매매가 활발해 등록 업무가 쏠리는 건 언뜻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임 주무관 등 수원시 공무원들이 처리하는 등록 차량의 대다수가 수원 외에 주소지를 둔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원시가 지난해 처리한 차량 등록(취득세 신고분) 건수를 보면 전체 25만1천76건 중 관외 차량분만 20만3천366건(80.9%)에 달한다. 시 직원들이 매주 가까스로 처리해내는 업무 대부분이 타 지역 시민들에 관련된 일이다.

 

이는 지난 2010년 12월 ‘무관할 차량등록제’가 시행된 후 시작됐다. 정부는 시민 편의를 위해 차량 소재지가 아닌 어느 지자체에서든 차량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고 이로 인해 수원뿐 아니라 대규모 중고차단지가 있는 인천·안산 등 특정 지자체에서 ‘업무 쏠림’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일에 찾은 인천 최대 중고차단지인 서구의 ‘엠파크’ 내 차량민원실 직원 6명도 각자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서구 차량 등록 건수 5만6천86건 중 관외 차량분은 3만9천887건(약 71.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