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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계엄 실패’ 한몫한 군(軍), 고의적 태업 [시민이 지켜낸 민주주의·(上)]

총기·야시경 무장했던 계엄군
엉거주춤 있다 사과하며 철수

통수권자 투사 수단, 명령대로 안움직여
헬기가 뜨고, 유리창 깨며 침투했지만
“자괴감 느꼈다”… 끌려나온 의원은 ‘0’


다행스럽게도 ‘12·3 비상계엄’은 실패했다. 그날 밤 군(軍)이 통수권자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한 것이다. 군은 계엄 상황에서 통수권자의 의지대로 움직여줄 국회 내부에 대한 물리력 투사 수단이었다. 비상계엄의 성패를 가를 가장 큰 중책이 군에게 맡겨진 셈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날 밤 계엄군에 의해 국회 밖으로 끌려 나온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피고인이 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위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 안에 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국회 청문회, 법정 증언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확인된다. 국회뿐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타 장소 등으로 출동을 요구받았다.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 병력은 1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계엄군은 총기와 야간 투시경, 헬멧 등으로 무장했다. 국회 경내에 헬리콥터를 통해 투입된 병력만 해도 200여명이었다. 국회 운동장에 헬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 유리창을 깨고 국회의사당 본청으로 침투하는 모습 등을 TV, 인터넷 등을 통해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 국회 내부 곳곳에서 국회사무처 직원들과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소화기를 뿌리며 계엄군과 대치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벌어진 혼돈의 상황이 기록된 영상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그날 밤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만일 이들이 지시받은 명령을 이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순조롭게 국회 계엄 해제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전장(戰場)이었다면 누구보다 민첩하고 일사불란했을 이들의 국회에서의 행동은 엉거주춤했다. 몸에 걸친 총기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군(軍)의 고의적 태업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계엄 해제 이후 일부 군인은 시민들을 향해 사과 인사를 하면서 철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 707특수임무단장 김현태 대령은 수개월 후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대원 전원은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거나 무력을 사용할 의지도 없을 뿐더러 할 수도 없는 이들입니다. 대다수 부대원들은 (시민과) 몸싸움하며 ‘내가 왜 이러고 있냐’는 자괴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 부대원들은 방어만 했습니다. (시민들이) 저희가 무서워서 그렇게 하셨겠지. 그런 마음으로 견뎠던 겁니다.”