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이런 무서운 비는 처음 봅니다. 손 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빗물이 도로와 가게들을 덮쳤습니다.”
7일 새벽,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군산에 강한 비가 쏟아진 가운데 삼학동에서 안경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 씨(47)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박 씨는 날밤을 새가며 폭우와 힘겨운 사투를 벌였지만 밀려오는 빗물을 막지 못했다. 결국 가게 내부가 온통 흙탕물로 뒤덮였고 대부분의 집기류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박 씨는 “당분간 영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날 군산에는 시간당 150㎜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올해 전국에 내린 가장 강한 비로, 군산 지역 관측 사상 최고치로 알려졌다.
이날 자정을 전후로 번개가 사정없이 내리치더니 엄청난 비가 2시간 가량 내렸다. 거침 없는 빗줄기는 군산 곳곳을 집어삼켰다.
가로수가 뽑히고 도로는 파손되고 인도와 상가‧차량 등이 침수되면서 지역 곳곳이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실제 이날 오전 2시쯤 송풍동 일부 동네가 침수돼 주민들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마을 경로당으로 대피했으며 문화동 한 아파트의 경우 기계실이 침수돼 수도·전기가 끊기는 불편을 겪었다.
수마가 남긴 위력은 나운동과 문화동, 소룡동 등 여러 지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이 덮친 가게의 진열된 상품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로 변했고, 일부 도로는 물바다로 변해 차량들이 잠기는 사고까지 일어났다.
시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도로와 상가‧주택 침수 등 208건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유형별로는 도로침수가 90건으로 가장 많았고, 상가침수 70건, 주택침수 27건 등이다. 여기에 정전(5건), 도로 유실파손(5건), 수목전도(3건), 수도파열(5건), 토사유실(12건)등 피해도 이어졌다.
특히 시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밤사이 재난문자 21회를 발송하며 시민들의 안전과 주의를 당부했다.
악몽 같은 밤이 지나자 침수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커다란 상처를 복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가족, 직원 모두가 나서 젖은 제품등을 말리고 흙투성이가 된 집기류 등을 내놓고 씻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나운동 한 매장 주인은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솔직히 막막하다”면서 “비가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군산시 직원들도 휴일을 반납하고 침수 피해 복구를 위해 팔을 걷어 붙었다.
피해가 심각한 나운동과 문화동에는 본청 직원들까지 급파돼 읍면동 직원들과 함께 긴급 복구 및 침수 잔재물을 처리했다.
강임준 군산시장도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상황을 지휘하는 한편 이재민 발생에 대비한 응급 구호 세트와 일시 거주 시설을 점검했다.
시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복구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피해 시민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거대한 재난이 할퀴고 간 아픈 자리.
늦은 밤까지 주민은 흙을 제거하고 담당 공무원과 자원 봉사자들은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등 길었던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