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해 관세 협상 타결에 성공한 가운데, 경인지역 중소기업에서는 일단 구체적 내용이 나오기까지 지켜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대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가 국내 투자 감소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산업은 소위 ‘벤더’로 불리는 협력사와 대기업이 상호 의존하며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이 큰데, 한국의 올해 예산총액(677조4천억원)의 72%에 달하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9%에 해당하는 거액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내수 시장 증진을 위한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소홀해질 수도 있어서다.
한국은 앞서 합의를 이뤄낸 일본과 유럽연합의 사례와 비슷하게 대규모 투자 등을 약속하면서 당장 1일부터 부과될 상호관세와 부과 중이던 자동차 관세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관세를 낮출 수 있었던 데는 대규모 투자 카드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에 3천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이중 1천500억달러는 한미 조선업 협력펀드로 배정됐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2천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 주력 산업 분야에 투자된다.
투자 규모만 보면 적지 않은 수준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약 1조8천699억달러로, 이번 투자 펀드 조성 금액은 GDP의 약 19% 수준이다. 올해 예산과 비교하면 70%가 넘는다.
올해 경기도 상반기 수출액과 견주면 더욱 대비된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경기남부지역본부가 발표한 ‘2025년 경기도 상반기 수출입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한 804억9천251만 달러로 집계됐다. 최대 수출품목은 반도체(300억6천296만달러), 자동차(117억달러), 반도체제조용장비(35억달러) 순이다. 이들 품목의 수출 성과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부품 업체들은 협상은 선방했다는 반응이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협력사 한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 현지 공장에 투자하게 되면 코어 협력사 또한 해외 수출이 증가한다. 다만, 벤더사가 아닌 업체로 미국에 직접 납품할 경우 관세가 부담돼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 물류비용을 고려해도 경쟁력이 있었던 지금과 달리 앞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도 “상호 관세 큰 불은 막았지만, 가격 약화, 국내 투자 감소 등 우려는 남아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기에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