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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밤이 되면 사라지는 '차선'

제주도와 행정시, 준공된 차선...장비 대신 육안검사마저 '소홀'
김황국 의원 "라이트를 켜도 차선 안보여...규정 따르지 않아"
전문 장비.인력 없는 업체가 시공...고휘도 차선도색 공사 '부실'

 


제주지역 일부 구간의 차선이 밤이 되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부실한 시공과 사후 검사 미흡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양 행정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실시한 차선도색 공사는 41건에 총 33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이 기간에 도색된 차선은 약 500㎞에 이른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2월 개정된 지침에 따라 차선도색 후 측정 장비를 이용해 ‘재귀반사 검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재귀반사 검사는 차선이 반사하는 빛의 양을 측정하는 것이다.

 

김황국 의원(국민의힘·용담1·2동)이 지난 24일 행정사무감사에서 확인한 결과, 제주도와 양 행정시는 전문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육안으로 품질검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제주도는 42개 구간의 도색 사업 중 3개 구간만, 제주시는 28개 구간 중 1개 구간만, 서귀포시는 23개 구간 중 1개 구간에서 육안 검사를 진행했다.

 

아스팔트 차선 도색 공사는 어두운 밤에도 빛을 반사해 선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유리알을 섞은 특수 페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이 공법으로 도색한 고휘도 차선은 부착력과 내마모성이 우수해 악천후 시에도 차선의 식별력을 높일 수 있다.

 

김 의원은 “밤에 라이트를 켰을 때 차선이 안 보이면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며 “현행 규정은 시공 일주일 후 재귀반사 검사를, 하자보증 기간에는 연 2회 실시하도록 했지만, 행정당국은 이행하지 않았고, 장비도 없이 육안 검사로 대체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동식과 휴대용 장비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는 장비를 활용해 반사 성능 검사를 실시하고 재귀반사 검사 항목을 시방서에 반드시 넣도록 하겠다”며 개선 방안을 밝혔다.

 

비가 오면 안 보이는 차선은 불법 하도급 관행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주시가 올해 상반기 발주한 한 차선 도색 공사(1억3000만원)에 무려 196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지만,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춰서 실제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는 6곳(3%)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낙찰받은 업체는 수수료와 이익금을 챙긴 후 전문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의 70% 이하를 주고 도색을 맡기면서 부실 공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 업체들은 특수 시공이 필요하지만 차선 도색공사는 도장·습식·방수·석공 업종도 입찰에 참여하도록 한 행정당국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2년간 실시한 일부 차선 도색공사에서 불법 하도급과 공무원 뇌물수수 의혹까지 번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며 “밤에 라이트를 켜도 차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부실시공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