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묶음 살 테니 몇천원만 더 깎아주세요….”
5일 오전 방문한 인천 남동구 남촌농산물도매시장 채소동. 입구 쪽에 있는 한 매장에서 손님과 상인의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매장 앞에는 1㎏, 5㎏ 등 무게별로 마늘망이 여러 겹 쌓여있었다. 손님이 마늘망 앞에 적힌 가격을 보곤 상인에게 “조금만 더 깎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상인은 “저희도 남는 게 너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손님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고, 상인은 씁쓸한 미소를 남겼다.
이날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오모(71)씨는 “동네보다는 저렴할 것 같아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으로 왔다”며 “작년엔 마늘 100개에 3만원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4만원이 훌쩍 넘는다. 채소 가격이 체감상 ‘따블(더블)’로 오른 거 같다”고 말했다.
연수구에서 왔다는 박모(57)씨는 “동네는 너무 비싸서 남촌농산물도매시장으로 온 건데, 시금치나 오이 등 채솟값이 올 봄에 비해서도 많이 올랐다”며 “양상추도 사려고 했는데, 물량 자체가 없다. 그나마 파는 곳 한 곳을 겨우 찾아서 비싸게 주고 샀다”고 했다.
갈수록 오르는 물가에 폭우·폭염 등 이상 기후가 겹치며 먹거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7월 인천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14(2020년=100)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대비 0.2%, 전년동월대비 2.1% 상승한 수치다.
품목성질별 동향을 보면, 올해는 폭염·폭우 영향으로 농축수산물의 전월대비 물가지수가 1.0%로 가장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는 전월보다 고등어(-10.9%), 수입쇠고기(-4.1%), 오징어(-8.7%), 무(-15.7%), 감자(-17.4%), 파프리카(-16.2%) 등의 가격은 내렸지만, 7월 들어 시금치(95.3%)와 배추(31.6%), 상추(31.3%) 등 채소류를 비롯해 수박(17.1%), 쌀(4.6%), 국산쇠고기(1.9%)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를 높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채소류 중에서는 마늘(28.9%)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갈치(30.1%), 오징어(28.0%), 고등어(10.0%) 등의 가격이 상승했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무 등을 팔고 있는 상인 이모(68)씨는 날씨로 인한 영향이 특히 체감된다고 했다. 배추와 무 등은 고온에 취약하다.
평상시 매장 안쪽까지 가득 들어차 있어야 하는 배추가 이날은 판매대 입구에만 일부 놓여있었고, 무 역시 박스 하나 정도의 물량만 자리하고 있었다. 옆으로 빼 놓은 무 일부는 병들어 있었다.
이모씨는 “역대급 폭염으로 밭에서 자라던 배추들이 시들고 죽어서 물량은 없고 도매가격은 크게 올랐다”며 1만6천원 정도 하던 배추 한 묶음(3개) 가격이 2만원대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토요일에는 물량이 없어서 쉬었다. 추석이 있는 10월까지도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시금치를 파는 매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금치를 팔고 있던 한 상인은 “이 시금치는 품질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거라 한단을 2천원에 파는데, 좋은 건 4천원이 넘어간다”며 “원래도 겨울이 지나면 가격이 오르긴 하지만 현재는 더욱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천의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외 다른 분야에서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업제품(1.6%), 전기·가스·수도(3.6%), 서비스(2.4%) 분야 등이 모두 전년동월대비 올랐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전년동월대비 커피(15.2%)와 싱크대(12.4%)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냉동식품(8.4%), 빵(7.0%), 스낵과자(6.7%), 반려동물용품(4.7%) 등 순으로 상승폭이 높았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보험서비스료(16.3%), 생선회(외식)(7.0%), 구내식당 식사비(5.4%), 공동주택관리비(4.4%) 등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7월 인천의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했는데, 세부적으로는 식품이 전월대비 0.7%, 전년동월대비 3.3%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